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하면 체중의 2~5% 정도 감소해도 대사 및 생식기능 호전 … 이후 약물·수술 치료 고려
다낭성 난소증후군은 여러 개의 난포가 동시에 자라 포도송이 모양으로 부풀려지고, 정상적인 배란과 생리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자궁 좌우에 각각 1개씩 존재하는 여성 생식기관인 난소는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등 여성호르몬을 생성하는 기관이다. 난자를 배출해 임신의 시발점이 되는 동시에 다양한 호르몬을 분비하는 중요한 기관인 만큼 문제가 생기게 되면 임신 및 여성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질환이 ‘다낭성 난소증후군’(다낭성 난포증후군, polycystic ovarian syndrome)이다. 가임기 여성에서 흔히 나타나며 발병율은 약 5~10%로 알려져 있다. 이 질환은 여러개의 난포가 동시에 자라 포도송이 모양으로 부풀려지고, 정상적인 배란과 생리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발병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난소의 호르몬 불균형이나 조절장애 등이 꼽힌다. 유전적, 환경적 인자가 모두 작용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방장훈 호산여성병원장은 “연구기법이 발달하면서 1차적 병태생리 초점이 난소에만 국한되지 않고 시상하부-뇌하수체 축으로 옮겨지고, 이후 인슐린 작용 결함까지 넓어지는 추세”라며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임상적으로 적용 가능한 유전학적 검사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진단 기준은 △만성 무배란 △임상적 또는 생화학적 고안드로겐혈증 △커진 난소의 가장자리를 따라 10여 개의 작은 난포가 염주모양을 하고 있는 양상 등 3가지 기준 중에서 두가지 이상을 만족하면 다낭성 난소증후군으로 정의한다.
이 질환의 가장 흔한 증상이 ‘배란장애’다. 환자의 60~85%에서 관찰되며 희발배란, 무배란으로 인한 희발 월경·무월경이 흔하다. 약 30%에서는 기능성 자궁출혈을 보이며, 간혹 월경주기가 규칙적이긴 하지만 25일 이내로 비정상적으로 빠른 ‘빈발월경’이 나타난다. 이같은 증상은 사춘기 때 시작돼 평생 지속될 수 있으며, 배란장애는 불임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고안드로겐혈증으로 인해 다모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고안드로겐혈증은 남성호르몬 ‘안드로겐’이 과도한 상태로 다모증, 여드름, 남성형 탈모 등을 동반한다. 다모증은 여성에게 남자처럼 굵고 뻣뻣한 털이 자라는 것으로 인종에 따라 발생률 차이가 있다. 동양인은 백인에 비해 이같은 현상이 적게 나타난다. 미국인 환자의 경우 70%에서 다모증이 관찰되지만, 일본 지역에서는 10~20% 정도에서만 다모증이 나타난다.
청소년기에 여드름이 난다고 무조건 다낭성 난소증후군을 의심할 수는 없다. 보통 △피부과 치료를 받는데도 불구하고 호전이 없는 경우 △만 9세 이전에 여드름이 발생한 경우 △10대 초기에 심한 낭포성 여드름이 생기는 경우 △10대 후반~20대 이후에도 여드름이 지속되는 경우 호르몬검사를 고려해볼 수 있다.
인슐린저항성 및 고인슐린혈증은 다낭성 난소증후군 환자의 특징적인 소견 중 하나다. 환자의 50~75%에서 인슐린저항성이 관찰되며, 비만하면 확률이 더 증가하므로 경구포도당 부하검사(당뇨검사)가 필요하다.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은 다낭성 난소증후군 환자가 보이는 보편적인 대사 이상이다. 70% 이상의 환자에서 최소 한가지 이상의 지질이 경계선상에 있거나 증가된 양상을 보인다.
비만도 특징적 소견 중 하나다. 환자의 50%에서 비만이 관찰되지만 비만 발생률은 인종에 따라 차이가 크고, 동양인의 경우 비만 빈도가 높지 않다.
해당 질환은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에게 있어 난임과 불임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인해 생리불순을 겪다가 6개월 이상 무월경이 발생하게 되면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치료를 받는 게 좋다.
또 질환 특성상 △당뇨병 △심혈관질환 △대사증후군 △자궁내막증식증·자궁내막암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우려가 있어 치료가 더욱 절실하다.
방장훈 병원장은 “다낭성 난소증후군 여성에서 제2형 당뇨병이 발생할 위험성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3~7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특히 다낭성 난소이면서 무배란인 여성과 제2형 당뇨병 가족력이 있는 비만한 여성은 위험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들과 동반되는 경우도 적잖다. 다낭성 난소증후군을 가진 여성은 대사증후군의 발생 빈도가 정상인에 비해 11배나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많은 연구자들은 다낭성 난소증후군을 대사증후군의 전단계로 보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대사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은 인슐린 저항성, 이상지질 혈증, 비만 등으로 다낭성 난소증후군에서 흔히 나타나는 것들이다.
만성 무배란 및 무월경 상태가 지속되면 자궁내막증식증 및 자궁내막암의 발생 위험도가 증가할 수 있다. 자궁내막암 발생률은 3배 정도 증가하며, 폐경 후 유방암 발생률도 3~4배 높아진다. 조기진단을 위한 자궁내막검사를 고려하는데, 환자의 나이, 무배란 기간 등을 참고해 결정한다.
방 병원장은 ▽다낭성 난소증후군 치료는 ‘완치의 개념’이 아니다”며 “꾸준히 관리해줘야 하며 환자의 상태 등에 따라 비수술적 치료 및 수술적 치료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만한 사람은 무엇보다도 체중 감량에 나서야 한다”며 “체중의 2~5%만 줄여도 대사와 생식기능이 크게 호전된다”고 조언했다.
과체중이 문제가 아니거나, 살을 뺐는데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내과적 치료를 시행한다. 흔히 치료옵션으로 처방되는 게 ‘경구피임약’이다. 경구 피임약은 혈중 호르몬 이상을 교정하고 여드름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어 처방시 약 50~70% 정도에서 호전된다. 또 자궁내막암을 예방하는 부수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밖에 대사장애를 개선하는 데에는 △메트포르민(Metformin) △티아졸리딘디온(Thiazolidinedione) △스타틴(Statin) 등의 약물을 처방한다.
이들 비수술적 치료법에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수술적 치료를 시행한다. 1939년 처음 시도됐으며 현재 활용되는 것은 △전기소작술 △레이저기화술 △복강경 난소절제 △난소천공술 등이다. 수술 후 항체 형성 호르몬 농도가 정상화되고, 안드로겐 수치와 인슐린 저항성이 감소되는 효과를 보이며, 특히 클로미펜에 효과가 없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 환자에서 2차 치료로 권고되고 있다.
수술 후 1년 이내 임신율은 약 50~80%로 보고돼 있다. 난자의 질이나 자궁내막의 감수성을 향상시켜 임신시 자연 유산율을 낮추는 게 이점이다. 다만 수술 후 합병증으로 부속기 주위 유착 형성, 난소 예비력 손상 등이 유발될 수 있다.
방장훈 병원장은 “질환의 발생 자체를 예방하는 방법은 아직 없다”며 “그러나 비만한 사람은 고안드로겐혈증의 임상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체중이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관리하면 증상이 발현되는 것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장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인 당뇨병, 심혈관계질환, 자궁내막암까지 예방하는 만큼 규칙적인 생활·충분한 수면·주기적인 운동·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게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