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열대식물들이 국내에서도 재배되고 있다. ‘아티초크’, ‘오크라’ 등 이름조차 생소한 작물들이 농업인에게 새로운 소득 창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여러 방송을 통해 화학요법 항암제보다 효능이 좋다 알려진 ‘그라비올라’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
그라비올라는 원산지가 인도,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와 남아메리카 지역이다. 국내에서는 가시여지라고 불린다. 인디언들이 배가 아플 때 먹던 천연 약초라는 설도 있어 과거 북아메리카에서도 섭취된 것으로 추정된다. 브라질에서는 원주민 사이에서 만병통치약으로 전해져 내려온다. 벌레퇴치 효과도 있어 이를 먹거나 바르면 병해충이 달려들지 않는다.
연 강수량이 1000㎜ 이상인 곳에서 주로 재배된다. 나무는 최대 6m까지 자라며 잎은 길쭉하다. 열매는 하트모양으로 큰 녹색을 띠며 짧고 물렁한 가시를 가졌다. 유럽·미국·브라질에서는 잎이나 열매의 향을 아이스크림, 무스, 젤리 등에 첨가해 먹는다.
국내에서는 주로 화분으로 재배되며 어떤 토질에서도 잘 적응한다. 주로 접목이나 종자로 번식하며 1~3월에 열매를 맺는다. 재배법도 편하고 파종한지 보름이 지나면 싹이 돋는다. 묘목은 종자 발아 후 6~9개월이 지나면 산에다 심을 수 있다. 원산지가 열대이지만 내한성이 강한 편이다.
잎은 건조법이나 환경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상태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국내 온실 재배품의 경우 잎은 100g당 약 1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된다. 해외산은 50g에 약 6000~3만원까지 다양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6~8월 동남아시아 우기가 시작되면 해외산 그라비올라 가격도 덩달아 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기가 되면 이파리의 풍미나 약효가 떨어지게 된다.
복용법은 물 2ℓ에 그라비올라 말린 잎을 20~25개 넣은 뒤 약 1시간 푹 우려내면 된다. 자주 마시지 말고 공복에 한 컵씩 하루 3번 마시는게 적당하다. 아토피치료제로 사용하는 경우 우려낸 물로 비누를 만들거나 미스트로 사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대규모 임상시험은 아니었지만 1976년 미국 국립암연구소 연구를 통해 그라비올라의 아노나세오스 아세토제닌(Annonaceous acetogenins) 성분이 악성세포를 파괴하고 항암효과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천연항암제 및 차세대 항암제 후보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화학적으로 합성하는데 실패해 약으로 개발되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1996년 가톨릭대 의대 연구 결과 그라비올라 추출물이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항암제 아드리아미신보다 선택적으로 항암세포를 죽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통해 그라비올라가 기존 항암제보다 메스꺼움, 체중감소, 탈모, 간손상 등 항암치료에 따르는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서는 대장균과 황색포도상구균에 그라비올라 추출물을 투여한 결과 10분 후 전자가 약 50.8%, 후자가 약 85.9% 사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라비올라는 체내 면역체계를 보호해 고혈압, 당뇨병, 피부질환, 심장질환 등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제7의 영양소로 주목받는 피토케미컬도 그라비올라에 함유돼 있다. 인체로 들어가면 항산화 작용을 하고 세포 손상을 억제한다. 피토케미컬을 장에 흡수되는 비율이 최대 60%다. 이는 단백질·탄수화물(100%)이나 비타민(70%)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식품영양학 전문가들은 피토케미컬이 장내에서 흡수되지 않고 빠져나가도 체내에 잔류하는 동안 다른 영양소의 섭취량 조절 기능을 통해 여러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라비올라는 혈압을 내리는 작용을 해 저혈압환자는 복용을 하지 않는 게 좋다. 강한 항균작용 때문에 장기복용 및 과다복용은 금하고 반드시 정제된 잎만을 사용해야 한다. 진정작용으로 드물게 졸림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라비올라의 씨앗에 포함된 아노나신 성분은 파킨슨병을 유발할 수 있는 알칼로이드다. 신경변성 등과 관련된 질병을 초래할 수 있다. 2010년 프랑스 보건당국은 그라비올라의 섭취가 파킨슨병을 초래하는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인간 건강에 잠재적인 위험을 가져올 수 있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