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종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교수팀은 1992년 이후 지금까지 중증 당뇨병 환자 271명에게 췌장이식을 시행한 결과 이식 췌장 생존율(1년) 87%, 환자 생존율(1년) 95.7%를 달성했다고 12일 밝혔다. 췌장을 이식받은 당뇨병 환자 10명 중 9명이 이식 직후 인슐린주사를 끊었고, 합병증 진행도 사라져 사실상 완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췌장이식은 당뇨병 환자에 대한 인슐린 치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 하는 방법이지만 뇌사자 기증의 절대적 부족, 낮은 성공률, 이식 후 관리의 어려움 등 이유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최근 술기의 발전으로 환자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시행 건수가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이번 연구결과 아산병원에서 췌장이식을 받은 환자의 생존율은 세계 최고 수준인 95.7%(1년), 91.2%(5년), 89.3%(10년)를 달성했다. 이는 췌장이식이 높은 삶의 질과 장기 생존을 보장하는 당뇨병에 대한 근본 치료법으로 정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 교수는 “최근 이식수술 술기와 면역억제제가 발전하고 수술 후 관리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서 췌장이식 성공률이 크게 향상됐다”며 “췌장이식은 인슐린주사나 약물치료와 달리 당뇨병 완치의 길을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팀은 1992년 국내 최초로 췌장이식을 시행했다. 수술 건수가 본격적으로 증가한 2006년부터 최근까지의 치료 효과는 더욱 상승해 세계 최고로 나타났다. 이식편 췌장 생존율은 96.7%(1년)와 87.3%(5년), 환자 생존율은 97.9%(1년), 95.0%(5년)를 기록했다. 이는 췌장이식의 메카로 불리며 2000례 이상의 췌장이식 수술건수를 보유한 미국 미네소타대병원의 생존율을 뛰어 넘는 수치다.
271례의 췌장이식 환자 유형 분석에서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분비 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제1형 당뇨병 환자는 202명, 체질량지수(BMI)는 정상인 상태에서 인슐린치료를 받지만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제2형 당뇨병 환자는 69명이었다.
이식 유형은 췌장 단독으로 이식을 받은 환자가 90명, 당뇨병 합병증으로 신부전이 동반돼 신장과 췌장을 동시에 이식받은 환자가 146명, 먼저 신장이식을 받고 일정 시간 경과 후 췌장이식을 받은 환자가 35명으로 파악됐다. 즉 조기에 췌장이식을 받지 못한 탓에 만성신부전 등 합병증이 와 신장까지 이식한 환자가 66.7%(181명)에 달했다.
한 교수는 “당뇨병이 지속되면 망막질환이나 말초혈관질환 등 관련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져 환자 생존율이 크게 떨어진다”며 “인슐린 치료가 어려운 당뇨병 환자도 초기에 췌장이식수술을 받으면 합병증이 줄고 생존율이 높아지며 추가 신장이식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식수술은 거부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 게 단점이다. 하지만 최근 면역억제제 개선 및 약제 병합요법 개발 등으로 수술 후 환자가 겪는 문제점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