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체육관에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어요. 굳이 헬스장에 가지 않고도 공원, 운동장에서도 얼마든지 멋진 몸매로 거듭날 수 있어요.” 길거리운동 모임 ‘바킹즈(Bar Kingz)’를 운영하는 박근영(29) 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페이스북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운동하고, 최근엔 길거리 운동을 대중에 널리 알리고 있다. 무려 10만7000여명이 그가 운영하는 페이지를 구독, ‘좋아요’를 눌렀다.
박 씨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이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거의 ‘투잡’에 가까운 셈이다. 그는 “두가지 일을 한번에 하는 게 녹록치는 않지만, 좀 더 열심히 해서 어디서든 운동하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보이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며 “아직까진 길거리운동이 생소하고, 일종의 퍼포먼스 정도로만 여기는 사람이 적잖지만 전신의 근력을 다지는 데 이만한 운동이 없다”고 말했다.
외국에선 공원이나 실외에서 운동하는 모습이 일상적이나, 아직 우리나라에선 ‘남들 다 보는 곳’에서 운동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겨 꺼린다. 공원 등에서 운동하는 것을 유난스럽게 볼까봐 걱정돼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운동하는 곳에 가야 마음이 편하다.
최근엔 점점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길거리운동(street workout)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대학가 운동장이나 조금 큰 규모의 동네에서는 철봉에 매달려 운동하는 남성을 볼 수 있다. 특히 ‘턱걸이 운동’에 대한 선호도가 높으며 서로 ‘몇개나 하나’ 지켜보며 은근히 경쟁의식을 세우기도 한다.
‘기본에 충실하면 얼마든지 몸매를 다듬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모토로, 철봉·평행봉 등이 이들의 주요 운동기구다. 풀업(pull up)·친업(chin up) 등 턱걸이, 푸시업(push up) 등이 이들 운동의 기본이다.
박근영 리더는 “‘바 브라더스’(bar brothers)라는 미국 남성의 영상을 보고 길거리운동에 빠지게 됐다”며 “처음엔 친구들을 모아 작은 동아리로 시작했지만, 이런 좋은 운동을 우리나라에서도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키고 싶다는 마음에 접근이 쉬운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게 됐다”고 말했다. 운영을 하다보니 ‘정모(정기모임)’도 시작하게 됐고, 지금은 20명 남짓의 주요 멤버들이 구축돼 매주 일요일 트레이닝하고 있다.
바 브라더스는 이미 SNS 등을 통해 크게 인기를 얻고 있는 미국 워싱턴의 라자르(Lazar Novovic)와 두산(Dusan Djolevic) 두사람으로 이뤄진 바 퍼포먼스(bar performance) 팀이다. 오로지 철봉과 맨몸운동만으로 1년간 야윈 몸을 근육질로 바꾼 무시무시한 운동 내공을 보여준다. 풀업·친업·딥스·바(bar) 머슬업 등 철봉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운동과 맨몸으로 할 수 있는 등장성·등척성 운동을 모두 포함해 트레이닝했다.
박 리더는 “길거리운동은 일반적인 운동만으로 사용하지않은 근육까지 모두 사용해 단련하고, 결과적으로 근육이 하나하나 세세하게 드러나게 된다”며 “단순한 트레이닝에 그치지 않고 응용을 통해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최근 젊은 남성 사이에서 주목받는 게 ‘턱걸이’다. 턱걸이는 길거리운동의 기본으로, 체력장이나 군대에서나 했을 법한 운동이었지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야윈 남성을 1년만에 변화시킨 것을 보고 바를 잡는 남성이 늘기 시작했다.
그저 등근육만 키울 수 있는 운동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지만, 허리·팔·복근까지 단련해주며 기초근력을 키워준다. 등과 어깨근육은 척추건강과 자세교정에 좋을 뿐만아니라, 섹스어필의 요소로 꼽힌다. 최근 여성의 피트니스에서도 ‘뒤태’는 꾸준한 키워드로 꼽히는데, 이때 풀업 등을 활용하면 등 한가운데가 쫙 갈라지는 섹시한 ‘등골’을 만들 수 있다.
보디빌더의 우상 아놀드 슈워제네거도 “만약 상체운동 중에 한 가지만을 해야 한다면 풀업을 하겠다”고 했을 정도로 상체운동의 꽃이다. 턱걸이로 상체를 단련하면 등은 물론 어깨까지 단련된다. ‘한 어깨’ 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지섭, 장혁 등도 턱걸이를 즐긴다. 박태환의 ‘태평양 어깨’를 얻는 것은 시간문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턱걸이는 고난도 맨몸운동 중 하나로 꼽히며, 초보자는 처음에 하나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초보자는 처음부터 철봉 끝까지 올라가지 못하더라도 매달려서 버티거나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 반복적으로 연습하며 힘을 키우는 게 우선이다.
턱걸이는 크게 풀업·친업으로 나뉜다. 풀업은 손바닥이 전방을 향하는 오버그립(over grip)으로 철봉을 잡고 운동하며, 광배근의 개입이 많아 상대적으로 어렵다. 간격을 넓게 잡을수록 광배근의 개입이 커져 등이 넓어지는 데 도움이 된다. 과거 체력장에서 테스트용으로 활용되던 게 풀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