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비 13억600만원, 기부금 고작 3248만원 … 이행명 대표·특수관계인 지분 94.87%

지난해 12월 방송된 MBC의 ‘불만제로 UP’에서 한 일본 치과의사가 먹는 잇몸약의 허실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는 모습. MBC 화면 캡처.

치주질환치료제 ‘이가탄’으로 유명한 명인제약이 매출부진과 나눔경영 외면으로 이런저런 잡음에 휩싸이고 있다. 이가탄은 지난해 12월 4일 MBC의 ‘불만제로 UP’이 “이 약의 주성분인 염화리소짐은 일본에서 개발됐는데 효능이 없다는 의견에 따라 재평가 중”이라며 “이 성분을 함유한 약품은 현지에서 판매중지된 상태”라고 보도하면서 매출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는 추세다.

명인제약 홍보 관계자는 “작년엔 월 평균 20억원 안팎의 매출을 보였으나 올들어 1월엔 15억원, 2월엔 16억원, 3월에는 20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회사 영업일선에는 이가탄에 대한 부정적인 제품이미지가 떠오르면서 예년의 절반 수준인 10억원대에 그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 대형약국의 한 약사는 “올들어 이가탄 매출이 3분의 1 가량 감소한 기미를 보이고 있다”며 “이가탄 도매가가 비싸기 때문에 기왕이면 유사한 타사의 제품을 25% 정도 싼 가격으로 권유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유사 제품도 따지고 보면 성분과 함량까지 이가탄을 카피한 약이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종의 속임수를 당한 것과 다름없다.

명인제약은 지난해 매출이 1239억원으로 이 중 이가탄 매출은 200억원이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광고비는 200억원으로 이가탄 전체 매출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우스갯소리로 케이블 방송을 틀면 5분 이내에 한번은 반드시 나온다는 광고가 이가탄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가탄에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붓는 것은 절대 손해가 아니라 남는 장사”라며 “원료 성분이 고가가 아닌데다가 매출은 가급적 축소해서 잡고, 광고비 지출액 중 일정 비율은 광고수수료로 언론매체로부터 되돌려받게 되므로 쏠쏠한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탄을 통해 명인제약이란 브랜드를 알리는 효과는 오히려 덤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인식이다.

불만제로UP은 전문가의 말을 빌려 이가탄은 치주질환을 치료하는 의약품이 아닌 잇몸 건강을 돕는 보조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일본의 치과의사는 “일본에서는 약으로 치주염을 고치겠다는 생각 자체가 없어요. 약을 먹어도 낫지 않아요. 낫는다면 노벨상 감이에요”라고 말했다.
불만제로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도 이 프로그램에서 “약효가 확실해서 의사들이 처방을 많이 하고 소비자들이 찾는다면 (일본에서) 임상실험 갱신을 하지 않을 이유도 약품 판매를 중단할 이유도 없다”며 “일본 제약회사들이 판매를 중단한 이유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상목 서울대 치대 명예교수는 “이가탄은 치료제가 아닌 영양제”라고 단언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잇몸질환은 질병을 일으키는 유발인자가 따로 있다”며 “치태나 치석 같은 물질이 잇몸에 자극을 줌으로써 질병이 생기는데 이가탄을 복용해도 없어지지 않는다면 효과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치협은 시중에 나온 일부 잇몸약에 대해 스케일링 등 근본적인 치과치료의 보조수단으로 잇몸약을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잇몸질환은 내과 질병처럼 약으로 치유되는 것이 아니고, 외과 차원의 원인제거가 우선이라는 입장이 확고하다.

이가탄 성분을 면면히 살펴보면 이 약은 아직 임상결과가 대외적으로 보고되지 않은 단순한 합성의약품(염화리소짐+카르바조크롬+비타민E+비타민C)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염화리소짐은 소염효소제로서 염증을 가라앉히고 일부 조직재생을 돕는 역할을 한다. 카르바조크롬은 지혈 및 혈관수축제로서 잇몸 출혈을 방지한다. 비타민E는 항산화 및 조직강화작용, 비타민C는 항산화 및 지혈작용을 한다.
이가탄은 붓고 피나는 치은염, 다시 말하면 초기의 잇몸질환의 증상 개선에 좋은 대증요법적 단방약 수준이다.
이가탄 에프캡슐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주요 효능·효과는 치은염(잇몸염)·치조농루에 의한 잇몸의 충혈·부기·출혈·통증 완화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는 최근 5년간 대중매체에 노출된 의약품 광고를 모니터링한 결과 이가탄이 약사법 시행규칙(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78조 3항)을 위반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한 효능·효과 범위를 벗어났다고 2013년 11월에 밝힌 바 있다.

2011년 방송광고에는 “어쩜 그렇게 탄탄하세요. 나야 보약 먹잖아. 잇몸 보약. 보약? 이가탄!(붓고 시리고 피나는 잇몸병엔 이가탄) 잇몸 튼튼, 이가 탄탄, 잇몸을 건강하게” 등의 문구가 등장했다.
식약처 허가사항은 잇몸염 증상 완화임에도 불구하고 ‘잇몸 보약’이라고 표현해 잇몸 질환을 미리 예방하는 약처럼 보이게 한 것은 과장광고라는 게 건약의 입장이다.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사실과 다르거나 부분적으로는 사실이더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소비자가 오인할 우려가 있는 광고 또는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가 속을 우려가 있는 광고를 하지 말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대한약사회는 “의약품 사전광고심의를 하는 기관이 제약협회라서 허위·과장 광고를 막기 위한 엄격한 심의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의약품 광고심의위원회를 광고주인 제약협회가 아닌 다른 독립적 기관에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제약산업 관계자를 제외하고 전문가단체, 시민사회단체, 정부 관계자로 중립적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행 약사법 68조 2에 따르면 식약처장은 의약품 광고 심의를 제약협회에 위탁해 광고심의위원회를 운영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명인제약은 2012년 리베이트쌍벌제 시행과 약가인하에도 불구하고 이가탄을 공급하면서 수 차례에 걸쳐 약국에 할증(구입한 금액 외에 추가수량 공급)을 제공한 사실이 적발됐다.
명인제약의 제품 포트폴리오는 전문약 분야에서 카피약이 없는 분야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거의 모든 질환군에서 다양한 구색을 갖추고 있다. 일반약도 중견제약사와 대등할 정도로 종류가 많다. 의약계에서는 “중소병원과 개인의원을 대상으로 영업 잘하는 회사”라는 평판을 얻고 있다.

게다가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과 이익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기부금을 줄이는 대신 접대비를 늘렸다. 명인제약 공시자료에 따르면 작년에 접대비에 13억600만원을 쓴 반면 기부금은 3248만원에 그쳤다. 접대비가 기부금의 약 43배다. 2012년과 비교하면 접대비는 2.2% 증가했고, 기부금은 4.6% 감소했다.

명인제약은 비상장회사로 매출규모에 비하면 이행명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94.87%(2013년 기준)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으로 높다. 이행명 회장이 70.8%, 두 딸이 각각 8.9%의 지분(2012년 기준)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