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도입 후 5년 상대생존율 35% … 조기진단 어려워 진료과간 협진 필수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이 폐암 환자의 치료법을 결정하기 위한 다학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다학제 협진치료 후 폐암 환자의 생존율이 2배 이상 높아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폐암센터는 1997~2011년 폐암으로 내원한 환자 4246명의 생존율을 병기별로 조사한 결과 폐암 협진진료를 실시한 2005~2011년의 5년 상대생존율은 35%로 협진 이전인 2000~2004년의 생존인 17%보다 두 배 이상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2007~2011년 국내 전체 폐암환자의 5년 생존율이 20.7%인 것을 감안할 때 눈에 띄게 향상된 수치다.
폐암센터의 2005~2011년 병기별 5년 관찰생존율은 1기 80%, 2기 55%, 3기 22%, 4기 10%였다. 2000~2004년의 1기 54%, 2기 32%, 3기 9%, 4기 3%에 비해 모든 병기에서 골고루 향상된 결과를 보였다.
관찰생존율은 임상연구에서 주로 사용하는 산출률로 관심질병을 가진 환자가 일정기간 동안 살아있을 확률이다. 상대생존율은 환자의 관찰생존율을 같은 연도의 동일한 성(性)과 연령을 가진 일반인구의 기대생존율로 나눈 값이다.
전체 환자 4246명 중 남자는 68.3%인 2898명, 여자는 31.7%인 1348명이였다. 환자의 나이 중앙값은 66세였으며 40대가 325명(7.65%), 50대가 838명(19.74%), 60대가 1457명(34.31%), 70대가 1160명(27.32%), 80대가 362명(8.53%)이었다.
폐암의 병기가 확인된 3834명의 병기별 환자 비율은 폐암 4기 환자가 1916명(50%), 3기는 822명(21.4%), 2기는 352명(9.2%), 1기는 740명(19.3%), 0기는 4명(0.1%)이었다. 폐암이 이미 진행돼 수술이 어렵거나 이미 다른 병원에서 수술받았지만 말기로 진행된 폐암 3~4기 환자 비율이 71.4%였다.
이 센터는 첨단 진단기법을 이용한 정확한 병기판정, 수술 후 회복시간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흉강경수술 확대, 최신 방사선치료 적용, 다양한 폐암 신약제 처방 등으로 폐암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었다. 가장 큰 요인은 2005년 도입된 다학제 폐암 협진시스템이다.
폐암은 진단 후 5년내 85%가 사망할 정도로 위험한 질환이지만 증상이 감기나 만성기관지염과 비슷해 조기발견이 어렵다. 이 때문에 조기진단과 함께 치료방법에 대한 ‘의료진의 판단’이 중요하므로 여러 진료과의 다학제적 협진시스템이 필수다. 이 센터에서는 흉부외과, 호흡기내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병리과 소속 20여명의 전문의와 전문간호사가 팀을 이루고 있다.
폐암 의심 환자가 센터를 찾으면 흉부X선,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의학과검사를, 호흡기내과에서 기관지내시경검사를 받는다. 기관지내시경검사는 약 7㎜ 굵기의 내시경을 기관지로 넣어 관찰한 뒤 병변이 의심되는 부위의 조직을 1∼2㎜ 떼어내 확인한다. 기관지내시경으로 조직을 확보하기 어려울 땐 CT 유도하에 폐조직생검을 실시한다. 이들 검사는 폐암 확진을 위해 꼭 필요하다.
이후 병기 판정을 위한 뼈스캔, 뇌 자기공명영상(MRI), 전신양전자방출컴퓨터단층촬영(PET-CT) 등을 실시한 뒤 검사결과를 토대로 다학제 회의를 진행하고, 치료방향을 결정한다. 늦어도 5일 안에는 폐암 여부와 치료계획이 확정된다.
강진형 서울성모병원 폐암센터장은 “폐는 간 못지않게 침묵하는 장기로 상태가 아주 심각해지기 전까지 불편함을 못 느낄 확률이 높다”며 “다른 장기에 가려져 있어 건강검진 때 흔히 시행하는 가슴 X선 사진으로는 진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전문의간 의견 교환이 필요하다”며 “병기에 따라 적절한 치료법을 적용해야 하므로 협진시스템을 통해 빠르게 진료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