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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습관? 턱관절장애·얼굴변형까지 일으키는 ‘이갈이’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8-29 18:59:43
  • 수정 2014-09-03 00: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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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턱관절에 가해지는 힘 막는 구내장치치료·저작력 약화시키는 보톡스치료 병행하면 효과

자는 도중 일어나는 이갈이는 평소 식사할 때보다 몇배나 큰 힘이 들어가 치아가 상하기 마련으로 정확한 원인을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

“밤마다 잠을 이룰 수가 없어요.” 갓 결혼한 새댁 백 모씨(28)는 몰랐던 남편의 수면습관에 매일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 남편이 엄청난 기세로 이를 갈아대는 탓이다. 그러나 남편은 백 씨에게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턱이 욱신거려 죽겠다”고 볼멘소리를 해대는 통에 약이 오른다. 결국 몇 달째 참아내다가 어떻게 고칠 방법이 없나 고민하던 차에 치과를 찾았다.

이갈이(bruxism)는 자는 도중 아래턱을 불필요하게 움직이는 행위로, 잘 때엔 하악을 움직이지 않는 게 정상이다.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호흡 행태, 수면자세, 체내 철분, 스트레스, 치아 부정교합 등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턱을 움직여 이를 갈게 된다.

이런 습관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려 오랜 시간 자더라도 하루 종일 피곤하다. 잠이 부족해지다보니 면역력이 약화돼 고혈압, 심장마비, 뇌경색 등에도 영향을 줄 우려가 높다.

이갈이 하면 흔히 수면 중에 드르륵 드르륵 소리를 내는 것(grinding)을 떠올린다. 하지만 소리 없이 이를 꽉 물고 자는 ‘이악물기’(clenching)도 이갈이에 포함한다. 이런 행동은 잘 때 뿐만 아니라 낮에도 종종 일어난다. 보통 이악물기로 나타나며, 어딘가에 집중하거나 스트레스 받으면 자신도 모르게 이를 꽉 물게 된다. 낮에 이 악물기를 하는 사람이 수면 중 이갈이하는 사람이 적잖다. 야간 이갈이 유병률은 6~12% 정도로 보고돼 있다.

최진영 서울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자는 도중 일어나는 이갈이는 평소 식사할 때보다 몇배나 큰 힘이 들어가 치아가 상하기 마련”이라며 “치아표면이 마모돼 시린 증상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치아에 금이 가거나 깨지는 등 손상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이갈이는 ‘사각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해 미용 측면에서도 그리 좋은 습관은 아니다. 이갈기, 이악물기 모두 저작근육(씹는 근육)이 비정상적인 운동을 하는 것으로 자면서 쉬어야 할 저작근이 밤새 일을 하는 것이다. 야근하고 다음날까지 피로가 몰려오듯 턱관절도 마찬가지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결국 턱관절근육을 비대하게 만들고, 턱관절을 압박해 사각턱과 턱 통증 등을 일으킨다.

스트레스도 한 몫 한다. 최 교수는 “고3, 취업준비생 등 항상 긴장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저작근까지 영향이 미쳐 턱관절이 뻐근해지거나 자기도 모르게 이를 가는 습관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치료에 앞서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치과에서도 간단한 구강검사를 통해서 진단할 수 있다. 얕은 잠이 들었을 때 이를 간다면 단순 이갈이지만, 렘수면 상태에서 이를 갈면 몽유병 등 ‘꿈 행동장애’로 진단돼 치료 방향을 달리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치과, 이비인후과, 신경과, 심리치료 등을 선택하거나 병행한다.

자가진단도 가능하다. 치아를 살펴봤을 때 △치아가 과도하게 닳아 있거나 △혀 가장자리에나 뺨 안쪽에 톱니 모양의 자국이 나 있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턱이 무겁고 뻣뻣한 느낌이 들며 △얼굴이 자꾸 커지고 △사각턱 모양으로 바뀌고 있다면 밤에 자면서 이를 갈거나 악물 가능성이 높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사각턱화, 치아마모, 치아 주위 조직손상, 턱관절 통증, 개구장애, 턱관절잡음 등 같은 턱관절장애가 유발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갈이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낮 동안의 이갈기나 이악물기는 환자의 습관을 조절하는 행동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수면 중 이갈이는 자신의 의지로 잘 치료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구강내장치치료를 시행한다. 대개 나이트가드(Night-guard)라는 마우스피스를 끼고 있으면 이갈이를 방지하고 이로 인한 근육통, 턱관절장애를 서서히 해소시켜준다.

최진영 교수는 “구강내장치는 이갈이를 하는 동안 치아와 치주조직에 가해지는 강한 힘으로부터 치아와 주변조직을 보호하고, 턱관절에 무리가 되지 않도록 힘을 분산시켜 준다”며 “이를 가는 소리를 흡수, 옆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막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강내장치는 이갈이 자체를 완전히 해소시키지는 못하는 게 한계다. 이런 경우 보툴리눔톡신을 주사하는 보톡스 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주입된 보톡스는 저작근육의 강직을 약화시켜 턱의 과긴장 상태를 완화한다. 턱의 폐구에 관여하는 운동신경원에 흥분성 자극을 주는 치아주위의 기계적 수용체도 억제해 이갈이를 치료한다.

주사 후 1주 이내에 저작근 강직이 급격히 감소, 과도하게 긴장된 저작근이 눈에 띄게 이완된다. 3주째부터 조금씩 힘이 증가해 6개월 정도 지나면 저작근 기능이 거의 되돌아온다. 구강내장치를 파손할 정도로 강력한 이갈이를 하는 사람에게도 적합하다. 이갈이를 치료했는데도 환자가 수면중 이를 가는 행동을 학습해 습관이 된 경우 시도한다.

최진영 교수는 “보톡스를 이갈이 치료용으로 활용할 때엔 주름을 펼 때 주사하는 양의 약 10배 정도를 깊은 근육 속에 주입한다”며 “첫 한달은 딱딱한 음식을 먹기 어렵고, 약 6개월간 턱근육을 쉽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잡아줘 이갈이를 줄이는 효과를 나타낸다”고 소개했다. 이어 “미용 시술과 달리 외모 변화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보톡스 지속기간은 약 6개월에 불과해 일정 주기로 주사를 맞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단점이다. 보톡스 치료와 함께 구강내장치를 병행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 보톡스를 맞지 않고도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다행히 이갈이는 나이가 들면서 점차 사라지는 양상을 보인다. 65세 이상에서는 약 3%만이 이갈이를 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흡연·음주 습관을 가졌거나, 하루 6잔 이상 커피를 마시면 이갈이를 가중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생활습관을 조절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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