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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줄 모르고 몸매 가꾸려 ‘핫요가·크로스핏’ 했다간 유산 위험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10-21 16:35:19
  • 수정 2014-10-30 13: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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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렬한 운동 동작, 태아에겐 ‘독’될 우려 … 경구 피임약·여드름약 요주의

임신 초기 3개월까지는 자칫 유산될 확률인 높아 전체 임신기간 중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나, 아이러니하게도 임신 사실을 모르고 지나쳐 이런저런 실수를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시기이기도 하다.

스튜어디스 유모 씨(29·여)는 결혼 1년만에 임신했지만 마음이 영 불편하다. 어느 정도 돈을 모은 후 여유로운 상황에서 임신하기 위해 경구피임약을 복용해왔지만 아기가 생긴 것이다. 문제는 임신 사실을 모르고 10일 정도 경구피임약을 복용한 것이다. 피임약을 먹지 않는 휴약기에 생리가 없자 의심하다가 며칠 후 산부인과를 찾았더니 ‘임신’으로 진단받았다. 혹시나 자기가 무심코 먹은 약이 아기에게 해로울까봐 마음이 불안하다.

임신했을 때 가장 중요한 시기가 ‘초기’다. 대부분의 자연유산은 임신 12주 내에 일어난다는 보고가 있는 만큼 임신 초기 3개월 정도까지는 이런저런 행동에 주의해야 한다. 수정된지 불과 10일 만에 유산이 일어나기도 하며, 이런 경우 자신이 유산을 했는지조차 의식하지 못하기도 한다. 유산의 일반적 증상인 출혈이 나타나지만 생리기간이 다소 불규칙해진 정도로 여기고 넘어가기 마련이다.

고현주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임신 초기에는 호르몬 변화로 쉽게 피로해지고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며 “평소처럼 과중한 업무, 과격한 운동을 시행하면 유산 위험이 높아져 미리 업무를 덜어 놓거나 운동은 가볍게 시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임신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임신 사실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흔해 이런저런 실수를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시기이기도 하다. 유 씨도 피임약을 먹었다는 불안한 마음에 담당 주치의에게 울먹이며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다행히 ‘큰 문제는 없으니 진정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고 원장은 “1990년대 초반까지 임신 초기에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면 태아기형 중에서도 신경관 결손, 사지기형, 요로생식기 기형의 위험성이 있다는 보고가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생식기 기형에 노출된 태아가 1%라는 보고가 있었고, 미국에서의 연구는 복벽개열증(gastroschisis)·좌심형성부전증후군(Hypoplastic left heart syndrome)등에 관한 위험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후 등장한 새로운 프로제스틴(progestin, 난소·태반에서 생성돼 수정란 착상·임신 유지 등 프로게스테론의 작용을 하는 합성 여성스테로이드호르몬의 총칭) 성분 및 저용량 에스트로겐 투약과 태아 기형의 연관성은 별로 없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고현주 원장은 “전반적으로 임신 직전 또는 초기의 피임약 복용에 의한 태아기형 위험도 증가는 없다고 발표되고 있다”며 “기존 연구의 한계와 피임약에 들어가는 호르몬 성분의 변화를 고려할 때 기형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 씨는 피임약 복용 외에도 몸매관리를 하느라 핫요가를 한 것도 마음에 걸린다. 그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뒤 요가 학원을 들렀더니 ‘임신부는 4개월 이후부터 운동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무리한 요가 동작과 학원의 높은 실내온도가 태아에게 치명적일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고 원장은 “사우나, 핫요가 등으로 인한 심부체온 상승은 태아 발달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게 사실”이라며 “뜨거운 곳에서 목욕하거나, 과도하게 움직이면 혈관이 확장되고 신경이 이완되면서 현기증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런 신체반응은 임산부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삼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임산부의 체온이 38.9도 이상 올라가면 뱃속의 태아에게 중추신경계 이상, 식도폐쇄증, 배꼽탈장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영국왕립학회에서는 산모가 온수를 활용한 아쿠아스포츠를 할 땐 32도를, 수치료(hydrotherapy)를 시행할 땐 35도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임신한 줄 모르고 웨이트트레이닝, 사이클링, 크로스컨트리, 등산, 조깅, 크로스핏 등 격렬한 운동을 평소대로 하면 임신초기 착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임신 초기엔 태아의 신체 및 신경이 형성되고, 유산할 위험성이 높다. 무리한 활동은 드물지만 출혈·통증을 일으켜 유산을 초래할 수 있어 삼가는 게 좋다. 

고현주 원장은 “덴마크 연구에서 라켓볼(스쿼시) 등 격렬한 운동은 비운동자(non-exerciser)보다 18주 이전 유산 위험이 높았다”며 “운동시 탈수, 체온상승, 관절외상 등을 주의해야 하는 만큼 처음엔 산책, 체조 정도만 시행해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간혹 운동하다가 복부를 부딪히거나 넘어지면 ‘태아가 위험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게 되지만 가벼운 충격으로 인한 위험은 적다. 그렇더라도 ‘마음의 스트레스’가 독이 될 수 있는 만큼 위험요인에 노출될 행동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이밖에 임신한 줄 모르고 경구용 여드름치료제 로아큐탄제제를 복용했다면 전문의와 상담할 필요가 있다. 로아큐탄은 투약이 끝난 지 1개월이 지난 뒤 임신한 경우에도 태아의 중증기형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근본적으로 이 약은 투여 용량과 기간에 상관없이 기형아를 유발할 확률이 매우 높은 만큼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 약의 임부투여 안전성 항목에 임신부에게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X등급’을 매겼다. 호주 의약품평가위원회도 ‘태아에 영구적인 손상을 일으킬 위험이 매우 높은 약물’이라며 ‘임신 중 또는 임신의 가능성이 있을 때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고현주 원장은 “로아큐탄제제는 태아기형 발생위험률이 35% 정도로 알려져 있다”며 “낭포성여드름이나 만성피부질환에 활용되는 비타민A제제인 아이소트레티노인(isotretinoin)을 임신 4~10주 사이 복용하면 ‘아이소트레티노인배아병증’(isotretinoin embryopathy)이 유발될 위험이 높은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이소트레티노인은 기형유발 가능성이 매우 높아 어떤 형태의 기형도 유발할 수 있고, 자연유산율은 40%에 이르므로 산전관리를 잘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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