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러시아와의 첫 경기에서 1대1 무승부를 기록하며 월드컵 열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축구를 보며 야식을 먹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나 습관처럼 먹는 야식은 월드컵 후유증을 동반해 건강과 외모를 해칠 수 있다.
야식은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량을 절반 정도 감소시키고,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의 분비에도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야식을 계속 먹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특히 야식 섭취 후 소화나 열량 소비가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로 잠이 들면 체지방이 축적돼 비만으로 이어진다. 또 기능성 위장장애 등 소화기질환이 동반되는데, 이같은 증상을 통틀어 야식증후군(Night Eating Syndrome)이라고 한다.
1955년 미국의 앨버트 스턴커드 박사는 낮 동안의 식욕 감퇴,저녁식사 이후 잠들기 전까지의 과식,이로 인한 불면증과 소화장애 등 세 가지 특징적 증상을 야식증후군으로 정의했다. 이후 2001년 4월 미국의 의학저널 ‘비만연구’(Obesity research)에는 미국인 중 정상 체중을 가진 사람의 0.4%,비만 환자의 9∼10%가 야식 증후군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특히 치료가 어려운 중증 비만 환자의 경우 51∼64%가 야식증후군으로 나타났다.
야식증후군이 생기는 원인으로는 과도한 스트레스, 우울증,심리적 불안,자신감 상실 등 심리적 요인을 들 수 있다. 각박하고 바쁜 현대인의 생활이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부르고 이를 밤에 먹는 것으로 달래다보면 야식증후군으로 굳어지게 된다.
직장인들의 잦은 야근과 저녁 회식도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야근시의 출출함과 업무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밤에 간식 먹는 것이 습관화될 수 있다. 회식자리에서 긴장이 풀리고 술이 위액분비를 자극하면 식욕이 올라가 은근히 회식이 기다려지고 밤만 되면 먹을 것을 찾는 습관이 길러지게 된다.
야식증후군은 비만, 수면장애, 만성피로, 위산식도역류, 등을 유발한다. 이들은 서로 맞물리면서 비만을 심화시키고 이는 다시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 같은 성인병을 촉발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야식증후군 환자는 체질량지수, 체지방률, 비만율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비만으로 인한 추가 질환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가진단테스트를 통해 △새벽 1시 이전에는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잠들기 직전까지 음식을 섭취하는 때가 많다 △잠드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밥 대신 인스턴트와 같은 군것질로 끼니를 때운다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폭식을 한다
△잠자는 도중 자주 깨고 자다가 음식을 먹기 위해 깬 적이 있다 △체중에 변화가 심하거나 복부 비만이 있다 △담배를 많이 피우고 하루 평균 소주 3잔 이상 마신다 △야간에 과식을 한 후에는 죄책감을 느낀다 △아침을 거르거나 점심에 식욕이 별로 없다 △오후 7시 이후 식사량이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중 5개 이상에 해당된다면 야식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야식증후군을 극복하려면 규칙적인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 하루 세끼를 제 시간에 챙겨 먹고 특히 아침식사는 거르지 않는 게 좋다. 점심에는 포만감이 오래가도록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저녁에는 소화가 잘 되도록 가볍게 먹는 게 바람직하다. 잠들기 전에는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야식의 유혹을 떨쳐내기 힘들다면 위에 부담을 덜 주고 열량과 당분이 낮은 우유, 두유, 토마토, 당근 등을 먹으면 된다.
심 교수는 “시차가 큰 이번 월드컵 기간에는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거나 졸음을 참으려고 야식을 먹는 사람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야식 섭취는 피로도를 증가시키는 동시에 소화기질환과 비만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잦은 야식 섭취로 이미 비만이나 소화기질환이 발생했다면 병원을 찾아 추가 질환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식을 하게 되는 정신적·심리적인 요인을 파악하고, 먹는 것을 뒤로 미룬 채 열중할 수 있는 소일거리나 취미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먹고 싶은 충동은 그리 오래가지 않으므로 ‘5분만 버텨 보자’는 식으로 명상 심호흡 음악감상 독서 등을 하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야 한다.
아침·점심을 충실하게 먹고 몸을 충분히 움직이는 사람은 특별히 저녁을 많이 먹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