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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챙겨 먹는 게 많이 먹는 거라뇨?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5-03-04 14:25:19
  • 수정 2015-03-06 11: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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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식하는 자신에 우월감 느끼며 남들 식사 지적 … 식사 횟수보다 중요한 것은 ‘총 칼로리’

자신이 소식하는 것을 지나치게 드러내는 것은 아무래도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과도하게 나타나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에스테틱을 운영하는 유모 씨(32·여)는 최근 손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세끼를 다 챙겨먹는 게 너무 많이 먹는 것 아니냐’는 말에 적잖이 충격받았다. 유 씨는 “다이어트를 하느라 규칙적으로 세끼를 챙겨먹고 있는데 한국인이라면 하루 세끼를 먹는 게 건강한 식단이 아니겠느냐”며 “균형 잡히게 챙겨 먹는 세끼 식사가 과도한 수준인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건강관리를 빙자한 몸매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이런 저런 식사법이 소개돼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하루 세끼 식사를 챙겨먹는 단순한 방식보다 1일1식, 5끼니 나눠먹기, 하루 두끼식사, 주말단식 등이 선호되는 추세다. 

기존 ‘브런치족(아·점 식사와 저녁을 챙기는 부류)’이 주말 두 끼식사 그룹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면 최근엔 ‘딘치’(Dinch)족까지 등장했다. 점심과 저녁인 디너(Dinner)와 런치(Lunch)를 합친 말로, 점심 겸 저녁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딘치족은 아침을 챙긴 후 주말의 여유로운 시간대인 오후 3~5시 사이에 저녁과 점심식사를 겸한다. 주중 직장생활에 쫓겨 다소 건강하지 못한 식사로 때우는 젊은 직장인이 주말만큼은 ‘가볍지만 소홀하지 않은’ 한 끼를 챙겨먹자는 게 딘치 바람의 시작이다. 다이어트가 전국민적 관심사가 된 상황에서 저녁은 될 수 있으면 일찍 챙겨 먹자는 생각도 한몫한다.

이처럼 ‘소식’이 건강 키워드로 자리잡으면서 평소대로 세끼를 챙겨먹는 사람을 ‘건강에는 전혀 관심없는 사람’으로 보는 시선도 적잖다. 소식하는 자신의 식사습관을 은연 중 자랑거리로 삼으면서 주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여대생 김모 씨(23)는 최근 다이어트에 성공한 대학 동기와 식사하는 게 영 부담스럽다. 매번 함께 밥을 먹을 때마다 자신이 얼마나 적게 먹는지를 으스대는 통에 입맛이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신은 맛있게 먹고 있는데 몇 숟갈 깨작거리다가 “아 배부르다, 지쳤어, 더 못먹어”라며 “넌 정말 많이 먹는구나, 몸매관리는…”하며 은근히 신경을 긁는다.

김 씨는 “즐거워야 할 식사시간이 동기 하나 때문에 짜증스런 시간으로 변하고 있다”며 “올해는 시간표를 달리해서 같이 밥을 먹는 시간을 최소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친구는 입맛이 까다롭고 적게 먹는 걸 굉장한 벼슬로 알아 다른 친구들의 식사량까지 하나하나 꼬투리잡는다”며 “입맛이 까다로운 면도 있겠지만 다이어트 강박에 빠져 많이 먹을 수 있는데 스스로 자기관리에 성공하고 있다는 충족감을 알리고 싶어하는것 같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이모 씨(30)도 직장 상사의 끊임없는 ‘식사 지적’ 때문에 행복해야 할 점심시간이 짜증나고 피곤한 시간으로 변했다. 젊은 사람 못잖게 스타일리시한 ‘꽃중년’ 상사는 매번 식사 때마다 직원들이 어떤 메뉴를 선택하는지, 얼만큼 먹는지 등을 유심히 살펴보며 “그렇게 먹어서는 안돼”하고 지적한다. 단순히 챙겨주는 거라면 모를까 “젊은 사람들이 나보다 배가 나와서 되겠냐”며 “50대인 나도 관리하는데 신경들 좀 쓰라”며 은근히 자기자랑까지 하는 데 부아가 치민다.

이 씨는 “아무도 상사의 식사량에 관심이 없는데 계속 나를 보라며 식사 패턴을 지적하니 밥맛이 뚝 떨어진다”며 “오지랖이 넓어서 그런 것밖에 자랑할 게 없는지 정말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남들의 식사량을 보고 ‘지적질’까지 하는 우월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처럼 자신이 소식하는 것을 지나치게 드러내는 것은 아무래도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과도하게 나타나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식욕은 사람의 생존 욕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쾌락’을 느끼게 한다. 먹는 욕구보다 상위에 존재하는 욕구는 사랑받는 것이다. 먹을 것을 참고 억누르는 것은 생존 욕구 못잖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같은 마음이 지나쳐 ‘음식을 참는 나’, ‘자기관리를 열심히 하는 나’를 지나치게 드러내 주변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이다.

윤 교수는 “중년 남성이 소식하는 자부심을 자꾸 드러내는 것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함께 권력지향적인 측면이 동반되는 것”이라며 “예컨대 내가 아직 이만큼 건강하고 파워가 있다는 것을 식사조절이란 가시적 지표를 통해 보여주려는 속셈이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몸매관리를 위해, 건강을 위해 ‘특별한 방법’을 찾고 싶은 사람들은 평범한 하루 세끼 식사보다 특별해보이는 방법을 찾는다.

일례로 몇 년 전부터 하루 한 끼만 먹어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1일1식’이 각광받고 있다. 저자 일본 의학박사 나구모 요시노리는 “배가 고파서 꼬르륵 소리가 나면 뇌에서 호르몬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살도 빠지게 하고 몸을 젊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아침을 거르는 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건강법이라는 주장을 담은 ‘1일 2식’이란 책도 나왔다.

끼니 횟수를 줄이자는 책들에 대항해 ‘하루에 다섯 끼를 먹는게 다이어트에 더 좋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공복 상태에서는 인슐린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돼 먹는 족족 쉽게 지방으로 쌓이기 때문에 적은 양을 여러 번 섭취하는 게 오히려 비만을 막는 데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말 그대로 끼니 춘추전국시대다. 

‘몇 끼를 먹어야 한다’는 데 정답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식사 횟수’보다 ‘총 열량(칼로리)’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끼니를 챙길 때 중요한 것은 한 끼에 얼마나 균형잡힌 식단으로 얼마만큼의 식사를 하느냐의 여부”라며 “식사의 횟수보다 중요한 것은 매번 배가 터질 정도로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절식과 소식이 건강을 지키고 생명을 연장시킨다는 사실은 여러 과학적 결과가 입증하고 있다”며 “흔히 장수유전자로 불리는 ‘시르투인’ 생명 연장 유전자를 활성화시켜 체중조절, 몸매교정, 건강관리에 도움된다”고 설명했다. 즉 끼니 횟수보다 적게 먹기, 칼로리 감소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과식이나 폭식을 피하고 늘 공복 상태처럼 배고픔이 조금 남아 있는 정도가 가장 적당한 음식량이다. 영양소가 부족하지 않되 열량을 제한하면서 식사하는 게 중요하다.

황환식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소식을 한다는 것은 다이어트 기간에만 적게 먹는 게 아니라 항상 음식을 적게 먹는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밥 한 공기를 먹는다면, 항상 그것의 50∼60%만 먹으라는 얘기다.

그래도 끼니의 횟수를 따진다면 뭐든지 클래식한 게 최우선이다. 일반적으로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를 챙겨 먹으면서 군것질을 삼가는 게 올바른 식습관이라는 데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의한다. 하루 한 끼 식사법만으론 자칫 필요한 영양소를 놓칠 수 있다. 지나치게 자주 먹는 것도 좋은 습관은 아니다. 식후 2시간 정도 지나면 지방이 분해되기 시작한다. 조금씩 자주 먹을 경우 지방이 분해되기 전에 저장돼 버릴 우려가 있다.

윤대현 교수는 “사실 지나치게 식사량을 조절하며 우월감을 보이는 사람 중엔 다이어트를 하느라 식욕을 지나치게 억누르는 경우도 적잖다”며 “상당수가 어느 순간 봇물 터지듯 식욕이 폭발하면서 일반인보다 폭식하게 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엔 몸매나 외모의 아름다움이 중시되면서 자기도 모르게 ‘외모가 아름다워지고 몸매가 44사이즈로 변하면 당연히 행복해질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난해 한 연구에서는 다이어트에 성공한 뒤 몸매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증으로 우울증이 초래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란 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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