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방암학회가 한국인 유방암 생존 환자의 디스트레스(distress)와 삶의 질 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디스트레스는 원인과 정도에 관계 없이 암환자가 겪는 정신적 고통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번 조사는 전국 대학병원 및 유방암 전문병원 30곳의 생존환자 109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542개의 유효한 응답을 분석에 사용했다. 조사는 2013년 8~11월까지 진행됐다.
조사 결과 유방암 생존환자의 평균 디스트레스 점수(10점 만점)는 4.04점이었다. 중증 스트레스로 분류하는 4점 이상의 디스트레스를 경험하는 환자가 50.7%(275명)에 달했으며, 12.7%(69명)는 8점 이상의 심각한 디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3.1%는 디스트레스의 정도가 10점으로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30세 미만의 환자는 디스트레스 지수가 비교적 높은 6점을 기록했다. 40~50대 환자의 디스트레스 지수가 3.87점인 것을 고려하면 약 1.5배나 높은 수치다. 젊은 여성은 유방암 발병 이후 외모 변화 및 치료 후 불임 우려 등에 대해 고민하게 돼 윗세대보다 심각한 디스트레스를 겪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디스트레스 지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유방암 환자 삶의 질 평가도 함께 진행됐다. 유방암 치료의 기능 평가(FACT-B)를 활용해 △신체적 상태 △사회·가족적 상태 △정서적 상태 △기능적 상태 △유방암 특이적 상태로 나눠 삶의 질을 측정했다. 이는 FACIT(Functional Assessment of Chronic Illness Therapy)가 개발한 암 생존자 삶의 질 측정 도구로, 점수가 높을수록 삶의 질이 높은 것이다. 5개 항목, 37개 문항(문항별 0~4점, 최대 총점은 148점)의 총점 평균은 95.28점으로 다른 나라와 크게 차이가 없었으며, 1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6.44점이다.
각 상태에 점수를 10점 만점으로 환산했을 때 특히 주변인과의 관계를 의미하는 영역인 사회·가족적 상태의 삶의 질 5.88점에 그쳐 가장 낮았다. 치료 후 우려하는 신체적·기능적 상태보다 사회적인 상태의 삶의 질 하락이 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업이 있을 때 삶의 질 점수(6.8점)가 없을 때(6.2점)에 비해 높아 사회활동이 삶의 질 향상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결과도 도출됐다.
연구를 주도한 신혁재 명지병원 외과 교수는 “유방암은 5년 생존율이 91%로 높은 반면 여성성 상실 등으로 심리적 스트레스가 크다”며 “암 치료 및 재발예방 외에도 사회·심리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준원 단국대병원 외과 교수도 “사회적 상태에서 느끼는 삶의 질 저하가 심각한 만큼 사회 복귀를 위한 꾸준한 지원 및 유방암 환자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이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