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후 6개월이 다 된 현재 주춤했던 흡연 심리가 되살아나면서 정부와 담배제조 및 유통업체가 짭짤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담배의 대안으로 주목받았던 전자담배의 인기도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금연을 위해 전자담배를 사용했다가 오히려 담배와 전자담배를 모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담배족’이 등장하기도 했다.
담배 제조사는 담뱃값 인상의 가장 큰 수혜자다. KT&G의 지난 1분기 잠정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오른 1조1369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64.7% 뛴 4285억3500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2013년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6.4%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담뱃값 인상 덕을 톡톡히 봤다. 이 회사의 주가는 종가 기준 연초 7만8200원에서 지난 29일 9만6400원까지 올랐다.
담뱃값 인상 초기 매출 하락을 걱정했던 편의점들도 쾌재를 부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년 대비 편의점의 담배 등 기타 부문의 매출 증가율은 지난 2월 7.7% 오른 뒤 3월엔 46.4%, 4월엔 53.5%까지 치솟았다.
BGF리테일(편의점CU)의 주가는 지난 1월 종가 기준 7만4400원에서 15만2500원으로 104.97%, GS리테일은 2만4650원에서 3만9450원으로 60.04% 상승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올 초 내수 담배가격 인상 이후 담배회사의 시장점유율 흐름과 1회성 이익 반영 여부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다소 사라졌다”며 “관련사 이익이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실적과 주가가 오를 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세수 증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오른지 넉달만에 6100억원의 세금이 더 걷혔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세수 증가가 올해만 2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담배의 몸값이 치솟자 전자담배 업계가 호황을 누렸다. 전자담배 바람은 담뱃값 인상이 예고된 지난해 8월경부터 불기 시작했다. 지난해 전자담배 수입량은 31t으로 2013년 대비 중량 기준 348.2%, 금액 기준 342% 증가했다.
담뱃값 인상 이후 유행처럼 전자담배를 이용했던 흡연자 중 일부는 금연의지를 상실한 뒤 다시 담배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이처럼 담배와 전자담배를 모두 사용하는 사람을 ‘하이브리드(hybrid) 흡연자’라고 한다.
이미 전자담배가 금연에 효과가 없다는 사실은 선행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현재 전자담배의 금연효과에 관한 의학적 근거가 충분하게 확보되지 않아 금연보조제로 광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전자담배와 담배를 함께 피는 습관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과 같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관계자는 “전자담배 용액 양 조절에 실패해 과도한 양의 니코틴을 흡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전자담배와 일반담배 둘 다 동시에 피울 경우 흡연중독 정도가 높아져 나중에 금연을 결심하더라도 실행하는 게 훨씬 힘들어진다”고 강조했다.
김대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자담배는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이 담배와 거의 대동소이한데도 마치 치료제인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잘못된 지식을 캠페인 등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담뱃값 인상이 일부 청소년이나 저소득층의 흡연율을 줄이는 효과를 보였지만 궁극적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며 “금연을 위한 의학적 치료를 활성화하는 등 비가격적 금연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은 이미 몇년전부터 지속됐다. 주요 쟁점은 체내 니코틴 흡수다. 담배 속 니코틴은 뇌 도파민 분비를 자극하는 물질로 금단증상을 일으키며, 반감기가 약 50분으로 짧아 담배를 습관처럼 입에 물게 만든다. 문제는 전자담배의 니코틴 품질이 일정치 않고, 개인이 취급하기에 따라 과다흡수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최근엔 전자담배에 포함된 니코틴 함량이 일반 담배보다 최대 2.6배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소비자원이 국내 유통되는 18개 전자담배의 기체상 니코틴 함량을 측정한 결과 17개 제품에서 국제품질연구소(ISO) 기준 일반 연초담배의 기체상 니코틴 함량보다 1.1~2.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절반 이상인 13개 제품은 일반담배보다 니코틴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지만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과 아세트알데히드가 검출됐다. 이 중 한 개 제품에서는 연초담배 대비 1.5배 많은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기도 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연초담배와 동일한 흡연 습관을 유지할 경우 전자담배를 통해 더 많은 니코틴을 흡입할 우려가 있다”며 “현행법상 니코틴을 1%(10㎎/㎖) 이상 포함하는 니코틴액상은 유독물질로 분류돼 허가받은 업자만 판매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치사량(성인 기준 40~60㎎)을 넘어서는 니코틴 원액을 국내 판매점이나 해외 직구를 통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감전 또는 배터리 폭발 위험도 존재한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32개 전자담배의 배터리 및 충전기 안전성 조사를 실시한 결과 10개 제품에서 감전 위험이 발견돼 리콜 명령을 내렸다. 실제로 전자담배를 피던 중 배터리가 폭발해 얼굴과 신체에 2도 화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전자담배 충전기는 품질을 보증할 수 있는 전용 매장에서 구매하고, 정부가 안전성을 인증한 KC 마크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