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전파열 땐 재건술 … 원래 인대 보존시 무릎 움직임 자연스럽고 회복 속도 빨라
박영식 강북연세사랑병원 원장
소문난 축구마니아인 홍모 씨(29)는 최근 축구 경기 중 상대편 수비에 걸려 넘어져 무릎 부상을 당했다. 무릎 주변이 약간 욱신거리기는 했지만 통증 자체가 심하진 않아 병원을 찾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점차 통증이 심해지고 걷기 힘들어질 정도가 되자 병원을 찾았고, 무릎 전방십자인대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최근 스포츠 및 레저활동을 즐기는 인구가 점차 늘면서 각종 부상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무릎 전방십자인대파열은 대표적인 스포츠 손상이다. 미국 통계자료에 따르면 매년 10만~20만명이 전방십자인대파열로 고생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약 1만명 이상이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 중 부상은 병원에 가지 않아도 자연치유될 때가 많지만 심한 전방십자인대파열은 그렇지 못하다. 선행 연구에서 전방십자인대의 파열된 부위를 봉합해 자연적으로 아물게 해봤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는 관절에서 분비된 관절액이 자연치유되려는 물질이나 움직임을 계속 씻어내기 때문이다.
전방십자인대파열을 치료하려면 완전히 다른 인대를 이식해 넣어주는 ‘재건술’이 필요하다. 전방십자인대는 한 덩어리, 한 가닥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능적으로는 전내측 가닥과 후외측 가닥 등 2가닥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새 인대를 넣을 때 원래 모양 및 기능과 비슷하게 만드는 ‘두가닥 전방십자인대재건술’이 많이 시행돼왔다.
인대가 완전히 끊어지거나 파열 정도가 심할 땐 고민할 필요 없이 원래 있던 전방십자인대를 제거한 후 새 인대로 대체하면 된다.
그러나 부분파열일 땐 치료법을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 과거에는 수술이 결정되면 파열되지 않고 일부 남아있는 전방십자인대를 먼저 제거한 후 새 인대를 만들었다. 원래 있던 인대를 제거하지 않으면 이식된 인대와 부딪혀 문제를 일으킨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선행 연구결과 이같은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돼, 최근에는 원래 인대를 그대로 보존한 채 파열 부위만 새로 만들어 넣어주는 보강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환자의 원래 전방십자인대가 남아 있으면 고유의 위치감각이 보존돼 수술 후 무릎 움직임이 더 자연스럽다. 또 원래 인대로부터 혈액공급이 이뤄져 이식된 전방십자인대가 쉽게 자리잡을 수 있다.
간혹 수술 후 초기에 이식한 전방십자인대가 늘어나는데, 남아 있는 원래 인대가 이같은 부작용을 막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치료법은 수술 시야가 좋지 않아 실패 위험이 존재하고 경험이 적은 의사는 시도하기 어려운 게 단점이다.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진찰 소견에서 완전파열로 진단됐지만 수술 도중 부분파열로 밝혀질 때가 종종 있다. 이 때 파열되지 않은 전방십자인대는 보존한 상태에서 파열 부위만 선택적으로 재건한다. 이런 경우 회복속도가 빠르고 통증이 적으며 보행이 수월해진다. 이는 의사가 아무리 수술을 잘해도 원래의 것보다는 못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