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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필 고려대 교수 “파라벤 유해성 논란, 심층연구 필요”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11-27 17:28:02
  • 수정 2014-11-27 1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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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스트로겐보다 결합력 최대 100만배↓, 극소량만 피부 흡수 … 80년간 문제 없이 사용

정승필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

최근 경제 발전과 생활습관의 변화로 국내 유방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유방암학회가 발간한 ‘2014 유방암백서’에 따르면 2012년 국내 유방암 발생률은 10만명당 52명으로 처음으로 일본을 능가해 동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유방암 발병 증가원인을 규명하면서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치약, 샴푸, 크림, 로션 등 생활용품에 함유된 발암물질인 ‘파라벤(p-hydroxybenzoic acid esers, parabens)’이 주요 발병원인으로 지목됐다.

유방암 발생에는 환경이나 유전적 요인 외에도 여성호르몬 노출기간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노출된 기간이 길수록 초경이 빠르고, 폐경이 늦으며, 유방암 발생률이 높아진다. 파라벤은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구조를 띄고 있어 인체에 흡수될 경우 유방암 발생률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유방암 환자의 유방조직에서 파라벤이 검출됐다는 연구논문이 발표되면서 이 물질의 위험성이 대두됐다.

하지만 파라벤은 에스트로겐에 비해 수용체 결합력이 1만~100만배 가량 약하다. 이 때문에 유방 조직에서 암을 발생시키려면 매우 고농도로 존재해야 한다. 또 이 물질이 어느 정도 흡수되고 얼마 만큼 몸 속에 존재해야 유방암을 발생시키는 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정승필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유럽과 미국에선 파라벤을 단독시 0.4%, 혼합 사용시 0.8%까지 첨가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며 “3세 이하 어린이의 경우 파라벤이 들어간 제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한 규정을 준수한 제품은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파라벤 양은 매우 소량이므로 유방암과 연관 짓기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파라벤은 세균을 억제하고 제품 보존 기간을 늘리기 위해 1930년대 미국에서 개발됐다. 현재 화장품, 식품, 의약품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메틸·에틸·프로필·부틸파라벤 등 4종이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 중 메틸파라벤은 블루베리·당근·올리브 등 천연 물질에서도 발생한다. 정 교수는 “80여년간 특별한 문제 없이 광범위하게 사용돼 온 물질을 유방암과 직접적으로 연결시켜 위험물질로 지목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며 “유방암 발생에는 파라벤 외에도 환경오염, 유해화학물질, 비만, 생활습관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한가지만 콕 집어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라벤의 장기간 사용이 건강에 완전히 무해한지,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치는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기회를 이용하려는 일부 상술에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의사, 과학자, 정부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관련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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