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지럼증, 치매 등 질환 동시다발적 발생 … 식욕감퇴로 인한 영양불량, 합병증 유발
황환식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지난 29일 열린 ‘제34차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 - 노인질환의 새로운 개념, 노인증후군’ 심포지엄에서 노인증후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970년 평균 61.9세에서 2012년 81.4세로 20년 가까이 연장됐지만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암, 심혈관질환, 대사증후군 등의 발병위험도 덩달아 높아졌다. 특히 노인들은 노화로 인해 한 두개 이상의 공통적인 증상을 겪게 되는데, 이를 ‘노인증후군’으로 부른다. 시력·청력저하, 어지럼증, 섬망, 쇠약, 치매 등은 노인증후군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같은 증상은 기본적인 생활을 어렵게 해 노년기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유형준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지난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34차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 - 노인질환의 새로운 개념, 노인증후군’ 심포지엄에서 “노인증후군은 노약한 노인에서 유병률이 높고, 삶의 질과 기능에 상당한 충격을 주며, 다양한 원인이 여러 장기에 영향을 미치고 증상들끼리 발병인자들을 공용하는 소견을 보인다”며 “당뇨병, 근육감소증, 노쇠 등 질환과 깊게 연관된다”고 설명했다.
노인증후군의 요인 중 가장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는 게 노쇠다. 노쇠는 외부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 등을 감소시켜 생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떨어뜨리고, 각종 합병증의 유병률를 높인다. 최근 통계결과 국내 85세 이상 노인의 25~50%가 노쇠로 인한 사망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환식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노쇠는 동반질환이나 장애와는 차별화된 개념”이라며 “동반질환은 노쇠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요소, 장애는 노쇠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증상과 확실히 구별되는 하나의 증후군으로서 의료기관 입원 및 의존성 위험이 높고, 허약한 노인층에서 주로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섬망은 주의력 등 인지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증상으로 심한 경우 하루에 수차례 심한 기복을 보인다. 제 때 원인을 발견해 치료하면 단기간에 회복될 수 있다.
섬망의 원인은 △뇌졸중, 뇌외상, 뇌종양, 뇌의 감염 등 일차적인 뇌질환 △대사성질환, 감염성질환, 심혈관계 및 호흡계질환 등 뇌에 영향을 미치는 전신질환 △약물 및 독소 등 외인성 △알코올, 수면제, 진정제 등 의존 물질로부터의 금단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동우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노인은 다양한 약물을 병용할 때가 많으므로 복용 약물과 섬망의 관련성을 점검해야 한다”며 “노인에서 흔히 발병하는 요로감염, 경미한 두부 손상으로 인한 뇌경막하 출혈 등도 섬망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섬망은 의식의 혼탁, 주의력 및 기억력 저하, 언어 및 시공간기능 장애 등을 유발하고, 환각 등 정신병적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짧게는 수 시간, 길게는 수 일에 걸쳐 급격하게 인지기능이 저하되지만 원인이 되는 질환을 치료하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섬망 치료는 초래한 원인 질환을 치료하고 적정 수준의 자극, 친숙환 환경 유지 등 환경적 요인을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며 “환자가 심한 초조와 흥분 증상을 보일 땐 소량의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양불량은 노인증후군을 유발하는 주요인이다. 노인 영양불량의 가장 큰 원인은 식욕부진이다. 기저 질환이 없더라도 나이가 들수록 시장기와 식사량이 감소한다. 평균적으로 80대는 20대보다 식사 섭취량이 30% 정도 감소한다,
나이가 들수록 열량 요구량이 낮아지기는 하지만 음식 섭취량이 더 급격히 감소하므로 체중이 줄게 된다. 미국의 경우 65세 이후 매년 현재 체중의 약 0.5%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중이 평소 체중의 5% 이상 감소할 땐 소모성 체중감소로 볼 수 있다.
백현욱 분당제생병원 임상영양내과 원장은 “급성 스트레스가 되풀이되면 노인성 식욕부진이 전신소모증후군(cachexia)으로 진행된다”며 “이 증후군은 심각한 저체중을 동반한 만성 영양불량 상태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폐렴, 요로감염, 압창 등 합병증이 동반되면 급격한 중증 단백질·열량 부족 영양불량 상태가 되고 동반된 급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며 “영양불량과 연관된 체중감소는 인지기능을 떨어뜨리고 우울증을 악화시켜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