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구슬처럼 윤이 나는 ‘옥수수’ … 구황작물부터 연료까지 쓰임새 다양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07-09 13:50:51
  • 수정 2021-08-24 15:19:39
기사수정
  • 생육기간 짧고 기후 영향 안받아 산간지방서 주로 재배 … 지력 빠르게 소모, 자연재해 유발

국내에서 생산하는 옥수수는 연간 약 8만t로 대부분 쪄먹는 식품용으로 사용된다. 수입산은 연간 800만t가 넘어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대부분 사료용으로 쓰여 수입대체가 시급하다. 최근 ‘강토를 멸망시킨다’라는 악명이 붙을 정도로 벼와 옥수수 등을 닥치는 대로 갉아먹는 해충 ‘멸강충’이 전국 곳곳에서 극성을 부리고 있다. 가뭄 때문에 비에 약한 초기 유충 단계를 쉽게 거치고 살충제에 강한 시기로 성장하는 기간에 접어들어 예년에 비해 피해가 막심하다.

멸강충에 의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여름철 대표 작물인 옥수수다. 대표적 옥수수 경작지인 강원도의 가뭄이 가장 심각해 옥수수 수확철을 맞은 농민들의 시름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장마철을 맞아 가뭄은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제대로 자라지 못한 옥수수는 처분해야 할 상황이다.

옥수수의 조상은 멕시코 중부에서 자라던 ‘테오신테’(teosinte)란 잡초다. 수백 개의 알갱이가 달린 옥수수와 달리 테오신테의 알은 약 10개에 불과하다. 강아지풀과 흡사한 외관을 갖고 있으며 알갱이도 쌀알 정도로 식용으로는 부적절했다. 각종 교배를 통해 먹을 만한 수준의 옥수수가 만들어진 것은 12세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옥수수는 고대 마야문명 시기에 주로 재배되다가 아메리카를 발견한 유럽인에 의해 서양으로 전해졌다. 이후 유럽 상인에 의해 중국으로 넘어갔으며 국내에는 임진왜란 때 명나라군을 통해 들어왔다고 전해진다.

옥수수는 ‘알맹이가 구슬처럼 윤이 나는 수수’라는 의미로 옥시기·옥숙구·옥수시·옥쉬이, 강냉이·강내이·강내미 등 지역 사투리만큼이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국내에는 19세기 말까지 널리 보급되지 못했지만 일제강점기 쌀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면서 감자, 고구마 등과 함게 구황작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옥수수는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고 한랭한 기후도 잘 견딘다. 경작하기에 많은 일손이 필요하지 않고 벼 등에 비해 생육기간이 짧아 평안도, 함경도, 강원도 등 척박한 산간지방에서 주로 재배됐다. 이 곳에서는 옥수수를 주식으로 활용하기 위해 알이 굵고 크기가 큰 것을 선호해왔다. 최초의 국내 토종 옥수수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보다 작다고 전해진다. 이에 비해 강원도에서 육종된 옥수수 중에는 어른 팔뚝 크기만 한 것도 있다. 제주도에서 자란 토종 옥수수는 작아도 야무지다. 여름철 태풍이 많이 지나가는 제주도의 날씨에 적응한 때문이다.

옥수수의 종류는 오목씨(dent corn, 마치종), 굳음씨(flint corn, 경립종), 찰옥수수(waxy corn, 나종), 튀김옥수수(pop corn, 폭립종 또는 폭렬종) 등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오목씨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으로 대부분 공업용이나 사료용으로 쓰인다. 옥수수알 윗부분이 오목하게 들어가 그 모양이 말 이빨과 닮아 이같은 이름을 얻게 됐다.


굳음씨는 옥수수 통조림에 사용되는 것으로 단단하며 둥근 모양을 갖고 있다. 오목씨 다음으로 알이 굵고 껍질이 얇다. 위도가 높은 고랭지대에서도 잘 자란다.


찰옥수수는 국내에선 흔히 삶아 먹는 품종으로 맛이 찰지다. 1990년대 품종 개량으로 인해 달짝지근하면서 고소한맛을 갖게 됐다. 겉보기에 껍질이 푸르고 알이 촘촘하게 박혀 있으며 지그시 눌렀을 때 탄력이 있는 것을 고르는 게 좋다. 껍질에 수분이 적고 가장자리가 말랐다면 알이 딱딱해지기 시작한 것이므로 피해야 한다. 알의 색이 반투명한 것은 품질이 떨어진다.


튀김옥수수는 쥐이빨옥수수라고도 불리우며 옥수수의 품종 중 가장 작고 볼품없는 외관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품종으로만 유일하게 팝콘을 만들 수 있다.

예부터 내려오는 민간요법에 옥수수대 끓인 물을 미지근하게 식혀 입속에 머금고 있다가 뱉기를 반복하면 치통을 개선할 수 있다고 전해져온다. 이는 옥수수대에 함유된 베타시스토스테롤의 효능 덕분이다. 이 성분은 시중에 판매되는 잇몸약의 주성분으로 사용된다. 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V자 틈에는 주머니 모양의 치주낭이 존재한다. 베타시스토스테롤은 치주낭이 깊어져 잇몸이 패이는 것을 감소시키고 치아가 흔들리는 증상을 줄여준다. 항염·향균 작용도 가져 잇몸질환 개선 및 통증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 V라인 얼굴을 만들어 준다 해 인기를 얻고 있는 옥수수수염차는 예부터 몸에 붓기를 빼주고 이뇨작용을 도와주고 혈압을 낮춰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옥수수수염은 옥발, 옥미발, 옥촉서예로도 불린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베트남, 남미 등에서도 차로 먹는다.

대한신장학회가 옥수수수염, 늙은 호박 등 칼륨 함유량이 높은 음료의 경우 신장질환 환자에 자칫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발표해 잠시 논란이 됐다. 옥수수수염에 함유된 칼륨은 나트륨과의 길항작용으로 부기를 빼주는 효과가 있지만 신장기능이 심하게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고칼륨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건강한 성인은 옥수수수염차를 하루 100병 이상 먹어야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옥수수의 치명적인 단점은 지력(地力)을 빠르게 소모시킨다는 것이다. 옥수수를 심었던 땅은 3~4년간 다른 농사를 짓지 못한다. 쌀, 밀 등보다 12배 정도 지력 소모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지력 소모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고 화학비료도 없었던 전근대에는 산간에 옥수수를 심어 지력은 물론 산 자체를 빠르게 소모시켜 자연재해가 늘어나는 결과까지 낳았다. 일부에서는 마야문명이 쇠퇴한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과도한 옥수수 경작을 꼽기도 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옥수수를 이용한 옥수수시럽이 설탕 대용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전세계 감미료 시장은 약 900억달러(100조 4220억원) 규모로 이 중 80%를 설탕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설탕보다 가격이 저렴한 옥수수시럽 사용이 늘면서 양쪽이 충돌하고 있다. 게다가 옥수수업계에서 옥수수시럽에 ‘천연 옥수수 설탕’이라는 이름을 붙이려 하자 갈등이 더 커지고 있다.

전세계 옥수수 생산량의 절반은 미국에서 나온다. 이 중 절반은 사료용으로 사용되며 나머지의 3분의 2는 휘발유에 첨가되는 바이오에탄올용이다. 미국에서 식량이나 전분제조 등 식품 가공으로 들어가는 양은 전체 사용량의 10% 남짓에 불과하다. 최근 바이오연료 붐이 일면서 옥수수로 에탄올을 발효해 미국 주유소에 파는 휘발유에 10%씩 첨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08년 애그플래이션(agriculture + inflation,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일어나 이집트, 방글라데시 등에서 옥수수 부족난에 대한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옥수수는 연간 약 8만t이다. 대부분 쪄먹는 식품용으로 사용된다. 수입산은 연간 800만t이 넘게 들어온다. 이중 약 70%가 가축사료로 사용돼 국내 사료용 옥수수 자급도는 약 0.8%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육종 연구만 잘하면 남아도는 논에 사료용이나 바이오연료용 옥수수를 심어 상당량의 수입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옥수수 박사로 불리는 김순권 국제옥수수재단 이사장은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옥수수 수입국인 한국은 관료, 정치인, 학자들이 막대한 옥수수 수입 관련 이권 챙기기에만 골몰해 나라 전체의 이익은 외면하고 있다”며 “옥수수의 최대 수입처는 농협이며 교수들도 이를 거들어 ‘교피아’라는 말도 나온다”고 현재의 세태를 꼬집었다.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부광약품
동화약품
존슨앤드존슨
탁센
동아ST
한국다케다제약
사노피
동국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차병원
신풍제약주식회사
정관장몰
한국화이자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휴온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