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너증후군과 제이콥스증후군도 같은 분류 … 치료센터 전국에 두 군데 뿐
일반적인 인간의 염색체 지도
성염색체 관련 증후군에 대해 인식이 낮고, 개념이나 명칭도 잘못 알려져 있는 데다, 제대로 된 치료센터도 전국에 두 군데 밖에 존재하지 않아 의료계의 관심이 요구된다. 이같은 문제로 소아유전의학과에서 이뤄져야 할 진단과 치료가 실제로는 비뇨기과나 내분비내과에서 맴도는 경우하 흔하다. 지난 달 22일 광주광역시에서는 출산 후 휴직 중이던 여경이 생후 1개월된 아들의 클라인펠터증후군 확진 소식에 괴로워하다 동반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성염색체관련증후군으로는 클라인펠터증후군, 터너증후군, 제이콥스증후군 등이 있다. 이들 증후군은 중성이거나 양성이 아닌 간성(inter sex)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 간성은 남성 또는 여성의 전형적인 신체·염색체·생식기 등이 서로 일치하지 않거나, 특징을 모두 가지는 경우(양성)를 통틀은 용어다.
남성은 일반염색체 22쌍과 성염색체 XY 한 쌍을 갖고 태어나는데, 클라인펠터증후군은 여성염색체 X염색체를 1개 이상 더 갖고 있는 유전병이다. 이 증후군이 있는 남성은 일반적으로 고환이 작고 여성형 유방이 나타난다. 또 정자 수가 극히 적어 임신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연령별로는 30~40대가 전체 진료인원 1425명 가운데 830명(57.1%)을 차지한다. 이 증후군은 만13세가 지나야 고환의 기능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나는 만큼 성인이 된 후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정상 남성의 염색체 형태가 44XY라면 클라인펠터증후군 염색체 형태는 47,XXY; 48,XXXY; 46,XY 47,XXY 등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 증후군의 원인은 난자나 정자가 생기는 과정 중에 X염색체가 쌍을 이뤘다가 단일 X로 분리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 문제가 생겨 여분의 X염색체가 더 있는 난자나 정자가 수태에 이용되면 이와 같은 질환이 생긴다. 47,XXY가 가장 많아 80~90%를 차지하며, 모자이시즘(46,XY/ 47,XXY)이 10% 정도를 차지한다. 일부는 48,XXXY, 49,XXXXY도 있을 수 있다.
이 증후군은 불임이나 여성형 유방을 검사하다가 우연히 진단된다. 고환 기능 저하(남성호르몬 분비 저하, 정자 생성 불가능)와 다양한 학습 및 지능 저하가 가장 특징적인 소견이다. 일반적으로 만 13세는 지나야 고환의 기능 저하를 의심할 수 있기 때문에 다운증후군 또는 터너증후군에 비해 진단되는 연령이 조금 높다. 치료는 12세부터 남성호르몬을 투여하며 여성형 유방으로 심리적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면 수술을 시행한다. 수술을 피한다면 유방암이 생기는지 정기적으로 검진해야 한다. 고환의 기능 손상은 영구적이어서 적절한 처치로 남성화 현상을 유발한 후 유지시켜야 한다.
터너증후군(Turner syndrome)은 성염색체인 X염색체가 부족해 난소 형성 부전과 함께 저신장증을 포함한 다양한 신체 변화가 함께 나타나는 유전질환이다. 난소의 기능 장애로 조기 폐경이 초래되며 저신장증, 심장질환, 골격계 이상, 자가면역질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여자는 남자와 달리 온전한 X 성염색체가 2개(44, XX)여야 한다. 터너증후군은 이 염색체의 1개 또는 일부분이 소실되거나, 자궁 내에서 염색체 모양의 이상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터너증후군 환자의 핵형을 분석해보면 45, X가 42% 정도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45, X를 가진 세포와 46, XX가 섞여있는 경우가 11% 가량 된다. 등완 염색체(두 번째 X 염색체가 정상에 비해 작은 경우)는 23% 정도에서 관찰된다. 이밖에 다양한 핵형을 관찰할 수 있다.
여자 아이 2000~5000명 출생 당 1명 정도 발생한다. 산모의 나이가 젊은 경우에는 임신 기간 중에 대부분 자연 유산된다. 자연 유산된 태아의 염색체를 검사해보면 10% 정도에서 터너증후군이 관찰된다. 출생 후 3세까지는 비교적 정상적으로 성장하다가 이후 성장장애가 심해져 성인 키가 결국 140㎝ 정도밖에 안 된다. 심장·콩팥 기형이 잘 발생하며, 갑상선기능이상·비만·당뇨병·중이염·난청·골다공증 등이 출생 후 나타나기도 한다. 난소 기능장애가 이른 시기에 시작돼 거의 대부분 환자에서 사춘기가 잘 오지 않고 불임 등이 초래된다.
이 증후군은 신체 다양한 부위에 구조적 또는 기능적 이상이 발생하고, 그 이상이 나타나는 시기도 다르기 때문에, 검사가 한 번 정상이더라도 주기적으로 재검사를 시행한다. 각 연령대를 기준으로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검사들이 다르므로 지속적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없지만,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호전된다. 치료는 가능하면 일찍 시작할수록 좋으며, 성장이 거의 멈출 때까지 지속하는 게 바람직하다. 국내서는 키가 150㎝가 될 때까지는 보험으로 치료받을 수 있다. 90% 이상의 환자에서 난소 기능이 없어지므로 성인이 돼서도 폐경이 오는 나이까지 여성호르몬 투여가 필요하다.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더라도 성인 키는 평균보다 작다. 일반적으로 지능장애는 없다. 수명은 일반인에 비해 약간 짧을 수 있으나, 비만·고혈압·당뇨병 등은 잘 조절하면 호전될 수 있다. 불임은 거의 모든 환자에서 발생하지만, 자궁이 정상적으로 존재해 특별한 방법을 이용하면 임신이 되기도 한다.
성장장애, 비만, 골다공증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올바른 식습관과 운동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칼슘과 비타민 D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상처 등이 아무는 과정에서 켈로이드가 잘 형성되기 때문에 상처 치료에 주의해야 한다. 감기 등에 걸리면 중이염이 잘 발생하므로 이유 없이 열이 나거나 귀가 아프면 귀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제이콥스증후군은 남성에서 존재하는 성염색체인 Y염색체가 한 개 더 추가된 성염색체이상 질환으로 남아 신생아 1000명 당 1명 정도의 비율로 나타나는 가장 흔한 염색체 질환 중 하나다. 대부분의 47,XYY 남성은 외견상 정상이지만 유소년기에 성장 속도가 빨라 신장이 평균에 비해 크고, 언어능력과 행동발달 및 학습 등에 약간의 문제를 나타내는 특징을 보인다. 47,XYY 남성은 대부분 정상적인 생식능력을 갖고 염색체상 정상인 자녀를 가질 수 있다.
유전자 관련 진단 및 치료센터는 서울아산병원과 아주대병원에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유한욱 의학유전학과 교수가 소아유전학센터장으로 있으며 이범희 교수는 해외연수 중이다. 아주대병원은 손영배 교수가 유전학클리닉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