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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김장철, 거대한 김치공장으로 변하는 한반도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4-11-17 17:25:18
  • 수정 2016-02-18 02: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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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 평균기온 4도↓, 최저기온 0도↓ 적정시기 … 젓갈 많을수록 쓴맛 강해져, 남쪽으로 갈수록 양념 多

김치는 소금 함량이 높아 당뇨병, 고혈압, 위 염증 등을 가진 환자들은 이를 감안해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찬바람이 불면서 김장철이 다가오고 있다. 김장철이 되면 한반도는 거대한 김치공장으로 변신한다. 각 가정에선 11월 중순부터 겨우내 먹을 김치를 준비하느라 바빠진다. 과거 한국은 비슷한 위도(緯度)에 있는 나라들보다 추위가 매서워 이 시기를 견딜 음식이 필요했기 때문에 발효시키거나 저장된 음식이 자연스럽게 발달했다. 이런 음식은 다른 문화권에도 있지만 한국처럼 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음식을 해놓는 건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12월 유네스코(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 UNESCO)는 한국의 김장문화를 세계인류무형유산목록에 등재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인에겐 당연한 일이었던 김장이 인류가 지켜야할 소중한 문화로 인정받은 셈이다.

김치의 가장 중요한 재료는 배추다. 들었을 때 묵직하고 모양은 정사각형에 가까운 직사각형인 게 맛이 좋다. 속이 너무 꽉 찬 것은 향미가 떨어지므로 80%만 찬 것을 고르는게 좋다. 가능하면 산지에서 직접 사는 게 좋지만 그럴 여유가 없으면 비싸지만 유기농 배추를 고르는 것도 한 대안이다. 배추 절이기에 자신 없다면 소금에 절인 배추를 구입하면 된다. 산지에서 직접 수확하고 절인 배추는 덜 오염된 물로 씻고 헹궜기 때문에 도시에서 씻은 것보다 맛이 좋다.

김장할 때 쓸 마늘은 국산이 좋다. 중국산은 김치가 익었을 때 씁쓸한 맛을 내지만 국산은 맵고 달다. 까놓거나 갈아놓은 것보다 직접 껍질을 벗겨 갈은 마늘이 특유의 맛을 낸다.

고추는 크게 태양초와 화건초로 나뉜다. 태양초는 햇볕에 말려 꼭지는 노랗고 몸통은 맑고 투명한 빛이 감돈다. 화건초는 쪄서 말린 것으로 녹색 꼭지에 몸통도 탁한 붉은색을 보인다. 태양초는 매운맛, 화건초는 단맛이 풍부해 2종을 함께 사용하면 고추맛을 살리는 데 도움된다. 고추는 17세기 초 임진왜란 이후 일본을 통해 들어왔기 때문에 이전에는 빨간 김치가 아닌 백김치나 동치미를 만들어 먹었다.

김장에 사용되는 젓갈은 지역에 따라 다양하다. 젓갈을 많이 넣으면 쓴맛이 나고 적게 넣으면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기후가 온난한 지역에선 김치가 쉽게 익기 때문에 젓갈을 많이 넣어야 맛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젓갈은 새우젓으로, 경상도 지역에선 멸치젓을 넣기도 한다. 새우젓은 껍질이 얇고 살이 통통한 게 좋다. 중국산은 끝맛이 쓰고 오래 보관하면 하얀 가루가 생긴다. 5월에 담근 새우젓은 김치맛을 잡아주고, 6월에 담근 것은 시원한 맛을 낸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므로 선호하는 김치 종류나 맛도 각양각색이다. 갓 담근 김치는 겉절이 김치처럼 양념맛과 아삭한 느낌이 강하게 난다. 숙성될수록 유산균이 증식해 김치 특유의 맛이 강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맛, 짠맛, 매운맛, 아삭함, 쓴맛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의 김치는 사용하는 양념 자체가 남부지방보다 심심해 맛이 달다. 젓갈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 김치 특유의 아삭함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젓갈을 사용하더라도 담백한 맛이 나는 새우젓 등을 주로 넣는다.

강원도는 오징어와 생태가 많이 잡히기 때문에 김치에도 넣어 먹는다. 배추의 감칠맛을 살리기 위해 멸치국물과 새우젓국을 합한 국물에 살짝 담군다. 태백산맥을 기준으로 동쪽은 오징어·북어·명태를 많이 넣고, 서쪽은 소금과 고추만을 사용해 김치소를 만든다. 각종 작물과 나물 약초를 이용하기도 한다. 더덕김치, 무청김치, 얼갈이 배추김치 등이 대표적이다.

전라도 지방의 김치는 감칠맛이 가장 뛰어나다. 군침을 돌게 하는 맛을 표현할 때 쓰이는 감칠맛은 해산물과 육수에 의해 좌우된다. 예부터 호남평야를 안고 있어 농산물이 풍부해 산채를 이용한 김치가 많다. 남해의 어장에서 잡히는 다양한 해산물 덕분에 젓갈의 종류도 다양하다. 날씨가 따뜻해 간을 세게 하는 편이다. 꼬들빼기, 갓김치 등이 유명하다. 

경상도 김치는 맵고 쓰다. 쓴맛은 젓갈의 양에 영향을 받는데, 특히 경북 지역이 젓갈을 많이 사용한다. 멸치젓을 원액 그대로 사용하므로 김치가 검은빛을 띤다. 비린내가 나지만 익으면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난다. 호남과 마찬가지로 따뜻한 기후로 인해 마늘과 고춧가루를 많이 사용한다. 우엉김치, 콩잎쌈김치, 들깻잎김치 등이 특징적이다.

충청도는 중부지역과 남부지역의 중간이여서 김치도 두 지역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다. 충남은 해안지방과 맞닿아 있어 해산물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충북은 채소를 많이 넣는 편이다. 소박하면서 담백한 게 특징이다. 게국지는 충청도를 대표하는 김치로 젓갈 대신 게장을 사용해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간이 적당히 배면 뚝배기에 담아 끓여먹는다.

북한의 김치는 남한보다 고춧가루를 덜 사용한다. 북한은 냉랭한 기후로 저장에 크게 신경을 쓸 필요가 없어 양념을 이용하기 보단 배추가 물에 잠기도록 만든다. 젓갈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백김치, 동치미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잘 익은 김치를 만드려면 온도와 염도를 고려해야 한다. 온도가 낮고 소금의 농도가 높을수록 숙성기간이 오래 걸린다. 소금 농도가 너무 높거나 오래 절이면 배추나 무가 단맛을 잃어 맛이 떨어진다. 적절한 소금 농도는 2~3%다.

김치란 이름은 침채(沈菜)란 말에서 비롯됐다. 채소를 소금물에 담근다는 뜻으로 김치의 특징을 제대로 표현했다. 건강식으로 꼽히지만 식품 전문가들은 높은 소금 함량을 우려한다. 당뇨병, 고혈압, 위 염증 등을 가진 환자는 하루 소금 섭취량을 6g(나트륨으로는 4g) 이하로 유지해야 하므로 주의해서 김치를 먹어야 한다. 가급적 백김치, 나박김치, 물김치(동치미) 등을 먹는 게 좋다.

과거에는 김장독을 땅에 뭍어 먹었다. 독에서 꺼낸 김치는 2일 정도 상온에서 보관한 뒤 먹으면 맛이 더 풍부해진다. 요즘엔 김치냉장고의 개발로 원하는 숙성 상태의 김치를 선택해 먹을 수 있다.

기상청에서는 매년 11월 중순이 되면 김장 적정시기를 발표한다. 올해는 중부지방은 11월 하순부터 12월 초까지, 남부·동해안·서해안 지방은 12월 상순부터 중순까지로 선정했다. 일 평균기온이 4도 이하, 최저기온이 0도 이하로 유지될 때 김장 적정시기로 정한다. 기온이 너무 높으면 김치가 빨리 익고, 반대로 낮으면 쉽게 얼기 때문에 제 맛을 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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