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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구피임약, 1년 이상 복용하면 ‘휴약기간’ 가져야 할까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6-09 10:53:52
  • 수정 2014-06-10 18: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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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흡연자·심혈관질환자·비만 등 혈전 고위험군, 애초에 피해야 … 휴약 여부와 관계 없어

5개월 이상 복용시 난소암·자궁내막암 위험도 40~50% 감소 … PMS·생리통·빈혈도 완화

경구피임약과 폐경기 치료에는 호르몬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각기 쓰이는 약의 종류 및 용량, 복용 대상이 달라 경구피임약을 복용한다고 해서 유방암이 초래되는 것은 아니다.

직장인 이 모씨(27·여)는 거의 2년째 병원에서 경구피임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다. 처음엔 생리때만 얼굴에 심하게 올라오는 여드름을 개선하기 위해 먹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피임 목적을 겸해 챙기고 있다.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 우연히 자신이 복용하는 것과 같은 약을 1년 정도 복용한 여성이 ‘피임약을 오래 먹어도 괜찮을까요’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을 보게 됐다. ‘어떤 약이든 오래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글쓴이의 질문에 시원한 답을 내린 사람은 없었다. 2년 동안 한번도 문제가 생긴 적은 없지만 내심 찝찝한 마음에 병원을 찾아 장기복용을 해도 괜찮은지, 잠시 휴약기간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물어볼 계획이다.
 
경구피임약은 임신 부담감을 덜어준 공로로 ‘20세기 20대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오해도 많고 말도 많은 만큼 ‘무조건 약은 위험하다’며 이를 기피하는 여성이 대부분이다. 여성 쪽에서 피임 등을 목적으로 복용한다 하더라도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건강에 해롭다’며 말리는 경우도 적잖다.
 
피임약은 정상적인 여성이 임신을 피하게 해주는 합성여성호르몬제로 제품에 따라 성분·함량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원리는 임신 중 배란·임신이 중지되는 같은 원리를 이용한다.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인 에티닐에스트라디올, 레보노르게스트렐은 각각 여포호르몬(에스트로겐), 황체호르몬(프로게스테론) 두가지를 흉내내 합성한 것이다.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은 생체호르몬과 가장 유사한 화학구조를 가진 ‘드로스피레논’(성분명 드로스피레논·에티닐에스트라디올, Drospirenone·ethynylestradiol)을 주성분으로 한다. 기존 황체호르몬으로 인한 부종·체중증가 현상이 없고 오히려 체중이 감소한다. 또 생리주기에 따라 여드름 등 피부문제가 심했던 사람의 증상을 완화시켜 호르몬에 의해 여드름이 발생하는 사람의 치료제로 활용되기도 한다.

김미경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피임약 복용 후 부작용은 첫 3개월 내에 잘 나타나며 휴약기간과 아무 관계가 없다”며 “구역, 구토, 가슴조임(유방통증) 등이 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두통, 소화불량, 메스꺼움, 위장장애, 하혈, 부종 등이 유발될 수 있지만 꾸준히 복용하면 2~3개월 안에 사라진다.
 
이론적으로 초경 이후부터 폐경까지 복용할 수 있다. 악성 종양, 혈전, 천식, 고혈압, 우울증, 간질환 등 다른 위험요소가 없는 사람이라면 사용기간에 제한이 없다.

김미경 과장은 “1년 이상 ‘장기복용하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혈전이 유발되는 상황을 의미하며, 이는 휴약기간을 가진다고 해서 개선되는 게 아니다”며 “흡연자, 고혈압환자, 심혈관질환자, 비만인,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많은 사무직, 혈전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경구피임약과 관계 없이 혈관이 막히는 등 혈전발생 위험도가 높아지는데 이런 고위험군에서는 다른 피임법을 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혈전 위험성이 가장 높은 사람은 35세 이상의 흡연자다. 피임약을 복용하면 혈전발생 빈도가 일반인에 비해 2배쯤 증가하지만 이 역시 낮은 발생률을 보인다.

그는 “오히려 임신할 경우 혈전 위험도가 약 6배로 늘어나며, 출산 직후엔 100배쯤 오른다”며 “임신했다고 혈전증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6배 증가했어도 절대 빈도가 낮기 때문이며, 피임약으로 인한 혈전증은 임신했을 경우보다도 훨씬 적다”고 지적했다.

다만 임신부·수유부는 복용을 삼가야 한다. 초기에 임신한 줄 모르고 먹은 피임약은 대체로 해롭지 않다. 모유로 아기에게 영향이 갈 수 있으니 수유부는 먹지 말아야 한다.
 
3대 직계가족 내에 난소암·유방암 등을 가진 사람은 여성호르몬제를 복용하는데 부담을 느껴 일부러 피하는 사람도 있다. 김미경 과장은 “피임약을 5개월 이상 복용하면 난소암, 자궁내막암의 위험도가 40~50% 감소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가족력에 난소암이 있는 경우 도리어 예방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폐경기 호르몬치료가 유방암을 초래할 수 있으나, 경구피임약은 유방암을 증가시키지 않는다. 각기 쓰이는 약의 종류와 용량이 다르고, 복용하는 대상도 차별화되기 때문이다.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도 피임약을 복용하는 데에는 별 상관이 없으며 일반적인 유방검진 외에 특별한 검사가 필요하지 않다.

간혹 생리하는 게 귀찮다고 휴약기간 없이 쭉 복용하는 사람도 있다. 피임약은 월경을 미루는 작용을 해 월경예정일 1주일 전부터 미루고 싶은 날까지 하루 한알씩 먹으면 복용기간엔 월경이 미뤄진다.
보통 피임약은 28일 복용후 일정한 휴약기간(일반약은 7일, 전문약은 4일)을 둔다. 휴약기간 중에 미뤄졌던 생리가 이뤄진다. 김 과장은 “특별한 경우 3개월에 한번씩 4일간의 휴약기간을 두는 방법으로 생리 빈도를 석달에 한번으로 유도하는 스케줄을 짜기도 한다”며 “이는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은 뒤 안전하게 이뤄져야 하며, 웬만하면 가장 보편적인 방법인 28일 주기로 생리를 만드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의사 상담을 바탕으로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약을 제대로 복용해야 이로운 점이 많다. 이럴 경우 불규칙한 월경이 규칙적으로 변하고, 월경량이 줄어 철결핍성 빈혈환자의 빈혈이 완화되며, 생리통·생리전증후군도 개선된다. 난소암·자궁내막암도 예방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성은 평생 난자가 될 난모세포수가 정해져 있는데, 피임약으로 배란이 억제되면 난모세포를 아낄 수도 있다.

김미경 과장은 “피임약은 안전한데도 ‘무조건 해롭다’고 여겨지는데, 이는 임신·피임에 대한 부정적인 문화적 시각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복용이 호르몬 분비에 문제를 끼친다면 제품이 아예 시장에 나올 수 없고, 전세계 수억명의 여성이 이미 사용하며 치명적인 오류가 없는 약만 살아남아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피임약은 ‘약먹는 시간’을 제대로 지켜야 하는 게 최대 단점이다. 생활이 불규칙하거나 약물복용을 자주 깜빡하는 사람은 주사피임제를 고려해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사야나’(SAYANA, 성분명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아세테이트 medroxyprogesterone acetate) 주사로 기존 미레나·임플라논 등 이식형 피임기구에 함유된 황체호르몬 제제다. 장기간 맞을 수 있게 만든 제품이며, 한번 주사로 효과가 3개월간 지속돼 매일 복용해야 했던 기존 경구피임약보다 편리하다.

김미경 과장은 “황체호르몬 단독 제제가 갖고 있는 문제점인 부정출혈이 흔히 관찰되지만 몸에 별 무리는 없는 경우 피임을 하지 않고 덜컥 임신되는 위험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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