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근시 유병률은 80.4%, 고도근시 유병률은 12%로 전 연령대 대비 근시 유병 현황이 가장 나쁜 것으로 밝혀졌다. 스마트폰 등 눈의 피로도가 높은 매체를 이용한 과도한 학습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대한안과학회(이사장 김만수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제44회 눈의 날(11월 11일)’을 맞아 국내 10대 근시 유병률 현황 및 청소년 근시 예방 권고안을 발표했다.
대한안과학회가 2008~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2~18세 근시 및 고도근시 유병률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이 연령대의 전체 근시 유병률(-0.75 디옵터 이상)은 80.4%, 이 중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고도근시 유병률(-6 디옵터 이상)은 12%였다. 이는 60대 노인의 근시 유병률인 18.5%보다 4.35배, 고도근시 유병률인 1.5%보다 7.8배 높은 수치다. 특히 청소년 근시 환자의 약 70%가 중등도·고도근시로 나타났다.
또 이번 조사결과 초등학생의 근시 유병률도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초등학생의 근시 유병률은 1970년대 8~15%, 1980년대 23%, 1990년대 38%, 2000년대 46.2%에 이르는 등 40년 전보다 5.8배 증가했다.
청소년들의 시력도 과거에 비해 급격히 나빠졌다. 교육부가 초등학교 입학 후 3년마다 실시하는 학교건강검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양안 중 한쪽이라도 맨눈 시력이 0.7 이하인 학생의 비율은 초등학교 1학년은 25.7%, 4학년 54%, 중학교 1학년 66.7%, 고등학교 1학년 71.6%였다.
김만수 대한안과학회 이사장은 “해외에서는 오래 전부터 청소년 근시 예방 캠페인을 적극 펼치고 있다”며 “싱가포르는 30분 공부한 뒤 5분간 눈을 쉬게 하자는 ‘비전 캠페인’을 전개해 큰 성공을 거뒀고, 일본은 시력보호 프로그램을 체육 정규교육에 포함시켜 시력검진을 시행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의 경우 안경을 쓰면 근시가 해결된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며 “하지만 근시는 실명까지 유발할 수 있는 안과질환이므로 예방적 차원에서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근시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병하며, 두 요인이 복합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10대 근시 유병률의 급증은 생활 및 학습환경 변화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창조과학부 조사 결과 국내 10대 청소년들의 하루 평균 인터넷 사용시간은 1시간, 스마트폰은 2.6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과학회가 권장하는 하루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1시간이지만 이에 해당하는 청소년은 7.7%에 불과했다. 최근엔 영유아 시기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져 10년 뒤 국내 청소년 근시 유병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진희승 대한안과학회 기획이사(인하대병원 안과 교수)는 “근시는 수술이나 약물치료로 호전되기 어려우므로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며 “일반적인 단순 근시는 18~20세가 되면 진행이 멈추기 때문에 청소년 시기의 근시 예방 및 관리가 평생의 시력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린이·청소년 근시 환자의 대부분이 중등도·고도 근시 환자라는 게 큰 문제”라며 “청소년 근시를 줄일 수 있는 사회적인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박성표 대한안과학회 홍보이사는 “청소년이나 영유아의 근시를 예방하지 못하면 10~20년 뒤 병적 근시로 인한 젊은 인구의 실명 등으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며 “이에 학회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청소년 근시 예방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