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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도 ‘폭식증’ … 마음의 허기 채워야 악순환서 벗어나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7-15 13:55:52
  • 수정 2016-03-03 11: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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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움은 권력, 다이어트 진짜 목적은 ‘사랑받고 싶은 욕망’ … 레이디가가·브리트니 스피어스도 겪어

가수 아이유 셀카, 아이유 팬카페 출처

가수 아이유가 폭식증으로 병원 치료까지 받았다고 고백했다. 지난 14일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불안함을 느끼고 무기력해 먹고 자고를 반복했다”며 “마음이 공허한 건데 음식으로 속을 채우려고 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스타들도 이런 섭식장애를 겪는 경우가 적잖다. 오프라 윈프리, 레이디가가, 브리트니 스피어스, 린제이 로한, 제시카 심슨 등도 폭식증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폭식증은 약 2시간 이내에 일반인들이 먹을 수 있는 양보다 명백히 많은 음식을 먹으며, 음식 섭취에 대해 통제력을 잃는 증상이다. 체중 증가에 대한 공포를 지우기 위해 음식물을 토해내거나, 설사약·이뇨제를 남용하거나, 무리하게 운동을 하기도 하며, 자신의 체중과 체형에 대해 과도하게 집착하는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정크푸드·고탄수화물음식·초콜릿·케이크·탄산음료 등 열량이 높은 음식을 선호한다. 특정 음식에 집착하는 경우도 있다. 폭식증을 호소하는 한 여성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콜라 1.5ℓ를 한번에 마실 수 있을 정도”라고 말한다.

이들은 혼자 먹는 것을 선호한다. 음식이 스트레스를 해소해주긴 하지만 자신의 행동, 즉 먹는 행위에 혐오를 느껴 남에게 자신의 ‘그런 혐오스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싫어한다. 폭식하면서 속이 더부룩해지는 등 복통을 느끼며, 구토를 하면 이런 증상은 없어지나 ‘결국 또 먹어버렸어’ 하는 자책감으로 우울증에 빠진다. 대다수 폭식증 환자는 체중이 정상 범위인 경우가 많으며, 자신의 체중과 외모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지나치다.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몸에서 원하는 이상으로 많이 먹게 되고 식욕조절이 전혀 안된다면 스트레스·우울·짜증·외로움 등을 달래기 위해 감정적으로 먹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경우 마음이 굶주렸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원인을 해소해주는 치료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에서 외모에 대한 중요성이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여자의 날씬함과 외모는 권력화됐다. 최근 수년간 이뤄진 여러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여성의 약 90%는 ‘나는 다이어트가 필요한 상태’로 인식하고 있다.
유 원장은 “한 남성에게 ‘왜 여자들은 날씬하길 바라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남자들은 여자가 날씬한 것은 권력이라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라며 “여성이 다이어트하는 진짜 목적은 체중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혹독한 체중감량을 하는 진짜 이유는 권력, 즉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자존감이 낮은 여성일수록 외모의 기준이 일반인이 아닌 연예인 같은 ‘전형적인 미인의 모습’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기준에 자신을 맞출 때까지 자기비하에 빠지게 된다. 이에 따라 폭식증은 잘못된 다이어트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적잖다.

이런 경우 원하는 몸매를 가져도 늘 살찔까봐 조바심을 내고, ‘내 체중이 곧 나의 자존감’이라는 잘못된 신념에 사로잡히게 된다. 유 원장은 “‘내가 살이 찌면 사람들이 알아볼 것이고 나는 인생의 실패자가 될 것’이라는 강박감에 빠져 다이어트가 삶의 중심을 차지하게 된다”며 “무리하게 식사 양을 줄이거나, 갑자기 먹게 되는 등 적절한 식사조절이 점점 어려워지고 급기야 사람들 만나는 것을 꺼리게 되고, 심지어 학교를 휴학하거나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도 적잖다”고 설명했다. 

체중감량에 성공했더라도 결국 식욕을 조절하지 못하면 문제가 반복되기 마련이다. 지방흡입술, 위밴드수술 등으로 날씬한 몸매를 얻었더라도 식욕억제조절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시 살이 찌는 것은 시간 문제다.
 
폭식하려는 기미가 보이면 허기 이면의 감정을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된다. 유은정 원장은 “식사한 이후에도 배가 자꾸 고픈 상황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식욕이 줄어들 수 있다”며 “예컨대 ‘내가 심심해서 먹게 되는구나’, ‘지금 짜증이 나있구나’, ‘화가 났구나’ 등 여러 가지 감정을 살펴볼 여유를 가져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증상이 점점 심해지거나 심각하다면 단순 시술만 하는 비만클리닉보다는 마음의 상태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미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신경전달물질이나 식욕중추의 조절에 이상이 온 것으로 약물요법이나 상담이 필요하다.
 
신경계의 세로토닌 시스템을 항진시키는 항우울제를 이용한 약물치료가 가장 많이 시행되며, 폭식증의 증상을 경감시켜준다. 이와 함께 폭식과 관련된 식이행동을 조절하고 음식·체중·체형 등에 대한 잘못된 신념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가 병행될 수 있다. 무의식적인 정신역동을 다루는 정신분석치료가 적용되기도 한다.

다만 폭식증 환자는 보통 스스로를 구박하며 자기를 못살게 굴고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는 공통점을 보이므로 주변 사람의 관심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
 
유은정 원장은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체중감량만 생각하게 되고, 자존감이 떨어진다면 심리적인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심리상담을 꼭 권하고 싶다”며 “육체적으로 피곤하고 병이 났을 때 병원을 찾는 것처럼 마음의 병은 상담을 받으며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한 다이어트는 자신의 감정과 불만을 점검하고 스스로의 모습을 찾아가는 시간이다. 유 원장은 “폭식은 어쩌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아주 훌륭한 도구로 마음이 보내는 SOS 신호일 수 있다”며 “폭식증이 생겼다고 실망하거나 방치하지 말고 ‘나 자신을 이해하는 기회’로 삼고, 날씬한 몸과 자존감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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