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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여름철 스테디셀러 조리·레인부츠에 ‘발병 난다’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7-14 09:58:17
  • 수정 2015-01-15 15: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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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리, 지나치게 낮은 굽 족저근막염 유발 … 가느다란 끈에 발가락 쓸려 염증 생겨

레인부츠, 고무 알레르기 있으면 ‘접촉성피부염’ 우려 … 무좀균 서식하기 쉬워 외출 후 바로 발 씻어야

레인부츠는 무게가 다른 여성신발의 4배가 되는 데다가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 발목과 무릎이 다치기 쉽다.

수년 전부터 무더운 여름철마다 인기 아이템으로 일명 ‘조리’와 ‘레인부츠’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신발은 발바닥 통증을 유발하는 ‘족저근막염’의 주범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족저근막염은 발바닥의 두껍고 넓은 힘줄에 무리가 가해져 생기는 염증질환이다. 족저근막은 발바닥 뒤꿈치에서 발가락까지 퍼져 있는데 체중 부하 상태에서 발을 지탱해주는 역할을 한다. 족저근막염을 앓게 되면 발바닥 통증 때문에 걸을 때 불편함을 호소하며, 주로 아침에 일어나 첫 발을 디디자 마자 발뒤꿈치에 심한 증상이 나타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08~2012년 족저근막염 진료인원은 5만812명에서 13만8492명으로 2.7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2012년 기준 성별 진료인원은 여성이 남성보다 1.4배(2만4334명) 많았다. 남성 환자는 2008년 2만2720명에서 2012년 5만7079명으로 연평균 25.9% 늘었다. 여성환자는 2만8092명에서 8만1413명으로 약 2.9배 늘었으며 연평균 증가율은 30.5%였다. 남성에 비해 불편한 신발을 신는 경우가 많은 게 원인으로 보인다.
 
윤한국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하이힐이나 쿠션이 적은 레인부츠를 즐겨 신는 여성이 늘면서 젊은 여성들의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리(플립플랍, flip-flops)는 엄지와 둘째 발가락에만 줄을 끼워 사용하는 시원한 슬리퍼다. 가볍고 탈착이 편해 즐겨 신는 젊은이가 흔하다. 그러나 밑창이 1㎝ 이하로 얇고 발바닥 가운데 부분의 아치를 받쳐주지 못하는 디자인이 대부분인 게 문제다. 발바닥 아치가 무너지면 지면에 닿는 충격을 완충하지 못해 조금만 걸어도 피곤하고 심한 경우 족저근막염이 유발될 우려가 있다.

조리를 오래 신게 되면 걸음걸이가 변하고 볼 바깥쪽으로 하중이 치우쳐 하이힐을 신을 때보다 넘어질 위험이 두배 이상 높아진다. 밑창의 접지력이 약하고 가는 끈으로 발등과 발가락에 걸치는 디자인이어서 가벼운 만큼 잘 벗겨진다. 엄지발가락만을 끼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발가락 하나가 신발 전체를 끌고 다녀야 한다. 가는 끈에 발을 의지하면서 걷느라 신발이 벗겨질까 발가락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뒤뚱뒤뚱 걷게 되므로 발가락 자체가 받는 하중이 커진다. 

국내서는 조리와 관련된 통계가 없지만, 영국의 경우 지난해 조리 때문에 발에 부상을 입는 사람이 한 해 약 20만명에 달하고, 의료비 지출도 한화 740억원 수준인 것으로 보고됐다. 또 엄지발가락과 둘째발가락 사이에 끈이 마찰돼 발가락 상처가 흔히 생긴다.

올들어 처음으로 조리를 꺼내 신고 발가락 사이에 상처가 났어도 ‘해마다 있었던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무좀을 가진 사람은 조리를 피하는 게 좋다. 김한구 미소인피부과 원장은 “발에 무좀이 있는 사람이 조리를 신다가 발가락에 상처가 날 경우 염증이 악화된다”며 “곰팡이에 이어 세균감염까지 이중으로 치료받아야 할 수 있어 자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좀 환자는 발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발등을 덮는 보통 슬리퍼나, 스포츠샌들이 추천된다”고 덧붙였다.

마이크 오닐 영국 발건강전문가협회 대변인은 “조리를 신으면 발목관절에 끊임없이 부담을 주고 비틀림 현상이 계속된다”며 “엄지발가락에 압박을 줘 물집이 흔히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또 조리를 신어 넘어지면 손목이나 팔이 부러질 위험도 크다”고 덧붙였다.

레인부츠는 장마철 등 비오는 날에 발이 물에 젖어 찝찝해지는 기분을 느끼지 않게 해 줘 인기다. 최근엔 단순 장화 스타일을 넘어 다양한 디자인의 레인부츠가 출시돼 개성을 표현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레인부츠는 주로 고무나 합성수지로 만들어져 통풍이 원활치 않고 신발 속이 습해져 무좀균이 생기기 쉽다. 장마철 레인부츠 속은 무좀균의 온상지가 아닐 수 없다. 

땀이 많거나 피부가 약한 사람들은 레인부츠를 신다가 자칫 피부질환에 노출될 수 있는 게 문제다. 무좀에 걸릴 확률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고무 성분에 알레르기를 가진 체질이라면 접촉성피부염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레인부츠를 신고 외출했다가 귀가한 뒤에는 발의 물기부터 제거해 뽀송뽀송하게 만들어야 한다. 

조준 연세사랑병원 족부센터 소장은 “다른 신발보다 부피가 큰 레인부츠는 길이가 무릎까지 올라와 보행시 무릎의 자연스러운 운동을 방해한다”며 “목이 긴 장화는 무게가 보통 여성 신발의 4배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올바른 걸음걸이를 흐트러뜨려 발목과 무릎 관절 등에 통증과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며 “더구나 굽의 무게까지 더해져 심한 경우 골반과 척추에 무리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레인부츠의 딱딱한 밑창도 문제다. 조 소장은 “충격 흡수력이 떨어지는 밑창은 발바닥에 반복적인 미세손상을 가한다”며  “발바닥을 둘러싼 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족저근막염을 유발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레인부츠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려면 구입 시 본인에게 알맞은 사이즈를 구매하는 게 우선이다. 구두굽이 낮고 길이가 발목 정도까지 올라오는 게 적당하다. 맨발에 그대로 신지 말고 땀 흡수력이 좋은 면 양말을 착용하는 게 좋다.
 
위생적인 관리를 위해 외출 후 바로 물기를 제거하고 서늘한 그늘에 뒤집어 건조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구긴 신문지를 넣어두면 습기 및 악취 제거에 효과적이다.
 
이대일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 원장은 “여름철 신발로 인한 후유증을 예방하려면 신발을 고를 때 기능성에 우선을 둬야 한다”며 “신발 굽은 2~5㎝ 정도, 볼이 넓은 것을 골라야 발에 피로가 덜하고, 신발 안쪽 바닥에는 발바닥 아치를 지지해주는 기능이 있어야 발이 편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발에 무리가 가는 신발을 신은 다음 날은 편한 신발을 골라 발이 쉬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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