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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기부전치료제 시장 흥망성쇠 … 비아그라·짝퉁·제네릭·시알리스필름형으로 권력이동
  • 현정석 기자
  • 등록 2015-02-16 18:31:06
  • 수정 2020-09-14 13: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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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도 모자라 약국·길거리서 가짜 성행 … 한미약품 88전성시대, 1000원대 비아그라 제네릭 등장
2013년 5월은 화이자의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 sildenafil)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국내사들의 ‘묻지마 경쟁’에 돌입한 전환기다.
이 약은 1999년에 출시돼 대대적 반응을 얻어 첫해 매출액이 180억원에 달했고, 5년간 약1000억원 어치가 판매됐다. 10년동안 비아그라 판매량은 한국 남자 모두 1알 이상 복용한 정도인 3043만정이 판매됐다.

이렇게 인기를 얻자 중국 등지에서 ‘제네릭’도 아닌 불법 가짜약들이 선을 보였고 인터넷을 통한 판매가 기승을 부렸다. 심지어 일부 약국에서는 처방전을 받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가짜를 한 알당 900원에 구매해 5000원에 파는 등의 사기·불법 행위도 저질렀다.

가짜약은 초반에 유흥가를 중심으로 판매되다 전단지 영업을 통해 유통되는 단계로까지 전락했다. 초기 가짜약은 실데나필 성분이 들어있지 않았지만 대략 2003년을 기점으로 실데나필 또는 유사 화학구조 성분이 함유된 업그레이드 가짜약이 나돌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최근의 가짜약은 대체로 발기유발 유효성분이 과용량으로 들어간 경우가 많고, 상습 사용자들도 으레 그렇게 알고 구입한 직후에는 반을 쪼개먹다가 치료반응을 살펴가며 양을 늘려간다고 전해진다. 과소량보다는 과용량 가짜약이 늘어난 것도 흥미롭다.

2013년 비아그라의 시대를 종식시킨 게 한미약품의 ‘팔팔정’(성분명 실데나필, sildenafil)을 비롯한 40여개 이상의 국산 제네릭 출시다. 이 중 억 단위 월매출을 올리는 회사는 10개 미만이고, 백만원 대의 매출에 그치는 회사도 대여섯군데나 된다. 그래서 제약사가 약을 팔기 위해 만들었는지, 자기들끼리 몰래 복용하기 위해 생산하는지 모르겠다는 비아냥 섞인 조롱을 듣기도 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은 화이자의 비아그라, 릴리의 ‘시알리스’(성분명 타다라필, tadalafil), 바이엘의 ‘레비트라’(성분명 바데나필,  vardenafil)이 삼분하는 구도였다. 레비트라의 경우 바이엘이 한국글락소스미스클라인 및 종근당과 공동판매를 하다 판매 부진으로 인해 공동판매를 접었다. 시알리스는 약가가 다른 약들보다 약 2배 가량 비싼 1만6000~1만8000원 정도여서 판매가 급격히 늘 여건이 못됐다.

당시 3각구도가 차츰 붕괴되고 시장이 정체된 것은 마케팅 전략의 실패일 수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비아그라 인지도의 절대적 우위와 짝퉁시장의 견고한 성장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비아그라가 발기부전치료제의 대명사가 되다시피하니 인지도에서 크게 밀렸던 레비트라·시알리스·자이데나 등은 치고 올라가기 어려웠다. 짝퉁시장조차도 비아그라를 집중적으로 모방해 가짜약을 내놓았기 때문에 비아그라의 인지도는 좀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데에는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약인 데다가 자신이 발기부전임을 인정하기 싫어 병원을 찾지 않겠다는 심리가 강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접대용으로 발기부전약을 상납하는 한국적 풍토에서는 가짜약을 다량 구입하는 양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었다. 발기부전 환자나 타인이 갖다준 제품을 복용하는 환자는 가짜약임에도 심인성 발기부전인 까닭에 플라시보 효과(가짜약을 먹었지만 실제약을 먹었다고 생각해 나타나는 치료효과)를 보고 이에 만족했다.

토종 발기부전치료제는 2005년 동아제약의 ‘자이데나’(성분명 유데나필, udenafil)를 필두로 2007년 SK케미칼의 ‘엠빅스’(성분명 미로데나필, mirodenafil), 2011년 JW중외제약의 ‘제피드’(성분명 아바나필, abanafil) 등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3년 비아그라의 특허만료로 인해 시장의 판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제네릭들간에 가격 경쟁이 붙기 시작하자 1만2000원 가량 하던 비아그라의 절반 가격도 안되는 한미의 ‘팔팔정’이 낮은 가격과 영업력을 내세워 매출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대부분 제품 이름이 ‘누리그라’‘헤라그라’‘세지그라’ 등 비아그라의 아류이거나, ‘그날엔포르테’처럼 성적인 암시를 주는 방향으로 지어졌는데 팔팔은 단순한 이름으로 사람들 뇌리에 각인됐다.

비뇨기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2013년 이전에는 발기부전환자가 의사 처방대로 약을 받아갔지만 이후 환자들이 의사들에게 값싼 제네릭을 요구하는 경우가 급속하게 늘어났다고 한다. 이렇게 되자 국내 제약사들은 가격을 인하하기 시작해 최근 동광제약은 ‘자하자정’의 가격을 1000원대까지 내려놨다. 이는 가짜약 시장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구매자들이 5000원에 가짜약을 구입하겠다는 가격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자 판매량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이다.

2014년 들어 비아그라의 판매는 급속히 줄어 현재 동아제약의 자이데나에도 밀리는 수모를 겪고 있다. 올해 9월 시알리스의 특허가 만료되면 이후 시장의 판도가 다시 급속도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시알리스는 약효지속시간이 36시간으로 주말 내내 약효가 지속된다는 의미의 ‘위크엔드필’로 불리고 있지만 가격이 현재 1만6000원 가량으로 비싸 처방량이 줄어들고 있다. 제네릭이 출시되면 가격하락이 예상되지만 필름형으로 출시된 제품들의 가격형성이 낮게 책정돼야 비로소 시장에 파문을 던질 수 있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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