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대 위 기초화장품 개수 평균 11개 … 지나치면 과도한 영양공급, 피부 망칠 우려
정이든 GSK 피부과학부 대리
‘평균 11개’, 한국 여성의 화장대에 놓인 기초화장품 개수다. 애프터스쿨의 유이는 ‘20살이 된 후 예쁘게 꾸미고 싶었지만 화장 순서를 외우지 못해 처음부터 다시 화장한 적이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는 비단 유이만 겪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올해 3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용하고 있는 화장품 개수를 묻는 질문’에 여성의 경우 ‘30~50개’라는 응답이 27%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기초화장품 사용 개수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전체 응답자의 23.6%가 11개 이상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반면 유럽 여성은 평균 2~3개, 일본 여성은 평균 5개 정도의 기초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 여성은 확실히 화장품을 많이 바르고 있다.
기초화장의 ‘기본’이라고 여겨지는 스킨, 로션, 에멀전, 세럼, 젤, 밤, 에센스, 수분크림, 아이크림 등만 해도 9개다. 세안 직후 발라주면 화장품의 흡수율을 높여준다는 ‘부스터’, 평소 수분충전을 위한 ‘미스트’, 화장이 착 붙어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 ‘피니셔’ 등도 하나쯤은 갖고 있다. 안티에이징, 화이트닝, 안티블레미시(Anti-Blemish 잡티제거제) 등 기능성제품까지 몇가지 더 추가된다. 푹 자는 동안 피부를 돌려줄 나이트크림·마스크팩까지 합치면 10개는 훌쩍 넘기는 건 문제도 아니다. 사실 기초화장품 중 로션·에멀전·에센스·세럼·젤·크림·밤은 유·수분의 비율만 다를 뿐, 피부에 보습을 주기 위한 모이스처라이저다. 이들 중 피부에 맞는 것 한가지만 골라 쓰면 된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동안을 꿈꾸며 바르는 수많은 화장품이 오히려 피부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 우츠기 류이치 일본 클리닉우츠기류 원장은 저서 ‘화장품이 피부를 망친다’에서 “스킨, 로션은 피부에 과도한 수분을 공급해 결국 극도의 건성피부로 만드는 주범”이라며 “수많은 여성의 고민인 기미는 매일 화장품을 바르거나 세안하면서 열심히 ‘문지르는 습관’ 때문에 생겨난다”고 말했다. 이제 피부 화장품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화장품은 어디까지나 화장품일 뿐, ‘기적의 제품’은 아니다. 고가의 화장품을 바르면 모든 피부문제가 개선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론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하는 여성이 적잖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거라도 써야 피부를 유지라도 할 수 있겠지’하며 소비를 멈추지 않는다.
강윤주 뷰티 칼럼니스트는 “30만원을 훌쩍 넘는 안티에이징 세럼이나 크림을 바르면서 큰 효과가 나타날 거라고 기대해선 안된다”며 “차라리 그 돈으로 피부과를 가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20만원짜리 주름 개선용 아이크림 한 통을 다 써도 눈가주름이 드라마틱하게 옅어지지 않지만, 보톡스는 한번 주사로 며칠 내에 눈가주름을 확 펴준다”며 “몇십만원짜리 화장품도 원료를 뜯어보면 고작 1만원 남짓한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광노화 막고, 수분 보충하는 것만 충실해도 OK … 유일한 광노화예방물질 ‘트레티노인’한국 여성은 보통 클렌징→스킨→에센스→아이크림→로션→크림을 바른 뒤 자외선차단제로 마무리하는 7단계 루틴을 지켜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조소연 서울대 보라매병원 피부과 교수는 “피부노화가 본격화되기 전인 30대 초반까지는 광노화차단, 보습, 자외선차단제 3가지에 충실하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피부노화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신체 기능이 퇴보해 나타나는 ‘내적노화’와, 흡연·영양실조·자외선 등에 의해 발생하는 ‘외적노화’로 구분된다.
내적노화는 어쩔 수 없지만, 노화를 일으키는 외부요소를 잘 차단해주면 훨씬 젊은 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광노화’는 피부가 태양광선에 장기간 노출돼 발생하는 것으로 노안을 만드는 주범이다. 안면부 노화의 80%가 태양광선 노출에 의한 광노화다.
따라서 햇빛으로부터 피부를 최대한 보호하면 내적노화와 달리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우선 기본 중의 기본이 ‘자외선차단제’ 챙겨바르기다. 약 3시간마다 덧바르는 게 포인트다. 입술 등 피부가 얇은 부위는 잔주름이 지기 쉬워 립밤에 자외선차단 성분이 들어간 것을 고르는 게 좋다. 얼굴 전체에 바를 경우 검지손가락 한마디 길이 만큼 충분한 양을 발라줘야 한다.
평소 많은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보다 비타민A유도체 연고를 활용하는 게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레티노이드는 새롭게 개발된 합성 비타민A 유사체의 총칭으로 항산화 역할을 한다. ‘레티놀 화장품’이 안티에이징 목적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하지만 바르자마자 피부가 팽팽해질 것 같은 레티놀화장품도 결국은 화장품일 뿐이다. 확실하게 효과를 보고 싶다면 병원에서 처방하는 연고를 대용품으로 활용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국내서 판매되는 전문의약품 레티노이드 연고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서 판매하는 ‘스티바에이크림’(성분명 tretinoin)이 유일하다.
조 교수는 “트레티노인, 이소트레티노인 등 레티노이드는 거의 유일한 광노화예방물질로, 실제 연고를 꾸준히 사용한 사람은 나중에 피부가 20~30년은 젊어보인다”며 “비싼 화장품을 쓰는 것보다 연고 하나 처방받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레티노이드 연고는 보통 여드름·모공각화증·습진 치료 용도로 사용됐지만 광노화 치료목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연고를 바르면 성분이 표피 속까지 작용해 주름까지 개선한다. 가격면에서도 합리적이다. 약 3만5000원대로 25g 짜리 하나를 구입하면 3개월 정도 쓸 수 있다. 피부에 별 문제가 없더라도 ‘예방책’으로 쓸 수 있다. 상한선이 없어 장기적으로 사용해도 특별한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조소연 교수는 “아무리 비싼 레티놀 화장품을 사용하더라도 레티노산의 전구체라 할 수 있는 레티놀이 극미량으로 함유돼 있는 정도라서 가격 대비 효과는 적을 수밖에 없다”며 “미국인의 경우 레티노이드 연고를 보통 20대 중반부터 구입해 피부노화 예방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연고는 하루 한번 잠자기 전 면봉의 머리 크기만큼 덜어 피부에 얇게 바르고 충분히 흡수시킨 뒤 수분크림으로 덮어주면 된다. 관건은 ‘얼마나 꾸준히 바르느냐’로 1~2개월 매일 사용하면 거친 피부결이 부드러워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처음 바르는 사람의 경우 적응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정이든 GSK 피부과학부 대리는 “처음 바르는 사람 중에는 한두달은 각질이 생기고 얼굴이 붉어지며, 당기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를 보완하려면 충분한 보습이 이뤄져야 하며, 보습기능이 풍부한 판테놀(panthenol) 또는 프로비타민B5·비타민E가 포함된 제품을 함께 바르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피부는 백인보다 예민한 만큼 세심히 신경쓸 필요가 있다
각질이 심해졌다고 해서 일부러 스크럽을 강하게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정이든 대리는 “누구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평균적으로 스크럽의 알갱이가 피부를 자극할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며 “대신 각질이 잠재워질 수 있도록 수분크림 등을 충분히 바르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스티바에이크림은 0.1%, 0.05%, 0.01%, 0.025% 등 4가지 농도로 분류된다. 처음부터 빠른 효과를 얻어 보겠다고 고농도부터 바르기 시작하면 지나친 자극으로 염증이 유발될 수 있고, 오히려 노화가 가속화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의사와 상의한 뒤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고르면 되지만, 처음 사용한다면 반드시 제일 낮은 농도부터 사용하는 게 권장된다. 피부가 얇고 민감한 사람, 아토피성 피부를 가진 사람은 얼굴에 주름이 깊거나 여드름이 많다고 해서 높은 농도를 선택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의약품인 만큼 자신이 스스로 판단해서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조소연 교수는 “레티노이드연고는 의약품인 만큼 이를 처방하는 의사는 환자에게 바르는 방법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교육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사용법을 잘 모르는 환자의 경우 피부염 등이 나타나 욕 들어먹기 딱 좋은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