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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세대갈등 폭발 … Y세대 “우리는 강제적 워커홀릭”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02-13 09:24:29
  • 수정 2014-02-14 18: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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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도한 경쟁·업무로 만성피로·면역력 저하 … 개인주의·불안정한 고용환경 갈등 증폭, 소통 중요

강요된 워커홀릭은 과도한 업무스트레스로 신체·정신적 면역력이 저하되거나 만성피로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고, 직장내 세대갈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스마트폰 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황모 사장(55)은 자타가 공인하는 ‘워커홀릭’으로 최근 직원들에 대한 짜증과 잔소리가 부쩍 늘었다. 할당된 업무량은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회사에 바라는 것만 많다고 생각한다. 그는 “요즘 20~30대 젊은 직장인들은 개인의 행복 추구를 외치면서도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과 끈기는 부족하다”며 “그들이 스스로를 워커홀릭으로 여기는 모습을 볼 때 괴리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이 보기에 황 사장은 아직도 “경제성장 일변도의 ‘하면 된다’” 시대에 살고 있다고 본다. 이 회사 마케팅 담당 윤모 씨(31)는 “자신이 일에 빠져 사는 것은 상관없지만 직원들에게까지 워커홀릭을 강요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대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모 씨는 “상사가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전화로 업무를 지시할 때가 많아 마음 놓고 쉬지도 못한다”며 “차라리 휴일에도 출근하는 게 불안해 할 필요도 없고 돈도 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직장내 세대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인터넷 등 첨단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기성세대와 신세대간 생활문화 및 가치관의 차이를 더욱 크게 벌려놨다. 기성세대에게 직장은 삶 자체였기 때문에 워커홀릭은 대단한 미덕이자 자랑거리였다.
그러나 1990년대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점차 개인의 이익과 행복이 우선시되고 윤택한 삶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자리잡으면서 업무시간과 성과는 비례하지 않으며, 야근하는 사람은 오히려 무능력하다는 인식이 젊은 직장인 사이에 팽배하다.

현재 직장에서 말단 위치에 있는 Y세대들은 과거보다 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했지만 고용환경은 오히려 불안정하다. 비정규직 근무자 수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며, 정규직도 과도한 경쟁과 업무스트레스에 지쳐 이직이나 퇴사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Y세대는 1982~2000년에 출생한 사람을 일컫는 것으로 ‘에코세대’(메아리세대) 혹은 ‘밀레니엄세대’로도 불린다. 개인주의·개방주의·감성주의가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이다. 다른 나라 문화나 인종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반항심, 모방심리, 호기심 등이 많은 편이다.
이들은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회사에 헌실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여기에 Y세대 특유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더해지면 회사일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기성세대와의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일중독을 일종의 병이라고 규정짓기도 한다. 워커홀릭(일중독, Workaholic)은 오로지 일에만 몰두하는 사람 또는 일만이 정신적으로 지탱할 힘이 되는 상태로 ‘과잉적응증후군’으로도 불린다. 보통 1주일에 60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이 해당된다. 인정욕구가 강하거나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서 잘 나타난다는 게 특징이다. 이들은 외부평가를 중요하게 생각해 다른 사람의 일까지 도맡아 해야 직성이 풀린다. 또 성공에 대한 욕구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남과 비교하거나 스스로를 비하할 때가 많다.

여러 설문조사를 분석해보면 직장인의 30~40%가 스스로를 워커홀릭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중 상당수가 자발적인 게 아니다. 대략 직장인의 3분의 2가 사내 워커홀릭으로부터 과다한 업무를 강요받아 워커홀릭이 되거나 워커홀릭인 척을 한다.

자발적 워커홀릭과 강제적 워커홀릭은 정신건강의학적으로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자발적인 워커홀릭은 일을 하면서 성취욕과 흥분을 느끼는데, 이 때 뇌에서는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이라는 신경전달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은 교감신경계를 자극해 쾌감을 느끼게 하고, 흥분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기 위해 일에 탐닉케 한다.

반면 강제적인 워커홀릭은 항상 초조하고 긴장된 상태에서 떠밀리듯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자발적인 워커홀릭처럼 성취지향적 혹은 완벽주의적 성향을 나타내기보다는 스트레스와 강박증을 호소할 때가 많다. 하라연 서울시 북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강요된 워커홀릭은 과도한 업무스트레스로 신체·정신적 면역력이 저하되거나 만성피로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며 “이로 인해 각종 질환에 쉽게 노출되거나, 이미 앓고 있는 질환이 악화되거나, 현실도피적 경향이 짙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 조사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68.5%가 직장상사와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갈등을 겪는 이유로는 67.2%가 ‘업무와 관련해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서’, 20.9%는 ‘내 담당이 아닌 업무까지 시켜서’, 9.1%는 ‘사적인 일까지 간섭한다고 느껴져서’, 2.8%는 ‘회식·야근·주말근무 등을 강요해서’ 등을 꼽았다.

일하는 자세에 대한 고정관념을 둘러싼 ‘워커홀릭 세대갈등’은 직장처럼 다양한 연령층이 모인 곳에서는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서로 고정관념을 갖고 배척한다면 업무 분위기와 팀워크는 엉망이 되고 생산성은 떨어진다.

기성세대는 신세대들이 왜 개인중심적이고 회사일을 최우선으로 여기지 않는지를, 신세대는 기성세대가 왜 워커홀릭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회식자리를 자주 가지면 세대갈등이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은 “주5일제가 도입되고 여가시간을 활용한 레저문화가 발전하는 등 시대 흐름이 바뀌고 있지만 일부 기성세대는 여전히 자신들의 방식을 요구한다”며 “과도한 업무는 생산성을 높이기는 커녕 집중력 부족, 소화불량, 만성피로, 가정불화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지나치면 병이 되기 때문에 하루에 최소 7시간 정도는 잠을 자고 1시간은 여가활동을 즐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박종갑 대한상공회의소 상무는 “창조경제시대를 맞아 무조건 열심히 일하는 ‘워크하드(Work hard)’보다는 똑똑하게 일하는 ‘워크스마트(Work smart)’ 분위기가 기업 전반에 확산돼야 한다”며 “한국기업 특유의 상명하복 문화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패했을 때 책임을 묻거나 비판하기보다는 새로운 도전기회를 주는 게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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