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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천장에 붙이고 술한잔이면 스르륵 ‘어란’ … 1달간 정성들여야 완성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09-23 14:17:25
  • 수정 2020-09-14 12: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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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숭어알이 최상품, 민어·청어로도 만들어 … 과거엔 어란 숫자로 손님 대접 정성 가늠
어란은 100g당 29g의 단백질을 함유한 고단백식품이지만 콜레스테롤 함유량이 높아 고지혈증·심장질환 환자는 과다섭취를 피해야 한다.해산물은 제철이 있어 시기가 지나면 수확하기 어려워진다. 예부터 조상들은 쉽게 상하기 쉬운 해산물의 장기간 보관을 위해 젓갈을 담궜다. 해산물에 소금만 적당히 더하면 완성되기 때문에 전국 어디서나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전남 영암에서는 숭어나 민어의 알로 만든 어란(魚卵)이 유명하다. 청어, 조기 등의 알도 사용하며 알집이 크고 독이 없는 것을 소재로 삼았다. 특히 숭어알은 기름지고 향미가 각별해 어란으로 만들기에 안성맞춤이다. 수십겹으로 알을 감싸고 있는 두터운 포막의 탄력이 뛰어나 모양새와 보존성이 우수하다.

어란으로 이용되는 숭어알은 5월 초 땡땡하게 부풀은 참숭어의 것이 가장 좋다. 숭어알을 끄집어 낼 때는 알집이 터지지 않고 알끈이 떨어지지 않도록 꼬리부분부터 꺼낸 후 몸체에 딸린 인대를 조심스레 잡아 당겨 채취한다. 전남 영암은 기름진 뻘을 먹고 알을 통통하게 밴 참숭어가 알을 낳으러 올라오는 영산강이 인접해 있다. 이중 영산강 상류에서 잡힌 숭어의 알이 최상품으로 인정받는다. 이 지역의 것은 미생물을 풍부하게 먹어 알이 크고 달다.

숭어는 영험하고 신비한 물고기로 알려져 있다. 일반 물고기와 달리 용왕이 숭어로 변신해 착한 어부 낚시에 걸렸다가 살아났다는 동화도 전해진다. 쓰이는 자리에 따라 이름이 바뀐다. 활어로는 숭어(崇漁), 제사 등 제물로 바칠 때는 수어(首魚)라 부른다. 숭어알은 암숭어 체중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암숭어 난소에 290만~720만개의 알이 들어있다. 숭어알은 고대 이집트부터 유럽까지 고귀한 식품으로 이용됐다. 중국에서는 9세기부터 가공돼 ‘우고이단’으로 불리며 미녀를 홀리는 술안주로 널리 애용돼 왔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1457년(세조 3년) ‘전라도 도관찰사(全羅道 都觀察使) 송처관(宋處寬)이 어란을 따로 진상하니 그것을 조사해 아뢰라’고 적혀있다. 왕을 비롯한 일부 상류층 관리만 먹을 수 있었던 어란의 희귀성을 잘 나타내는 기록이다. 전남 나주 영산포에 선적된 왕실진상품목록에도 영암어란의 이름이 올려져 있다.

왕실에 올려진 어란은 품질에 따라 대비전과 세자전 것이 구별됐다. 호남 지역 세력가들과 양반집에서는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안주로 어란을 대접했다. 워낙 귀한 물건이라 접시에 몇 줄이 놓이느냐에 따라 주인의 정성을 가늠했다고 전해진다.

시중에 완제품 어란 1편(한쌍)은 15만원 선이다. 상품 질에 따라 30만원이 넘어가는 것도 있다. 저렴한 것은 7만원 대까지 가격이 내려간다. 하지만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공들인 시간을 고려할 때 비싼 가격은 아니다.

어란 제조는 4월 중순부터 시작해 한달 정도 걸린다. 알이 큰 것은 말리는데 두달 가까이 걸리기도 한다. 먼저 생선 배를 가른 뒤 한쌍의 알을 끄집어 낸다. 소금물에 대여섯 시간 넣고 핏물을 뺀 후 간장물에 하루 동안 담가 간이 배게 하고 빛깔을 낸다.

알의 크기와 빛깔내기에 따라 담그는 시간과 간장의 희석 정도가 달라진다. 이후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천천히 말려 3~4일간 돌을 얹었다 내렸다 반복하면 납작한 모양이 완성된다. 하루 세번씩 20여일간 참기름을 바르면 어란이 완성된다. 딱딱해진 어란은 뜨거운 물에 2분 정도 담근다. 이는 알집에 붙은 효소의 산패를 막고 외피 단백질을 고정시켜 곰팡이가 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어란은 냉장 보관해야 한다. 고온다습한 곳에 두면 상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장기간 놓고 먹으려면 수시로 참기름을 발라줘야 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어란은 미리 조리 된 것으로 따로 요리를 해 먹을 필요가 없다.

어란은 만드는 것만큼 먹기도 까다롭다. 최대한 얇게 썰어야 하며, 칼을 불에 달궈 기름이 약간 녹아나도록 해야 맛이 좋아진다. 잘 드는 칼로 1.5∼2㎜ 두께로 얇게 썰어 앞 잇발 사이에 끼우고 조근조근 깨물면 입안 가득히 향이 퍼지며 구수한 맛이 난다.

어란애호가들은 두툼한 어란을 종이장처럼 얇게 썰어 입천장이나 송곳니 뒤쪽에 넣어 붙인 뒤 술을 한 모금하고 혀 놀림으로 향미를 즐긴다. 혀끝이 어란에 스칠 때마다 알들이 감미롭게 녹아내리며 술과 함께 어우러져 최상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체질이 허약하거나 입맛이 없을 때 밥 반찬으로 먹어도 제격이다.

100g당 29g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어 고단백 식품이다. 지방은 8g, 칼륨 283㎎, 칼슘 28㎎, 나트륨 117㎎ 등이다. 어란은 콜레스테롤이 479㎎로 매우 높은 편이다. 한국인들은 일반적으로 하루에 30~500㎎ 정도의 콜레스테롤을 섭취하는데, 100g의 어란을 먹을 경우 하루치를 모두 먹는 셈이다. 고지혈증, 심장질환 등을 앓고 있는 사람은 어란 섭취를 최대한 줄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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