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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어탕 주인공, 미꾸라지 아닌 미꾸리? … 둘은 엄연히 다른종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08-04 13:18:45
  • 수정 2016-02-12 13: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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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잉어목 기름종개과로 같지만 맛·생김새 차이 있어 … 성질 따뜻해 여름철 보양식 추천

과거 논이나 개울에는 미꾸리와 미꾸라지가 함게 살았지만, 상대적으로 생육기간이 긴 미꾸리는 상업적 목적상 자취를 감추고 미꾸라지가 추어탕의 주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무더운 여름의 한 가운데에 접어들면서 보양식이 인기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는 인체 외부는 뜨거워지는 반면 속은 냉해지기 쉽다. 한의학에서는 찬음식을 자주 먹으면 몸 안은 더욱 차가워져 위장과 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병에 걸리기 쉬우므로 따뜻한 음식으로 차가워진 속을 다스려야 한다고 말한다. 조상들은 삼복더위를 물리치기 위해 따뜻한 성질의 보양식을 챙겨 먹으며 속을 데우고 피부의 열을 식히곤 했다. 이열치열이란 말을 고스란히 실천했다.

삼계탕, 장어 등과 함께 대표적인 보양식인 추어탕은 예부터 성질이 따뜻한 음식으로 꼽힌다. 각 지역마다 고유의 조리법을 갖고 있다. 특히 서울식 추어탕과 다른 지역의 것은 확연히 구분된다. 1820년경 실학자 서유구가 저술한 어류학 기술서 ‘난호어목지’에 따르면 남쪽(삼남)의 추어탕은 ‘된장 푼 물에 미꾸라지를 갈아 넣고 산초가루로 향을 낸 것’이라고 기술돼 있다. 서울식 추어탕은 소 사골·양지머리·내장, 버섯, 양파 등을 사용해 육수부터 화려하다. 대체로 미꾸리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둔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어느 지역에 가도 천편일률적인 조리법으로 추어탕을 내놓아 손님 입장에서는 맛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전라도식이라며 초피 대신 산초를 내놓는 집이 있고, 경상도식이라면서 방아잎을 알지 못하는 집이 있다.

전라도식 추어탕과 경상도식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국물이다. 남원추어탕으로 대표되는 전라도에서는 미꾸라지를 푹 고아 형태를 없애고 푸성귀, 시래기, 된장, 파, 들깨즙 등을 넣는다. 경상도에서는 미꾸라지를 푹 끓여 낸 국물에 숙주, 우거지, 토란대, 방아잎 등을 넣어 국물이 전라도식보다 맑다. 둘 다 미꾸리 또는 미꾸라지를 갈아넣어 음식에선 형태를 확인할 길 없다. 

19세기 학자 이규경은 백과사전 형식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 추어탕 조리법을 소개하면서  ‘반인(泮人)들이 먹는다’고 기술했다. 반인은 성균관 소속의 노비로 성균관에 쇠고기를 공급하는 일을 했다. 지금의 서울시 혜화동 청계천 일대에서 살았다. 이들은 추어탕의 원형인 추두부탕을 즐겨 먹었다고 전해진다. 이들은 탕을 끓일 때 교맥분(蕎麥粉, 메밀가루)을 넣었다.

지금은 추어탕의 주인공이 미꾸라지이지만 본래는 미꾸리가 주재료였다. 과거에는 미꾸라지가 아닌 미꾸리를 넣어 먹었다. 최근에도 미꾸리를 넣어 전통식 추어탕을 판매하는 곳이 있지만 찾아보기 힘들다.

추어탕집에서 미꾸라지를 쓰는 이유는 미꾸리보다 빨리 자라기 때문이다. 추어탕감으로 쓰려면 미꾸라지든 미꾸리든 15㎝는 되어야 하는데 치어가 이 크기까지 이르려면 전자는 1년, 후자는 2년을 넘겨야 한다. 이로 인해 양식업체는 미꾸라지는 선호하게 되고 추어탕집에서는 미꾸라지로만 탕을 끓일 수밖에 없다.

과거 논이나 개울에서는 미꾸리와 미꾸라지가 함께 살았다. 하지만 잡히는 개체수는 미꾸리가 더 많았다. 미꾸리는 미꾸라지보다 생명력이 강해 생태적 우종으로 번성했다. 맛에서도 미꾸리가 우위에 있었다. 미꾸라지보다 구수한 맛이 있어 어른들은 예부터 미꾸리를 토종으로 대접했다.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둘다 잉어목 기름종개과로 분류된다. 생태적으로 비슷하지만 생물학적으로 엄연히 다른 종이다. 둘다 입가에 조그만 수염이 달려 있고 비늘 없이 미끌미끌하며, 물 위로 입을 내밀어 내장호흡을 하고 가물거나 겨울이면 흙 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하지만 미꾸라지가 미꾸리보다 수염이 더 길며, 미꾸리는 꼬리지느러미 부위에 점이 있다. 옆에 보면 미꾸라지는 네모 형태이며 미꾸리는 유선형이다. 따라서 미꾸리의 별칭은 둥글이, 미꾸라지는 납작이 또는 넙죽이로 부른다. 미꾸리는 등과 배 부위의 색깔 차이가 확실하다.

음식물로 조리할 경우에도 둘은 비교가 된다. 물만 넣고 삶았을 때 미꾸리 국물은 뽀얗고, 미꾸라지는 누르스름하다. 삶은 후 소금을 곁들어 먹을때 미꾸리는 고소한 맛이 나며 미꾸라지는 쓴 맛이 난다. 미꾸리가 맛이 더 좋고 흔하지 않아 값이 더 나간다.

추어탕집에 공급되는 미꾸라지는 중국산이거나 중국산 치어를 3개월간 키워 국내산이라고 이름붙인 것들이다. 임상구 국립수산과학원 내수면양식센터 박사는 “매년 국내에서 미꾸라지는 1만t이 소비된다”며 “이중 9500t이 중국산이거나 중국산 치어로 양식한 미꾸라지”라고 말했다.

순수 국내산 양식은 5%에 불과하다. 임 박사는 “토종 미꾸리 양식장은 약 100곳이고, 중국산 미꾸라지 양식장은 약 200군데다”며 “내수면양식센터에서는 농약을 치지 않는 친환경 벼를 생상하는 논에 치어를 풀어 양식하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보급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도 미꾸리와 미꾸라지가 모두 서식한다. 중국내 추어요리에는 미꾸리만 사용하고 미꾸라지는 한국으로 수출한다. 일본은 미꾸리만 서식하며 수입을 하더라도 미꾸라지는 들여오지 않는다.

추어탕은 고단백질 식품으로 지방이 적게 함유돼 있고 열량도 다른 보양식에 비해 낮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다이어트식으로 제격이다. 미꾸라지나 미꾸리를 만질 때 묻는 점액물은 콘드로이틴이다. 이 성분은 각종 연구를 통해 피부를 매끄럽고 생기 있게 만들고 노화를 예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콘드로이틴에는 세균이 잘 번식해 반드시 살아있는 것을 이용해 먹어야 한다.

미꾸리와 미꾸라지에는 비타민B1의 분해효소가 들어 있어 절대로 날 것으로 먹어선 안된다. 이 물질은 가열하면 사라진다. 또 미꾸리와 미꾸라지 속 비타민A는 야맹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칼슘과 비타민D는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효능을 갖고 있다.

미꾸리와 미꾸라지의 성질은 따뜻해 아랫배가 차거나 맥이 약한 사람에게 효과적이다. 특히 추어탕에 같이 들어가는 산초는 소화력이 약한 소음인 체질에게 더욱 좋다. 사상의학에서는 미꾸리를 소음인의 음식으로 분류하고 있다. 몸에 열이 많은 소양인은 많이 먹지 않는 게 좋다. 특히 위가 약간 소양인은 많이 먹으면 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큰 수술을 하거나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도 추어탕을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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