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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까지 채우는 힐링 보양식 ‘사찰음식’ … 식(食) 아닌 약(藥)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07-31 14:52:22
  • 수정 2016-02-12 13: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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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순환에 유익하지만 단백질 부족은 결점 … 오신채·육류·어패류·인공조미료 금지

삼계탕, 장어, 보신탕 등 대표적인 전통 보양식에 비해 사찰 보양식은 영양소를 채우기보다 소화흡수를 높여 기 순환을 돕는 데 중점을 둔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보양식(補陽食)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보양식은 과거 가난했던 시절 육류 보충을 위해 먹었던 음식이 대부분이다. 아직까지 40대 이상 세대는 삼계탕, 장어, 보신탕 등으로 대표되는 보양식 문화를 즐기고 있다. 하지만 매일 컴퓨터 앞에서 정신노동을 하는 현대인들에게 과도한 육류 섭취는 소화력을 떨어뜨려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채식 위주의 웰빙음식이 각광을 받으며 소화가 잘되는 사찰음식이 새로운 보양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찰음식은 승려와 불교 신자가 사찰에서 먹는 음식을 뜻한다. 불교에서 음식은 단순히 식(食)이 아닌 약(藥)으로 여겨왔다.식재료를 구하고 음식을 만드는 일부터 먹고 그릇을 정리하는 일까지 수행의 과정으로 생각한다. 사찰음식은 신체뿐 아니라 정신까지 맑고 건강하게 하는 수행식으로 맛보다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줄곧 관심을 보여왔다.

승려들의 먹는 것에 대한 평소 인식은 식사하는 과정인 ‘발우공양(鉢盂供養)’을 통해 드러난다. 발우란 국그릇, 밥그릇, 찬그릇, 청수그릇 등을 뜻한다. 발우공양은 청수물로 그릇을 헹구는 것으로 시작된다. 밥을 모두 먹고 난 후 다시 청수물로 그릇을 헹궈 정리한다. 고작 네 개뿐인 그릇 중 하나인 청수그릇은 그나마 음식을 담는 게 아니라 다른 것을 닦아내고 비워내기 위해 쓰인다. 자기의 그릇은 자신만 쓸 수 있도록 하는 청결함과 모든이가 공평하게 나눠 먹는다는 평등사상도 담겨 있다. 음식을 배보다 정신과 마음을 채운다는 승려들의 덕목이 보인다.

초기 불교 승려들은 산 속 나무 밑이나 동굴에서 수행을 하다 이른 아침 마을로 나와 걸식 했다. 부잣집이나 가난한 집 가리지 않고 방문해 먹을 것을 구하면 무조건 오전 중에 식사를 마쳤다. 1일 1식 원칙을 지키며 정오에서 다음날 일출까지 절대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 석가모니도 이 과정을 6년간 거쳤다. 이후 우기(雨期)에는 3개월간 한 곳에서 머무르는 생활하는 안거(安居)가 허용되면서 왕족이나 부호들이 기증한 집에서 머물렀다. 이로 인해 최초의 사찰인 죽림정사가 생겼고, 지금의 절의 형태로 만들어졌다. 주거공간의 변화로 승려들의 식생활도 바뀌었다. 걸식을 하던 승려들이 신도가 해주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승려에게 무엇을 먹을까보다 언제, 어떻게 먹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남방불교에서는 아직도 탁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 중국, 일본, 티베트 등 북방불교권에서는 사원의 발달과 함께 승려의 건강을 우려해 다양한 음식이 개발됐다.

사찰음식의 가장 큰 특징은 오신채(마늘·파·부추·달래·흥거)는 물론 어패류, 인스턴트식품의 사용을 엄격히 금하는 것이다. 불교서인 ‘능엄경’에는 수행 중에 이 오신채를 익혀 먹으면 음란한 마음이 일어나고, 날 것으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이 더한다고 적혀 있다.

살생을 금하는 불교의 교리에 맞춰 육류의 사용이 금지된다. 다만 병에 걸린 여승에 한해 살생하지 않고 자연적으로 죽은 동물의 것을 섭취하도록 허락한다.

사찰음식은 산나물, 들나물, 뿌리채소, 버섯류, 나무열매 등 자연에서 얻은 채소를 이용한다.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고 자연재료로 만든 천연조미료를 사용해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난다. 천연조미료에 들어가는 것은 버섯가루, 다시마가루, 재피가루, 방아잎, 들깨가루, 콩가루 등이 있다.

승려가 불법(佛法)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계율을 적어 놓은 ‘사분율’에서는 제철음식 섭취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경전 ‘금광명최승왕경’에서 봄에는 떫고 뜨거우며 매운 음식, 여름에는 미끈하고 뜨거우며 신 음식, 가을에는 차고 달며 미끈한 음식, 겨울에는 시고 떫으며 미끈미끈한 음식을 권하고 있다. 부득이하게 육식을 섭취했을 경우 두배의 양에 해당하는 야채를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름철 사찰 보양식은 소화흡수를 높이는 데 관심을 둔다. 정신 수행을 하는 승려들은 운동량이 적어 소화가 되지 않으면 기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여겼다.

대표적 여름철 사찰 보양식인 채계탕은 두부, 마른 나물, 버섯 등을 넣어 칼칼한 맛이 난다. 육계장과 비교해도 전혀 맛이 뒤처지지 않는다. 인체는 여름이 되면 위장이 차가워져 열을 내는 얼큰한 음식은 보양식으로 훌륭한 역할을 한다. 토란대가 중요한 주재료이고 버섯, 숙주, 고사리 등이 들어간다. 구수하고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다.

채계장은 ‘뿌리 현미밥’과 함께 먹으면 별미다. 현미에 마, 단호박, 밤 등을 넣고 밥을 지으면 땀도 식히고 열기도 낮출 수 있다. 마와 같은 흰 뿌리 음식은 여름철 냉방으로 인해 약해진 기관지나 폐에 도움이 된다.

채식만 먹는 승려들은 영양불균형을 겪기 쉽다. 이윤희 동국대 가정교육과 강사가 승려를 대상으로 식생활, 영양상태, 혈당량 등을 조사한 ‘스님들의 영양과 건강’ 조사에 따르면 승려의 31.5%가 체중 부족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체중 과다인 사람도 9.4%로 조사됐다. 전체의 40.9%가 영양불균형이었다.

이 강사는 “승려들은 채식으로 인해 비타민, 무기질, 섬유소 등은 풍부하지만 단백질 섭취량이 매우 부족하다”며 “두부, 비지, 콩조림 등 콩류 음식으로 단백질을 보충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된장만이 주된 단백질 공급원이라 부족현상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 튀김 등 지질을 공급할 수 있는 음식도 사찰 식단에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전세계적으로 슬로푸드 열풍이 이어지면서 한국식 사찰음식은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열린 세계슬로푸드대회에는 약 26만명이 참가해 슬로푸드에 대한 관심을 증명했다. 느리고 건강한 사찰음식을 선보인 한국관은 박람회장 내 국제부스에서 가장 방문객이 많은 부스 중 하나였다.

최근 도심에서도 사찰음식을 즐길 수 있는 음식점이 늘고 있다. 사찰음식 특성상 미리 음식을 해놓기 어려워 소비자가 내야되는 가격이 만만찮지만 예약하지 않으면 제시간에 음식을 먹지 못할 만큼 인기가 좋다. 대부분 1인당 2만5000~5만원 사이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서울시 대치동의 채근담, 인사동의 발우공양·산촌, 충무로의 고상 등이 대표적인 사찰음식 전문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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