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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암유전자검사, 환자·가족 의견충돌 가능성 있어”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04-03 18:52:21
  • 수정 2014-04-03 19:3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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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가족 66%, “환자가 검사결과 숨길 땐 의료진이 가족에게 알려야” … 가정 42%, 의견불일치

신동욱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왼쪽)·박종혁 국립암센터 암정책지원과장

지난해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암이 발견되지 않은 멀쩡한 유방을 절제해 화제가 됐다. 그는 검사결과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특정 유전자가 유방암에 취약하다는 말을 듣고 유방 절제를 결심했다. 유전적 감수성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로 인해 질환의 발생위험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안젤리나 졸리의 사례 이후 암 유전자를 확인하는 검사가 있는지 문의하는 사람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암유전자검사는 아직 진료현장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지 않다.

이런 가운데 신동욱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박종혁 국립암센터 암정책지원과장팀은 암유전자검사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간 의견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3일 발표했다. 연구팀이 2011년 암환자·가족 990쌍을 대상으로 암유전자확인검사가 지금보다 보편화된다고 가정할 때 이 검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조사 및 분석한 결과 환자의 87%와 가족의 86%는 암유전자검사를 받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환자와 가족을 한 단위의 가정으로 볼 때 22.5%의 가정은 환자는 동의하는데 가족은 그렇지 않은, 반대로 가족은 원하지만 환자는 그렇지 않은 의견 불일치가 있었다.

유전적 정보에 가장 민감할 수 있는 직계가족이 검사받는 것에 대해서는 환자의 92%와 가족의 83%가 좋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22%의 가정에서는 환자와 가족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
또 환자와 가족의 93%가 ‘암 감수성이 있다’는 검사결과를 확인했을 때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알려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누가’, ‘언제’, ‘누구에게’ 말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했다. 

환자와 가족의 66%는 환자가 검사결과를 숨기고 있을 때 의료진이 환자 동의 없이 가족에게 결과를 알려도 된다고 답변했다. 반면 42%의 가정에서는 양측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같은 의견 불일치는 환자, 가족, 의료진 사이의 심각한 갈등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의 유전적 감수성은 매우 민감한 정보이기 때문에 환자와 가족은 서로의 삶에 미칠 영향을 걱정해 알리기를 꺼려한다. 의료진도 환자가 원하지 않으면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도 부족한 실정이다. 

신동욱 교수는 “환자가 암 유전자를 확인하기 위해 검사를 받고 결과를 가족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 있다”며 “암유전자확인검사가 진료의 일부로 보편화되면 갈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사로 인한 가족간 갈등과 윤리적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종혁 과장은 “현재 국내 진료환경에서는 환자와 가족의 의견을 모두 반영한 치료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며 “암치료 결정과정에 가족들이 적극 참여해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최선이 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국의 가족문화 특성을 고려한 암 진료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저명 국제학술지인 ‘임상유전학(Clinical Genetics)’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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