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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위생 보호 위한 ‘음식점 위생등급제’는 겉치레 제도?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06-15 09:26:21
  • 수정 2020-09-14 12:5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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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제성 없어 신청 업소만 평가, 등급 공개 의무도 無 … 외국선 낮은 등급 업소 폐점까지 조치
최근 메르스 사태 등으로 위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외식업계에서도 자체적으로 위생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겉보기에 청결하지 않아보이는 음식점은 방문을 꺼려한다. 정부도 이같은 상황에 발맞춰 최근 음식점의 위생상태에 등급을 매기는 ‘음식점 위생등급제’를 2017년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강조했던 4대악(학교폭력·성폭력·가정폭력·불량식품) 중 하나인 불량식품 퇴치 정책과 연관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 위생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이같은 제도를 도입하겠다며 지난해 국회에 관련 법안을 상정한 상태다.

식약처가 도입하는 음식점 위생등급제는 서울시가 2009년부터 시행 중인 제도의 확대 버전이다. 당시 서울시는 관내 관내 일반음식점의 식품위생관리 수준향상과 음식점 이용시민에게 바르고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정보제공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국내에서 최초로 제도를 시행했다. 주류 판매 위주의 일반음식점을 제외한 평가 희망 업소를 대상으로 화장실·주방 위생, 시설 청결 등을 점수화해 총 100점 만점으로 등급을 산출하고 있다. 평가결과에 따라 90점 이상은 AAA, 80~90점 AA, 70~79점 A를 부여한다. 그 이하는 등급을 매기지 않는다. 

서울시의 평가는 식품위생관련 전문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위탁해 실시한다. 평가요원 2인이 대상 업소를 직접 방문해 육안관찰로 1회 평가한다. 여름휴가철(하절기)을 제외한 매년 4~10월 중에 실시한다. 위생등급제에 신청한 음식점은 △시설청결(바닥, 환기구, 금연구역 등) △화장실 위생 △주방 위생(식자재 관리 등) △종사자 위생 관리 등 총 4개 분야의 44개 항목을 평가받는다.

이명수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지난해 4월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식약처가 추진한 음식점 위생등급제도와 관련해 쓴소리를 뱉어냈다. 이 의원은 제도의 문제점을 언급하며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도입할 경우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같은 지적이 나온지 1년이 지난 지금도 지적된 사항은 수정되지 않은 채 원안 그대로 국회에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일선 음식점이나 관련 단체들은 제도 시행 취지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평가방법 등에 문제가 있다며 섣부른 시행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대표적 음식점 이익단체인 한국음식업중앙회는 위생등급평가제가 약보다 독이 될 수 있다며 현안에 대해 강력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위생등급제 취지가 자율적인 위생수준 향상을 유도하고자 하는 것인데 이와는 달리 등급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인해 위생등급제 시스템 자체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며 “음식점에 대한 새로운 규제로 인식하는 등 도입 취지와 전혀 다른 많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음식점 위생등급제는 평가결과 부착이나 시정명령 등 사후 조치에 대한 의무규정이 없다. 평가를 신청하지 않은 음식점은 소비자가 위생상태를 알아볼 방법이 없다. 낮은 등급을 받은 음식점은 평가 결과를 숨겨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등급표시방법이 A, AA, AAA 등급이어서 이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A등급이 최고등급인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따라서 A, B, C 등급으로 표기하거나 A(보통), AA(우수), AAA(최우수) 등으로 등급내용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번 등급을 받으면 등급을 다시 올리기가 어렵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까지 평가를 받으면 등급이 2년간 유지돼 새롭게 평가를 받으려해도 2년을 기다려야 했다. 올해부터는 기간이 완화돼 1년간 평가등급을 유지해야 한다.

한국과 유사한 위생등급평가제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 LA카운티에서는 등급을 낮게 받았거나 불만을 가진 업소들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일정한 검사료를 납부하면 업소를 재정비해 다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물론 1년 내에 70점 이하 점수를 두 번 받으면 폐점이나 고소의 대상이 되는 불이익이 있다.

자율적으로 신청한 업소를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하다보니 낮은 등급을 받은 음식점에 대한 사후조치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평가항목을 근거로 조치를 취하라는 권고만 할 뿐 어떠한 강제적 조치도 없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사후조치가 없으면 위생등급평가제를 실시할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제도 도입의 찬성측은 최근 정부가 지정한 모범음식점 등에서 식품위생범 위반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국민의 신뢰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모범음식점은 엄격한 심사와 절차를 통해 선정되며 융자, 물품, 세제 등 재정적 지원을 받는 만큼 일반음식점보다 위생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위생등급제 찬반논란은 국내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도 음식점 위생등급제 도입에 대해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고민을 겪고 있다. 지난해까지 미국내 40개 대도시가 식당 위생 등급을 공개하고 있다. 일부 도시의 경우 모든 업소를 대상으로 위생등급을 매겨 출입문을 통해 드나드는 이들이 한 눈에 평가결과를 보도록 조치하고 있다. 뉴욕시의 경우 등급제 공개 이후 살모넬라균 감염 사고가 약 14%나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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