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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잠 설치게 만드는 ‘사랑니’, 뽑을까 말까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9-28 20:15:30
  • 수정 2014-10-12 14: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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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염증 유발 주범이라면 통증 가라앉았을 때 발치 … 30대 이후엔 신중히 결정해야

사랑니는 잇몸이 붓고, 피가 나거나, 다른 치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 발치하지만 아무런 증상이 없으면 굳이 권하진 않는다.

직장인 김 모씨(27·여)는 평소 사랑니가 4개 모두 자랐지만 큰 불편함이 없어 내버려두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꾸 사랑니가 난 부위가 붓고 아파 ‘결국엔 이걸 뽑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최근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가 ‘발치하러 치과를 예약했다’는 말에 같이 가 상담을 받으러 나섰다. 그러나 치과를 방문한 날 진료실에서 들려오는 친구의 고통스러운 목소리를 듣고 겁을 잔뜩 먹은 나머지 진료예약을 취소했다. 

어금니 제일 뒤쪽에 자라는 치아인 사랑니는 보통 20세 전후에 발생한다. ‘사랑을 경험하는 나이쯤에 생긴다’해서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사랑니는 똑바로 나면 크게 불편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잇몸이 붓고 염증이 생겨 밤잠까지 설치게 만드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미국 과학매체 ‘라이브 사이언스’는 2011년 ‘사랑니는 조상의 식생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인류학자 타우바델 영국 켄트대 교수는 이 잡지에서 “인류의 조상은 수렵·채취를 통해 음식을 구했는데 이 음식들은 대부분 설익고 가공이 덜 돼 딱딱했다”며 “이들 음식을 먹으려면 많이 씹어야 했고 당연히 지금보다 더 많은 치아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경사회로 접어들면서 가공된 부드러운 음식이 많아지고 더 이상 많은 치아와 발달된 턱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점점 턱이 짧고 좁아졌지만 많은 치아를 수용할 공간이 부족해졌다. 하지만 사랑니는 여전히 많이 자라나와 통증을 유발하기 십상인 시대가 됐다.

사랑니는 무조건 뽑는 게 능사는 아니다. 김창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치과 교수는 “사랑니 발치는 필요에 의해 시행돼야 한다”며 “잇몸이 붓고, 피가 나거나, 다른 치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 뽑아야 하지만 아무 증상이 없으면 굳이 권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잇몸 속에 완전히 묻혀 아무 증상도 없거나 사랑니가 똑바로 나와 사랑니와 뺨 사이의 간격이 칫솔질이 잘 될 정도로 충분하면 굳이 뽑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반대로 잘못된 위치에 자라거나 칫솔질이 힘들면 발치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사랑니는 크기 및 형태가 다양한 만큼 똑바로 나지 않고 기울거나 누워있는 경우가 흔하며, 잇몸에 파묻히기도 한다. 이런 경우 음식물 찌꺼기가 잇몸과 사랑니 사이에 끼기 쉽고 칫솔질도 어려워 세균이 증식해 충치와 염증이 생기기 쉽다. 사랑니에 충치가 생기더라도 검사가 쉽지 않아 이미 치통이 생긴 뒤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영 중앙대병원 치과 구강외과 교수는 “사랑니 주변에 생긴 염증은 잇몸·얼굴을 붓게 만들고 심하면 침이나 음식 삼키기도 힘들어지며 두통을 유발시킨다”며 “목 안쪽이나 턱뼈로 퍼지는 경우 입을 벌리기도 어려워져 입원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뺀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치료를 미루다보면 사랑니 옆에 있는 어금니까지 빼야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아무 때나 발치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잇몸의 통증이 완화됐을 때 사랑니를 발치하는 게 좋다. 통증·염증이 있을 경우 발치 후에도 얼굴이 부어 일상으로 복귀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미 염증이 심각하면 2차 감염의 위험성이 있어 발치가 어렵다.

하지영 교수는 “특히 임신한 여성의 경우 면역력이 떨어진다”며 “이럴 때 사랑니로 인한 염증이 생기면 통증이 심하고 치료가 쉽지 않아 미리 뽑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사랑니는 사실 별 기능이 없는 치아지만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뽑는 게 원칙”이라며 “사전에 전문의와 상의해 사랑니 발치여부를 결정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다만 잇몸 밖으로 드러나지 않고 숨어 있는 매복 사랑니는 30세 이후엔 뽑지 않는 게 좋다. 치아 주변에 염증이 생기거나 신경에 손상입을 확률이 훨씬 커지기 때문이다. 30세 이후에는 매복 사랑니가 대부분 잇몸뼈에 단단하게 고정돼 이를 뽑는 수술강도가 세져 주변의 염증 및 손상을 유발할 우려가 높다. 

30대 이후 무리하게 사랑니를 뽑으려다 입술감각에 마비가 올 수 있고, 혀신경이 손상돼 맛을 느끼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30대 이후라면 사랑니 주변이 욱신댄다고 해도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발치를 권하지 않는다.

허종기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30대 환자의 매복사랑니를 뽑을 때에는 주변 잇몸뼈를 갈거나 이를 쪼개야 하는 경우가 많고 수술 강도가 세진다”며 “경우에 따라 매복 사랑니가 썩었더라도 정도가 심하지 않고 염증이 크지 않다면 그대로 놔두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30세 이후에도 매복 사랑니를 뽑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사랑니 주변의 잇몸 부위에 염증이 퍼지는 ‘치관주위염’이 생겼다면 발치를 결정한다. 치관주위염으로 인해 고름이 생기면 면역력이 약한 상태에서는 고름이 뺨·목 등으로 퍼질 수 있다. 이밖에 사랑니 바로 앞에 있는 치아(제2대구치)와 사랑니가 숨어 있는 잇몸이 맞닿은 부분이 썩었거나, 사랑니 표면에 물혹이 생겨 잇몸뼈가 부푼다면 뽑아야 한다.

한편 최근에는 사랑니를 뽑아 다른 치아를 상실한 경우 그 부위에 이식하는 케이스도 종종 볼 수 있다. 임플란트 시술을 하지 않아도 되고, 이물질이 아닌 자신의 신체조직을 이용해 치아상실을 회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사랑니의 손상이 적은 상태여야 하고, 상실된 부위와 사랑니의 크기가 비슷해야 하는 등 제약조건이 붙어 모든 경우에 활용될 수 있는 시술은 아니다.

또 사랑니를 이식한다고 해서 즉시 치아 기능을 대체하는 것도 아니다. 이식된 사랑니가 기존 잇몸조직과 결합하도록 고정,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식된 사랑니에는 근관치료(신경치료)후 크라운(금니 등 치아 전체를 씌우는 보철물) 시술이 이뤄져야 비로소 제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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