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보건 이슈가 등장할 때 이에 대비한 매뉴얼이 필요하고, ‘한국형 헬스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는 17일 ‘위험사회와 갈등, 헬스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을 주제로 이화여대 신세계관에서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이를 포함해 갑상선암 과잉 진단을 둘러싼 갈등, 일본 방사능 위험에 대한 전문가 논란, 세월호 생존자의 정신건강 회복, 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 중국 황사미세먼지 등 위험사회와 갈등의 속성을 담고 있는 최근 이슈 전반을 다뤘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의료인·심리학자·홍보컨설턴트·메디컬저널리스트 등 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가 30여명이 연자로 참여한 다양한 소재의 관심사를 발제했다. 1·2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된 학술대회에선 △헬스커뮤니케이션 캠페인 사례 △헬스커뮤니케이션의 역할 △헬스저널리즘 현황과 이슈 △뉴·올드 미디어 이용과 건강 △헬스커뮤니케션과 관련한 사회적 이슈·구조 △헬스케어 상황의 커뮤니케이션 등이 논의됐다.
헬스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건강정보의 전달에 그치지 않고 건강정책에 대한 토론과 여론수렴, 정책수립에도 영향을 주며, ‘건강증진’을 가져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행사에서도 단순히 ‘건강’만을 키워드로 한 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함께 다뤘다.
이병일 엔자임 공익마케팅 본부장은 ‘메시지맵을 활용한 공중보건위기대응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개별 공중보건 분야별로 실무 매뉴얼에 근거한 세분화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현재 나와 있는 커뮤니케이션은 대국민 공중을 대상으로 한 국가 공중보건위기대응 분야와 위기단계별 전략적 접근을 포괄해 완성한 것”이라며 “공중보건실무자를 위한, 이들이 현장에서 직접 실행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방법 및 관련 교육개발 프로그램 등의 매뉴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이번 세월호 참사와 관련, 희생자 및 유가족의 정신건강 치유·회복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 개발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대규모 사망사고에 따른 희생자를 위로하고 관련 유가족의 정신적 치유를 도와 중장기적으로 이들이 건강하게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국형 헬스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에 대해서 강조했다. 헬스커뮤니케이션의 역사가 짧고 미국 등에서 먼저 시작된 만큼 아직까지는 외국 연구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유 교수는 “전세계 어디를 가도 건강 관련 사안은 공통적인 부분도 많지만 한국인의 생활 속에 파생해 우리에게만 특별하게 나타나는 이슈에 대해선 한국적 문화와 관습을 철저히 이해하고 한국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1일 염분 섭취량을 훌쩍 뛰어넘는 짠맛 선호 식생활, 자극적인 식당을 ‘맛집’으로 소개하는 미디어 콘텐츠, 세계에서 가장 점잖은 담배갑 경고문구, 술잔 돌리고 찌개 한그릇에 함께 먹는 정(情) 문화, 외모지상주의에 따른 성형 광기, 정력에만 좋다면 무조건 먹고 보는 보신문화 등에 한국적인 헬스커뮤니케이션이 적용돼야 할 분야로 꼽았다.
유 교수는 “대부분의 헬스커뮤니케이션 관련 이론이 외국인 연구자들에 의해 외국인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도출된 경우”라며 “한국형 헬스커뮤니케이션 연구를 활성화시키려면 건강행동·건강정보홍보에서 한국적 적용 및 해석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욱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장(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은 “헬스커뮤니케이션은 질병의 문제뿐만 아니라 안전·환경·재난·치유·과학 등의 문제와 연결되며 확장돼가는 추세”라며 “우리사회가 지닌 위험사회의 속성과 갈등상황을 헬스커뮤니케이션이라는 키워드로 해석하고 개선책을 진단함으로써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