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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클리닉 찾았더니 ‘살빼라는 압박’에 폭식 악순환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6-18 17:46:37
  • 수정 2014-06-25 17: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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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치감 주고 겁박하는 비만병원에 오히려 요요현상 … 감량 기술자 아닌 평생 주치의 찾아야

비만클리닉에서 지나친 체중감량에 대한 압박감을 받고 극단적인 다이어트로 인해 폭식증, 다이어트 강박, 식욕억제제 중독이 시작된 여성이 적잖다.

여대생 김 모씨(21)는 최근 죽어도 빠지지 않는 허벅지의 군살을 없애기 위해 비만클리닉에 등록했지만 3주만에 후회하고 있다. 과체중은 아니지만 외모가 중시되는 분위기에서 다소 통통한 축에 끼는 바람에 고민 끝에 아르바이트 비용을 모아 병원을 찾았다. 왠지 혼자서 하는 것보다 훨씬 건강하게 살을 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체질량측정기로 재 본 결과 162㎝에 58㎏, 체질량지수(BMI,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가 22로 나와 간신히 표준체중 범위에 들었다. 체중감량보다 사이즈 감소에 더 큰 목표를 뒀지만 의사는 ‘그게 말이나 되냐’며 김 씨를 비난했다. 그는 “마른 게 곧 건강한 상태”라며 “살을 빼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인 만큼 50㎏을 만들어야 한다”고 겁줬다. 김 씨는 식이조절과 하루 40~60분 정도 유산소운동을 병행하고, 매주 병원에서 카복시테라피를 받으며 체중을 체크했다. 문제는 과체중이 아닌 탓에 체중감량 속도가 느렸다는 것이다. 클리닉에 등록한지 3주째, 현재까지 감량된 체중은 2㎏이다.
 
의사와 병원 실장은 매주 “이렇게 해서 살이 빠지겠냐”며 “2㎏밖에 빠지지 않은 게 말이 되지 않는다”며 김 씨의 노력은 묵살했다. 김 씨는 “내 돈내고 건강하게 살을 빼려고 찾은 병원인데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는 것 같다”며 “심지어 음식을 절식 수준에 가깝게 조절하라고 하는데, 이후에 요요현상이 오면 책임질 거냐”고 토로했다. 그런 이야길 듣기 싫어 클리닉에 가기 하루이틀전에 굶어서라도 일시적으로라도 몸무게를 줄이는 사람도 적잖다.
 
실제로 가장 건강하게 살을 빼려면 한달에 자기 체중의 5~10% 정도를 감량하는 게 적절하다. 예컨대 체중이 60㎏이라면 첫 달엔 3~5㎏만 감량해도 성공이다.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병원까지 다니는데 살이 빠지지 않는다면 가장 속상한 사람은 등록한 당사자일 것”이라며 “다만 체중감량은 평균적으로 정해진 속도가 있어 개인차가 있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간혹 가시적인 수치에만 집중하는 일부 비만클리닉이나 비만 전문 한의원에서는 건강한 체중감량을 하려는 여성에게 인간적으로 수치스러운 이야기를 하거나, 그러다가 건강을 해치고 말거라는 등 겁을 주며 단기간에 몸무게를 많이 빼야 한다고 강압한다. 의사나 병원 직원이 자신을 볼 때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과 핀잔에 상처받고 폭식과 굶기를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엔 ‘독설’이 유행하면서 병원에서도 의도적이든 아니든 환자에게 상처를 주며 살을 빼도록 유도하는 양상을 적잖이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여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비싼 돈 내고 욕먹고 있다’는 반응이 종종 올라온다.
 
유 원장은 “실제로 클리닉에서 지나친 체중감량에 대한 압박감을 받고 극단적인 다이어트로 인해 폭식증, 다이어트 강박, 식욕억제제 중독이 시작된 사람을 자주 본다”며 “클리닉에 방문하기 전 ‘혼나지 않기 위해’ 급하게 감량하려는 사람일수록 심리적으로 ‘인정욕구’에 목말라 있으며, 인정받지 못하면 폭식하고 감량되더라도 요요현상에 노출되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병원에서 독설로 다이어트 목표를 이루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이런 곳은 극소수일 것”이라며 “비만치료의 핵심은 체중감량에 대한 ‘동기강화’ 상담”이라고 강조했다. 체중감량을 해오지 못한 사람에게 비난보다는 “그럴 수 있다. 이번주에는 이런이런 것들에 대해 노력해보자”는 위로가 내적 긴장감을 해소해준다.

비만클리닉에 상담하러 오는 환자의 약 90%는 여성이다. 주로 다이어트 문제로 인한 폭식, 스트레스 등을 호소한다. 유은정 원장은 “체중을 줄이고 싶은 여자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만큼 ‘목적지향적’인 진료스타일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가장 힘든 시기에 도움을 청하러 온 만큼 꼭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뭔지, 그 부분에 대해 집중해서 함께 해결하자고 힘을 북돋아주는 게 의사의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에서 의사와 환자간에 서로의 동맹을 강하게 확인하고, 신뢰를 쌓으며, 치료에 대한 동기를 부여한다. 유 원장은 “동기강화 상담은 의사가 환자의 변화하고 싶어하는 마음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동시에 갖는, 동전의 양면같은 심리를 잘 어루만질 수 있어야 성공한다”며 “예컨대 환자가 과거의 잘못된 행동을 바꿔야 할 때 느낄 수 있는 거부감이나 힘겨운 내적갈등을 줄여주고 긍정적인 동기에 의한 행동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게 의사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설은 이런 역할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은정 원장은 비만클리닉은 학원을 다니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토플학원을 다니는 것은 혼자서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데도 효과적으로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다. 마찬가지로 비만클리닉은 평소 살찌는 습관을 바로잡아 평생 효율적인 관리법을 익힐 수 있도록 배우는 곳이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독설과 감량 압박을 하는 곳이 아니라 건강한 습관을 내것으로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곳을 골라야 한다. 좋은 강사를 만나면 성적이 더 잘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특히 유 원장은 “비만클리닉을 다니는 목표는 ‘감량’이 아닌 ‘유지’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을 빼더라도 다시 찌면 그만일 정도로 다이어트는 허망한 부분이 없잖아 있다. 평생 살이 찌지 않는 습관을 기르고, ‘내가 어떤 경우에 많이 먹고 살이 찌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내도록 도와주는 조력자를 만나야 한다.
 
갑자기 체중이 5㎏ 이상 증가했다면 내 몸에 ‘이상신호’가 감지됐다는 뜻이다. 식욕중추 과잉 활성화, 순환억제, 림프문제(폐쇄로 인한 노폐물 배출 억제), 해독기능저하, 호르몬 부조화 등 비만을 유발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무조건 유행다이어트를 따라한다고 해서 체중이 감량되는 게 아니며, 감량됐더라도 건강하지 못한 다이어트는 내 몸이 정상화시키지 못한다.
 
비만치료병원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 방문할 수 있는 근거리에 위치하는 게 좋다. 유명한 병원도 중요하지만, 나와 잘 맞는 주치의를 찾는다는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체중감량엔 단순히 시술만 해주는 ‘기술자’가 아닌 나의 전반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믿고 공개할 수 있는 ‘평생 주치의’가 필요하다.
 
유 원장은 “식욕억제제는 웬만해서 처방받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런 약물은 의사 사이에서도 논쟁이 끊이지 않는 만큼 적어도 4주 이상 처방을 끊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폭식증이 있는 사람은 식욕억제제(중추신경억제제)를 중단하면 폭식이 오히려 더 심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자신에게 폭식 증세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폭식증치료제는 식욕억제제와 달리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로 탄수화물중독, 생리전증후군까지 해결하면서 의존성이 없는 게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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