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의 사람들이 결핵을 단지 ‘못 먹고 못 살아서 생기는 병’으로 잘못 알고 있다. 1970~1980년대 편지봉투 우표 옆에 붙였던 크리스마스씰이 전자우편의 발달로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면서 결핵에 대한 경계심도 점차 희미해졌다. 그러나 한국은 어느새 ‘결핵 후진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 질환은 제3군 법정 전염병으로, 결핵 환자가 기침할 때 나오는 가래에 있던 결핵균이 다른 사람의 폐에 들어가면 질환이 발병한다. 그러나 결핵균이 침입했다고 해서 무조건 결핵에 걸리거나, 모든 결핵 환자가 결핵균을 배출하는 것은 아니다. 또 가래에 결핵균이 나오는 환자도 약 2주간 결핵약을 복용하면 대부분 전염성이 없어진다. 단 진단 전부터 환자와 같이 생활해 온 가족은 모두 결핵검사를 받아야 한다.
결핵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흉부 X-레이를 찍고 가래검사를 한다. 소아는 결핵균의 단백질성분을 팔에 주사해 2~3일 후 나타나는 반응을 확인하는 ‘투베르쿨린 피부반응검사’를 실시한다.
결핵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객혈의 경우 실제 발생빈도는 낮은 편이다. 치료 전이나 도중, 혹은 완치된 후에도 나타날 수 있다. 객혈을 한다고 해서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재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결핵을 불치병이라고 생각해 치료를 포기해버리는 게 문제였다. 반면 최근에는 결핵 치료가 쉽다고 생각해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결핵은 약을 6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하기만 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장기간 복용에서 오는 불편함이나 소화장애·복통 등 부작용 때문에 환자가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는 사례가 많다.
심 교수는 “결핵균은 생명력이 매우 끈질기기 때문에 약을 불규칙하게 복용하거나 중단하면 내성이 생길 수 있다”며 “이런 경우 효과가 적고 부작용은 많은 2차약을 장기간 투여해야 하는데, 완치 가능성이 감소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핵약의 부작용으로는 간수치 상승 및 약물성 간염이 가장 흔하며, 여드름과 가려움증도 자주 동반된다. 1차약 중 ‘피라지나마이드(Pyrazinamide)’는 요산수치를 올려 간혹 통풍을 유발한다. 이밖에 결핵약은 청력장애, 평형감각장애, 위장장애, 간질성 경련, 관절통, 시력장애, 말초신경염 등이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임의로 투약을 중단하지 말고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 복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중요한 결핵약인 ‘리팜피신(rifampicin)’은 복용 중 눈물이나 소변이 오렌지색을 띨 수 있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치료기간에는 반드시 금주·금연하고 음식을 골고루 충분히 먹는 게 좋다. 보약이나 건강식품은 오히려 간염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섭취를 삼가야 한다. 또 정기검진으로 병이 호전되는지, 약제에 반응이 없는지를 관찰해야 한다.
결핵균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충분한 영양섭취와 꾸준한 운동으로 면역력을 길러둬야 한다. 결핵약 복용기간이 2주 이하인 환자와의 접촉은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결핵 예방주사인 ‘BCG’는 생후 한 달 후에 맞는 주사다. 작은 흉터만 남길 뿐 부작용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결핵이 흔한 국내에서는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24일 ‘제4회 결핵예방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청소년 대상 결핵 집중관리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