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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병원, 세종시에 500병상 종합병원 건립 … 충북대병원·개원가 심기 불편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6-07 23:07:50
  • 수정 2020-09-14 13: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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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44억원 투자, 2018년 개원 예정 … 을지대병원·유성선병원·건양대병원 타격 클 듯

세종시 충남대병원 조감도충남대병원이 충남 세종시에 5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건립키로 하면서 주변 병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특별본부는 지난달 24일 행복도시 1-4생활권 종합의료시설용지 3만5261.3㎡에 대한 입찰을 실시한 결과 충남대병원이 최종 낙찰자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충남대병원은 2844억원 투자, 올 하반기부터 건립 공사에 들어가 연면적 7만541㎡의 지하 4층, 지상 10층 규모의 세종충남대병원을 지을 계획이다. 세종시 첫번째 종합병원으로서 20여개 핵심 진료과목을 두고 2018년 개원할 예정이다. 세종시 유입인구의 연령대가 주로 30~40대인 만큼 질병 예방 차원에서 검진센터와 건강증진센터를 특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세종시민의 의료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안정적인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면서 심뇌혈관센터, 암센터, 여성어린이센터, 국제진료센터 등을 차례로 설치할 계획이다. 또 임상시험센터, 로봇재활센터, 국제희귀유전질환센터를 설립하고 KAIST 교수진과 공동연구 및 협진체제 구축도 추진할 방침이다.
김봉옥 충남대병원장은 “세종충남대병원이 개원하면 응급의료 및 2차 이상 의료서비스 공백이 해소돼 입주민과 이전 공무원의 안정적인 정착에 기여할 것”이라며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병원의 역량을 쏟아 붓겠다”고 말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새 병원이 개원하면  세종 신도시의 주거 여건이 개선되고 의료서비스 공백에 대한 우려도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중소 규모의 전문병원이 입주할 수 있는 의료시설용지를 별도로 설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2844억원에 이르는 재원을 마련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전체 비용의 약 30% 정도는 국비지원이 예상되지만 충남대병원이 자체적으로 2000억 원 이상의 투자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병원 측은 국립대병원 중 빚이 없는 유일한 병원이라고 건실함을 내세우며 천문학적 비용을 마련하려면 지역사회의 협력이 필수라고 홍보하고 있다.

최근 몇년간 세종시 인구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의료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2013년 기준 세종시의 의사 1인당 인구수는 1298명으로 전국 평균인 575명보다 2.3배나 많다. 현재 세종시의 병·의원은 모두 51개로 2013년(16개)에 비해 3배 이상 늘긴 했다. 치과 17개, 한의원 8개, 소아과 7개, 내과 5개, 이비인후과 4개, 정형외과 3개 등이다. 하지만 중증질환 등 치료가 힘든 질환을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종합병원은 하나도 없다. 이로 인해 중증 환자들은 인근 대전이나 청주로 원정 진료를 가야 했다. 세종시가 발표한 ‘2014 세종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세종시 주민의 45.8%가 세종시 외부 의료기관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종별로는 종합병원이 56.9%로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인근 대형병원들은 너도나도 세종시에서 오는 환자를 흡수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왔다. 세종시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유성선병원원은 외래환자의 30%가 세종 주민인 점을 감안해 병원을 확장하고 진료과목을 특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또 현재 200병상의 입원실을 350병상 규모로 확대하고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을 겨냥해 검진센터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건양대병원은 세종시에 있는 1차 의료기관과의 진료 협력을 강화하고 응급센터 시설 및 인력을 확충해 의료의 질을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재 병원 주차장 부지에 1000병상 규모의 제2병원을 짓고 메디컬 콤플렉스를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세종 특수를 위해 기존에 없던 심장센터 등 전문 의료센터를 개소해 진료의 특성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을지대병원은 기존에 실시하던 고객감동서비스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2013년부터 진료협력센터가 실시하던 세종시 의사회와의 간담회 등을 더욱 활성화해 지역주민의 건강상태를 면밀히 조사하고 전략적인 네트워크를 꾸린다는 계획이다.

세종충남대병원의 등장은 이들 세 병원의 로드맵에 큰 지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지역 종합병원 관계자는 “세종시에 새 병원이 들어선다고 해서 향후 로드맵을 수정할 계획은 없다”며 “환자중심 진료라는 병원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면 환자는 알아서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변 병원 관계자들 사이에서 ‘세종시에서 대전이나 청주 지역은 차로 15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인데, 굳이 500병상이나 되는 종합병원이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긴 하다”고 덧붙였다.

세종시 내에서 환자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개원 병원들은 참담한 심정이다. 한 개인 치과 원장은 “3년 전 병원 개원을 준비할 때만해도 다른 개원가와의 경쟁은 예상했지만 세종시에 종합병원이 들어온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며 “종합병원이 들어서는 2018년 이후 살아남는 개원 병원은 절반도 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충북대병원과 충북 오송지역도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청주권 거점 국립대 병원인 충북대병원과 새 병원이 들어설 예정인 행복도시와의 거리가 15~20㎞에 불과해 대규모 환자 유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규모 면에서 충북대병원은 충남대병원에 한참 뒤쳐지는 상태여서 환자까지 빠져나갈 경우 경영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충남대병원은 총1421병상으로 병실은 이미 포화상태이며 연간 의료수익은 지난해 기준 2898억원에 달한다. 반면 충북대병원은 총 672병상에 연간 의료수익이 1468억원에 불과하다.

또 충북 오송지역에 분원을 건립하려는 충북대병원의 계획에도 큰 차질이 생겼다. 임상병원이라는 ‘특성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행복도시와 30분 거리에 불과해 연구 및 진료기능이 겹치게 된다.
충북도청 관계자는 “수 년 동안 노력했지만 수익성 등의 문제로 병원 유치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기능에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인접지역의 병원 유치를 반길 수는 없는 분위기”라고 밝했다. 

세종시내 대형 의료기관의 출현이 충북지역 의료환경을 낙후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미 KTX 개통 등으로 지역 환자 유출이 심각한 상황에서 의료진까지 새 병원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 광역시도 중 소아 및 중증외상 분야에서 전문센터가 설치되지 않은 곳은 제주와 충북뿐인 상황이 충북 의료계의 경쟁력 저조와 위기감을 뒷받침한다. 
충북지역 종합병원 관계자는 “막대한 예산이 세종에 쏠리는 결과에 대해 자치단체와 정치권은 버금가는 예산이 투입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지역 병원의 자생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갖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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