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흔히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가 배뇨장애다. 배뇨장애가 있는 여성은 하루에 10번 이상 화장실에 들락날락하게 되고, 남성은 전립선비대증으로 요도가 막혀 이틀 동안 소변을 보지 못하게 된다.
고령화와 맞물려 배뇨장애 환자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 결과 최근 4년간 요실금 환자는 48%, 전립선비대증 환자는 10.4%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식 국립교통재활병원 비뇨기과 교수팀이 양평군노인복지관을 이용하는 65세 이상 노인 113명을 대상으로 배뇨장애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성의 76%가 과민성 방광, 남성의 47%가 전립선비대증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답변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배뇨장애를 호소하는 비율은 높아졌다. 여성은 70대의 63%, 남성은 70대의 53%가 배뇨장애를 호소했다.
배뇨장애 때문에 병원을 방문하는 노인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여성은 72%, 남성은 47%가 배뇨장애로 인해 생활이 불편해도 병원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병원을 이용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여성의 33%, 남성의 37%가 없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인구고령화로 배뇨장애를 호소하는 노인이 늘고 있지만 이를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치부하고 비뇨기과를 방문하는 게 창피하다고 생각하는 경향 탓에 병원을 방문하는 비율은 낮은 편”이라며 “남녀를 불문하고 배뇨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고통받고 있다면 병원을 방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요실금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으로 속옷을 적시게 되는 일이 빈번해 대부분 남에게 알리기를 꺼려한다. 일상생활에서 기침이나 재채기 할 때에도 속옷을 적시는 복압요실금은 노인뿐만 아니라 40대에서도 쉽게 발생한다. 이는 출산 연령이 늦어진 데 따른 것으로 추측된다. 배뇨장애를 호소하는 여성은 심한 경우 우울증이 올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방광이 과민해져 소변이 조금만 차도 비정상적으로 자주 화장실을 가는 절박요실금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복압요실금은 ‘중부 요도슬링(요도를 받쳐주는 테이프 삽입술)’ 시술로, 절박요실금은 약물치료로 완치시킬 수 있다.
남성의 경우 50대부터 전립선 내부에 비대성 병변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른바 ‘중년의 덫’으로 불리는 ‘전립선 연령’이 시작되는 시기다. 남성에만 존재하는 전립선은 방광 아래 요도를 둘러싼 호두알만한 호르몬기관이다. 이 부위가 비대해지는 전립선비대증이 오면 요도가 압박을 받아 소변을 보기 힘들어진다. 이밖에 오줌이 자주 마려운 빈뇨, 힘을 줘야 소변이 가능한 복압배뇨, 소변줄기가 가는 세뇨, 자다가 일어나 소변을 보는 야간빈뇨 등이 나타난다.
이같은 증상은 날씨가 추워지거나 이뇨제를 복용했을 때 악화된다. 방광이 완전히 비지 않으면 아랫배가 불룩해 보이게 된다. 전립선비대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방광염이나 방광결석으로 악화된다. 심한 경우 신장으로 소변이 역류해 신부전이 생길 수 있다.
이 질환은 잔뇨량 측정, 압력 요류검사, 초음파검사, 방광경검사 등으로 진단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땐 약물치료, 심할 땐 레이저수술이나 극초단파를 이용한 전립선수축수술을 실시한다.
연령이 아주 높거나 건강상태가 나쁜 노인은 수술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영구적으로 도뇨관을 삽입하는 시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배뇨장애를 예방하려면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휴식이 필수다.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을 피하고 기름진 음식, 술, 담배, 커피 등을 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과일, 토마토, 마늘 등 채소류는 자주 먹는 게 좋다. 비만은 배뇨장애를 유발하는 주원인이므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소변을 오래 참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