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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척추·관절병원 ‘스타마케팅’ 유행 … 재정악화·과잉진료 우려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10-13 01:19:54
  • 수정 2014-10-21 10: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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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대 수억원 들여 유명인 섭외 … 병원 전문성과 상관없고, 불필요한 수술 초래하는 부작용 우려

구리시 한 사거리에 위치한 옥외광고.

요즘 길을 걷다 보면 건물, 버스정류장, 버스, 지하철 등에서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를 모델로 내세운 병원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성형외과 광고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척추·관절 전문병원의 광고도 꽤 늘었다.

의료계 안팎 사정으로 병원별 외래환자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스타마케팅’은 환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특히 병원 수가 포화 상태에 접어든 척추·관절 전문병원들의 경우 다른 병원과의 경쟁에 앞서기 위해 홍보에 더욱 집중하는 분위기다.

질환이나 치료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환자에게 유명인사를 활용한 마케팅은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 한 정형외과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측정한 것은 아니지만 버스나 지하철 등에 광고를 낸 뒤 문의 전화 건수가 대폭 늘은 게 사실”이라며 “유명 인사가 홍보 모델을 맡으면 병원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도한 마케팅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유명인을 광고 모델로 섭외하려면 수천만원, 수억원이 소요되는데 이는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 상황을 악화시키는 주요인이다. 이로 인해 기본적인 환자 진료가 소홀해지고 비급여진료 남용, 과잉진료, 저가 치료재료 사용, 리베이트 등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게다가 과도한 홍보는 의료 전반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환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의료이용 행태를 왜곡시킨다.

최근 참튼튼병원으로 명칭을 바꾼 튼튼병원(서울 은평·장안동·구로·노원·청담,구리,의정부,대구)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박지성 선수와 씨름선수 이만기 씨를 홍보대사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올 상반기 구리 한사거리의 옥외광고엔 이만기 씨의 얼굴만 동그랗게 잘려나가 빈 공간인 채로 방치되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졌다.

과도한 마케팅과 지점 확장으로 인해 재정이 악화된데다가 지난해 11월 대표원장이 리베이트 혐의로 구속되는 어려움을 겪은 여파였다. 여기에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을 금지하는 ‘네트워크금지법’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최근에는 병원 이름을 바꾸고 무료진료 및 봉사활동에 나서는 등 새 출발을 모색하고 있다.

연세바른병원은 지난해 10월 홍명보 홍명보장학재단 이사장(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을 홍보대사로 임명했다. 홈페이지에는 이 병원에서 치료받은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들의 사진을 게재하고 있다. 하지만 1년새 홍명보 이사장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병원 측의 고민이 깊다는 후문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장이자 ‘영원한 리베로’로서 신뢰의 상징이었던 홍 씨는 지난 6월 열린 브라질월드컵에서 인맥 위주의 선수 기용과 미숙한 경기운영으로 많은 질타를 받았다. 이 병원처럼 홍보 모델로 내세운 유명인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바뀌어 역효과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정 질환별·진료과목별 전문성을 인정받은 전문병원들은 일부 병원의 과도한 스타마케팅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문병원으로 지정받지 않았더라도 유명인을 홍보 모델로 내세우면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을 보유한 것처럼 비춰진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유명인을 홍보대사로 내세우고 있는 병원 중 상당수가 전문병원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전문병원 관계자는 “일부 병원들이 유명 인사를 통해 전문병원 행세를 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로부터 전문병원 인증을 받은 사실을 백방으로 알려도 홍보 효과는 스타마케팅의 ‘새발의 피’ 수준”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문병원은 진료과목 및 질환별로 진료량, 환자구성 비율, 필수진료과목, 의료진 등 일정 기준을 복지부로부터 인증받았음을 의미한다. 지정 후 ‘○○병원’을 ‘○○전문병원’, ‘○○질환 전문병원’, ‘△△△△년 보건복지부 지정 질환 ○○전문병원’ 등으로 표시할 수 있다. 네트워크병원의 경우 모든 병원이 전문병원으로 지정받았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지정받은 병원명과 소재지를 명확히 표기해야 한다. 대한전문병원협의회 홈페이지에서 질환별·진료과목별 전문병원을 검색해 볼 수 있다.

복지부는 위기의식을 느낀 전문병원들이 줄줄이 스타마케팅에 뛰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추가예산을 확보하고 공공안내물을 통한 홍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정흥태 대한전문병원협의회장은 지난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예인을 활용한 옥외 광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연예인 활용한 홍보가 일종의 트렌드가 됐다”며 “이는 법적으로는 강제할 수 없지만 궁극적으로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 홍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공개한 임상 질 지표 등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스나 지하철 등을 활용한 광고의 적법성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최근 조사결과 버스나 지하철내에 있는 국내 병·의원 의료광고 중 상당수가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및 경기지역 운송수단내에 사전심의를 거치지 않은 의료광고가 127건 적발됐다. 이 중 성형외과가 31건으로 가장 많았고 척추·관절병원이 24건으로 뒤를 이었다. 현행법상 버스나 지하철 등 이동수단에 있는 광고는 사전심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버스나 지하철 외부, 지하철역내 의료광고의 경우 사전심의 대상인데도 총 168건 중 절반인 86건(51.2%)만이 심의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유명인을 활용한 과도한 마케팅 외에 과잉진료 및 불필요한 수술도 개선돼야 할 점이다. 지난 8일 방송된 MBC ‘불만제로 UP’에서는 척추관절병원에서 무리하게 수술받고 후유증을 겪는 환자들을 사연과 수술이 이뤄지는 실상이 낱낱이 공개됐다. 실제로 한정된 시장에 병원 수가 포화돼다보니 경쟁이 과열되면서 과잉진료 및 불필요한 수술이 남발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표적 척추질환인 척추병증 수술환자는 1999년 1만5962명에서 2010년 10만368명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과잉진료를 의미하는 조정건수는 2009년 1만9000건에서 2012년 3만6000건으로 1.9배 늘었다. 같은 기간 조정금액은 48억1900만원에서 125억9500만원으로 2.6배 차이났다. 즉 병원간의 과도한 경쟁이 과잉진료와 수술로 이어지고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됐다.
심평원은 척추·관절병원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눈에 띌 만한 성과는 아직 나오고 있지 않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유명인을 홍보 대사로 내세우면 효과를 빠르게 볼 수 있겠지만 환자의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며 “결국 병원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우수한 진료역량과 친절한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도한 마케팅, 과잉진료, 무리한 수술 등은 환자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척추·관절병원 전체의 몰락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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