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는 닭고기, 쇠고기 등에 이어 마리 수 기준으로 전세계 사람들이 즐겨먹는 육류 중 하나다. 국내에선 대체로 소고기보다 저렴하지만 일부 국가에선 비싸게 팔린다. 러시아, 남아메리카 일부 등 추운 기후로 돼지사육이 어렵거나 소를 많이 키우는 곳에서 돼지고기가 고급육으로 대접받는다.
돼지고기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은 중국이다. 전세계 돼지고기의 절반이 중국에서 나온다. 대부분 자국 내에서 소비된다. 한국에서는 고기 육(肉)자가 기본적으로 소고기를 가리키지만 중국에서는 돼지고기를 일컫는다. 소고기는 따로 우육(牛肉)이라고 칭한다.
신선한 돼지고기는 연분홍색을 띠며 소고기보다 색이 짙지 않고 옅다. 돼지고기는 소고기처럼 부위가 복잡하지 않다. 하지만 부위에 따라 근섬유 조성과 지방 함량 차이가 커 육질이나 맛과 영양이 각각 다르다. 제대로 된 음식 맛을 내려면 요리에 따라 용도에 맞는 적당한 돼지고기 부위를 구입하는 게 중요하다.
돼지고기는 크게 안심, 등심, 목심, 앞다리, 뒷다리, 삼겹살, 갈비 등으로 나뉜다. 부산물로 족발, 창자, 간, 신장 등이 있다.
안심은 돼지 몸 중앙 부분 척추뼈 안쪽에 위치한다. 열량은 100g당 134㎉이다. 돼지고기 중 유일하게 회로 먹을 수 있는 부위다. 지방이 거의 없고 고단백질이며 가격이 저렴해 다이어트식으로 좋다. 철분이 풍부해 어린이, 노인 등에게 좋다. 탕수육, 돈까스, 구이 등에 이용하면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요리에 자신이 없다면 삶은 안심에 토마토케첩을 넣고 샐러드와 무쳐 먹어도 괜찮다.
등심은 돼지의 등줄기에 따라 길게 형성돼 있다. 표면이 하얀 지방으로 구성돼 있으며 근육에 적색근섬유의 비율이 낮아 육색이 담홍색으로 보인다. 운동량이 적은 근육들로 이뤄져 있고 근막도 많지 않아 육질이 질기지 않다. 하지만 백색근섬유 비율이 높아 육즙을 잡는 능력(보수력)이 약해 보관을 잘못하면 자칫 퍽퍽해지기 쉽다. 일반적으로 돼지 한마리 당 약 6.6㎏ 생산된다. 피하지방을 제거하면 저지방, 고단백 고기가 돼 다이어트 식재료로도 이용가치가 높다. 주로 돈까스, 스테이크, 양념불고기 등에 애용된다. 알등심살, 등심덧살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목심살은 등심과 머리 사이에 있는 있는 것으로 등심근을 포함한 근육으로 구성돼 있다. 등심과 마찬가지로 표면은 피하지방이 감싸고 있다. 목심살은 여러 근육으로 이뤄져 있어 근간지방의 함량이 많다. 운동량이 많은 근섬유다발이 굵게 형성돼 있어 고기의 결이 거친 편이다. 돼지 한 마리에서 약 6.6kg 정도 생산되며 지방과 살코기의 비율이 적당해 가장 돼지고기다운 맛을 가진 부위로 알려져 있다.
근육과 근육 사이에 존재하는 근간지방은 육즙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붉은 살코기와 조화를 잘 이뤄 주로 구이용으로 이용한다. 근간지방 중 가장 대표적인 목심살은 지방 함유량이 적어 수육이나 보쌈에 이용해도 좋다. 양념을 해 주물럭이나 불고기용으로 사용해도 무난하다. 목심살의 살코기는 육단백질이 좋아 씹으면 씹을수록 구수한 육즙이 우러난다. 지방은 삼겹살처럼 지나치게 많지 않아 고소한 향미가 질리지 않고 끝까지 간다.
앞다리살은 앞다리 부위에서 앞사태살을 분리하고 남은 것으로 운동량이 많은 근육들로 구성돼 있다. 육색이 짙고 근섬유다발이 굵으며 고기의 결이 거칠다. 근내지방의 함량이 많지만 근막, 힘줄 등 결체조직이 잘 발달돼 있다. 이 부위는 짙은 육색, 진한 육향, 풍부한 육즙 등으로 인해 식감이 좋아 돼지고기 단백질의 맛을 음미하기에 가장 적절하다. 약 8.4kg 정도 나오며 육단백질의 함량이 높다. 비타민B1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고기가 거칠고 식감이 다소 질겨 잘게 썰거나 다져 요리에 이용하는 게 좋다. 주로 햄, 소시지 등 육가공제품의 원료육으로 사용된다. 불고기, 찌개, 국거리, 육개장용으로도 적절하다.
앞다리살은 앞사태살, 항정살 등으로 소분할 수 있다. 이중 항정살은 머리와 목을 연결하는 돼지의 목덜미살로 앞다리 부위에서 분리한다. 근내지방이 두껍게 골고루 잘 침착되어 있어 마블링이 매우 훌륭하다. 살코기 사이에 고르게 퍼져 있는 근내지방은 풍부한 돼지고기의 풍미를 더한다. 흡착력이 좋은 지방이 살코기 속에 골고루 들어 있어 구워 먹을 경우 최상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뒷다리살은 볼기살, 설깃살, 도가니살, 홍두깨살, 보섭살 등으로 세분화된다. 볼기살은 넓적다리 안쪽으로 이루는 부위로 육즙이 진하고 풍부하다. 돼지 한마리 당 4.5㎏이 나온다. 햄, 소시지 등 돈육가공제품의 원료로 되며 산적이나 장조림으로 먹어도 좋다.
설깃살은 넓적다리 바깥쪽으로 백색근섬유 비율이 높아 육색이 등심과 유사하다. 4.6㎏이 생산되며 자칫 조리를 잘못하면 퍽퍽해져 주의해야 한다. 얇게 썰어 탕수육, 국거리, 불고기 등으로 이용하는 게 적절하다.
도가니살은 뒷다리 무릎과 넓적다리뼈를 감싸고 있는 대퇴네갈래근을 분리한 것으로 뒷다리 부위 중 근내지방의 함량이 가장 적다. 근육의 색이 짙고 수분 함량이 높아 향이 진한 육즙이 풍부하다. 2㎏ 정도 나오며 구이용보다 국거리나 찌개용으로 사용하는 게 좋다.
홍두깨살은 엉덩이 안쪽에 있는 것으로 뒷다리 중 근내지방 함량이 가장 많다. 마블링이 좋아 뒷다리 중 유일하게 구이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보섭살은 돼지 엉덩이 부위로 고기가 쉽게 흐물거린다. 근내지방 함량이 낮아 제대로 보관하지 않으면 퍽퍽하고 맛이 없다. 육질의 상태에 따라 불고기, 장조림, 돈가스, 잡채 등에 이용한다.
삼겹살은 제5갈비뼈 또는 제6갈비뼈에서 뒷다리까지 등심 아래 복부 부위이다. 근육(붉은색)과 근간지방(흰색)이 세개의 층을 이뤄 이름이 붙여졌다. 지방의 함량이 높고 단백질이 적지만 구수한 맛이 조화를 이룬다. 특히 한국인들이 삼겹살을 즐겨 먹는다.
삼겹살은 지방의 함량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비타민과 미네랄이 적당히 함유되어 있고 식감이 부드러운 게 장점이다. 돼지 한 마리당 12㎏ 정도 나오며 위치에 따라 형태와 조성의 변이가 크다. 주로 구이용으로 먹으며 외국에서는 염지해 베이컨으로 활용한다. 수육, 보쌈 등으로도 사용한다.
갈비는 제1갈비뼈에서 제5갈비뼈까지 분리한 것으로 다소 질긴 근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갈비에 붙어 있는 살코기는 지방과 층을 이루고 있다. 겉을 감싸고 있는 질긴 근막을 제거한 갈비는 근내지방이 잘 침착돼 있어 쫄깃한 저작감과 고소한 육향이 일품이다. 우러나는 골즙도 구수한 단맛을 갖고 있다. 주로 생갈비구이나 양념구이로 먹는다.
얼린 돼지고기는 조리 전 밀봉된 상태에서 천천히 해동해야 육질이 퍽퍽하지 않고 냄새도 적게 난다. 급하게 녹이면 고기 속 근단백질이 포함된 육즙의 삼출이 심해져 고기의 조직이 흐물거리게 된다. 영양가 및 맛 손실이 심해지므로 급하게 요리할 때는 전자레인지로 해동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