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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근한 ‘한식 세계화’ 데우려면 ‘퓨전한식’ 필수 … 전통한식으론 한계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10-08 11:02:19
  • 수정 2020-09-14 09: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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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식 세계화 사업 좌초 위기 … 젊은 셰프 중심으로 서양식 접목한 요리 인기
여럿이서 음식을 공유하며 먹는 한식의 특징이 서양인에게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하므로써 최근에는 단품 한식메뉴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이른바 ‘영부인 사업’인 한식 세계화 사업이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명박 대통령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직접 신경 썼던 이 사업은 전액 국고 보조로 운영되지만 해마다 배정된 예산이 줄어들고 있으며, 올해는 예산 감액 권고를 받기도 했다.

한식 세계화 사업은 김윤옥 여사가 명예 고문을 맡은 한식재단에서 주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한식 이미지 제고를 위한 책자 발간 등 홍보 활동이 사업의 대부분이다. 사업 특성상 그 성과가 단기에 나타나기도 어렵고 성과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입증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 사업 초기부터 효과 논란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많았다. 사업이 시작된 2009년에는 약 100억원의 예산이 배정됐으며 2010년에는 239억원, 2011년에는 311억원까지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정권 말기였던 2012년에는 213억원으로 대폭 사업 예산이 축소됐다. 정권이 바뀐 2013년에는 189억원이었으며, 2014년에는 125억원까지 줄었다. 올해는 109억원으로 2011년보다 약 202억원 감소됐다.

예산 축소와 관계없이 한식 세계화에 대한 분위기도 서서히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과거 한식 세계화 사업의 최대 문제점은 서양인에게 한식 고유의 스타일을 강요한다는 점이었다. 서양인 입맛에 맞춰 변형된 한식은 진정한 한국요리가 아니다는 생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한식의 맛에 있어서는 전통성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가 강했다. 최근에는 현지 사정을 고려해 서양식과 한식을 결합시킨 ‘퓨전한식 레스토랑’이 인기를 끌면서 전통적인 한식 위주의 세계화도 기로에 서있다. 

2012년 세계적 레스토랑 평가잡지 ‘미슐랭가이드’는 미국 뉴욕에 위치한 한식레스토랑 ‘단지’를 원스타 등급 식당으로 선정했다. 한식을 전문적으로 선보이는 레스토랑 중 최초의 선택이었다. 이후 정식당, 윤가 등이 투스타 배지를 받으면서 한식은 더이상 서양인에게 낯선 음식이 아니다.

이들 식당에서는 전통적 한식이 아닌 퓨전한식을 내놓는다. 해외 전문 조리아카데미에서 경험을 쌓은 젊은 셰프들이 평소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한식에 담아내면서 새로운 시도를 펼치고 있다.

한식의 특징은 밥, 국, 반찬 등으로 구성된 획일화된 상차림이다. 하지만 이같은 특징이 오히려 서양인에게는 거부감으로 다가가고 있다. 서양인들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 한국인처럼 반찬을 공유해서 먹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왜 내가 먹는 것을 남과 같이 먹느냐는 생각이 강하다. 찌개를 두고 숟가락을 넣었다 빼며 먹는 것을 보며 위생적으로 불결하다고 생각까지 한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대부분 퓨전한식은 단품 메뉴다. 대표적으로 스파게티에 김치를 첨가한 김치스파게티나 한국 고유의 소스를 스테이크에 부은 불고기 스테이크 등이 있다. 김치, 절임류 등 공동으로 먹는 찬류를 2~3가지로 줄이고 애피타이저·메인·디저트 등으로 구성된 서양식 코스 스타일을 차용한다. 일부에서는 애피타이저와 디저트는 서양식으로 구성하고 메인은 한식으로 넣는다.

한국에서도 젊은 셰프들은 중심으로 퓨전한식이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한식을 퓨전으로 변형하는 것에 대해 쉽게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했다”며 “외식소비 수준이 향상되고 퓨전 외국음식점이 대중화되면서 퓨전 한식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외식 소비자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외식업계 트렌드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한식의 재해석’이었다. 전통 한식이 재해석되며 새로운 외식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예약하고 줄을 서야만 식사할 수 있었던 서양식 패밀리레스토랑이 몰락하고, 그 자리에 한식을 앞세운 한식뷔페가 자리잡는 것이다.

역으로 한국에 진출한 외국 레스토랑에서도 한국인을 위한 퓨전한식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8월 경기도 성남시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입점한 세계적 프리미엄 식재료 전문점인 이탈리는 한국인을 위한 음식을 메뉴에 넣어 판매하고 있다. 달걀을 주재료로 하는 이탈리아 오믈렛인 ‘프리타타(Frittata)’ 조리법을 토대로 부추와 해물을 넣어 미니 해물전을 만들고, 비빔밥·갈비찜·초계면 등 한식요리를 ‘까르네 스트라코타’라는 이탈리아 메뉴로 변형시켜 요리하는 방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한식이 젊어지려면 퓨전은 필수”라고 말한다. 한식이라는 테마를 갖고 조리법, 식재료, 디자인 등에서 서양식과 아이디어를 접목해야 한식이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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