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출·퇴근하는 김모 씨(32)는 아침에 전철을 타자마자 앉아서 잠을 청했다. 다리를 너무 벌렸는지 옆사람이 툭툭 다리를 쳐 잠에서 깼다. 꾸벅꾸벅 졸았던 탓에 목이 뻐근했지만 다시 고개를 숙이고 한쪽 다리를 꼰 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회사로 향했다.
직장인 대부분이 김 씨와 비슷한 모습으로 출근하지만 이같은 생활습관은 목·허리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준다.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을 다루는 모습은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머리를 장시간 앞으로 숙여 자세가 굽어지면 척추 윗부분에 무리를 줘 거북목증후군이 발병할 수 있다. 거북목증후군은 원래 C자형인 목뼈가 일자로 변형되는 것으로 목디스크(경추수핵탈출증)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 결과 목디스크 환자는 2009년 69만1783명에서 2013년 89만7291명으로 29.7% 늘었다. 전년 대비 환자증가율은 2011년이 12.2%로 가장 높았다. 이 시기에 환자가 급증한 것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의 보급과 연관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스마트폰이나 소형 디지털기기를 습관적으로 목에 걸고 다니면 무게가 가볍더라도 목뼈 주위와 어깨근육이 긴장해 신경성경부통이나 근막통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평소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꼬고 앉는 사람이 많다. 오른쪽 다리를 꼬고 앉으면 우측 골반이 올라가고 중심이 왼쪽 골반으로 기울어진다. 이런 경우 척추가 오른쪽 방향으로 휘어지게 된다. 골반이 삐뚤어지면 척추도 함께 휘려는 습성을 갖고 있으므로 다리를 자주 꼬고 앉으면 척추측만증에 걸릴 수 있다.
좌식생활을 하면 골반과 관절 사이가 넓어져 의도하지 않게 다리가 벌어지게 된다. 다리를 벌리고 앉는 사람, 이른바 ‘쩍벌남’은 상체를 반쯤 기울여 등받이에 기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자세는 허리에 심한 자극을 주고 척추 모양을 변형시킨다.
또 다리를 습관적으로 벌리고 앉으면 골반이 변형돼 척추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젊은 사람보다 50~60대 이상에서 쩍벌남이 많은 이유는 노화로 근력이 줄어 다리를 모으는 힘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김재건 안양윌스기념병원 원장은 “작은 습관을 바꾸면 척추가 더 건강해진다”며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앉을 땐 엉덩이를 깊숙이 당겨 앉아 척추가 굽지 않도록 하고, 스마트폰을 볼 땐 고개를 들고 폰을 세운 채 시선과 같은 높이에서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리는 어깨 너비 정도로만 벌리고, 다리를 꼬거나 양반다리하는 습관은 고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