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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파마·염색, 아기에게 아무런 영향 없을까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2-05 10:36:57
  • 수정 2014-02-07 00: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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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체에 유해’ 결론 없지만 대부분 보수적 임신문화 탓 ‘해로울 가능성 있는 행동’ 삼가

임신하면 호르몬 변화 탓에 모발상태가 임신 전과 달리 푸석푸석해지고 피지가 올라오는 만큼 파마나 염색보다 두피관리에 신경쓰는 게 도움이 된다.

주부 백 모씨(25)는 최근 미용실 앞까지 갔다가 들어가기를 망설이고 다시 돌아온 적이 있다. 염색한지 시간이 꽤 흘러 검은 머리가 자라나오자 미용실을 찾았지만 ‘임산부는 초기에 염색이나 파마 등을 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염색을 미뤘다. 임신 20주차에 접어든 백 씨는 임신 중기여서 안전하다고 보지만 막상 태아를 생각하면 독한 염색약이 영 찝찝하다.

자신의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산모나, 새치 때문에 매달 염색해온 산모는 ‘미용실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여자로서 예뻐지고 싶은 마음과 아이에게 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모성애 사이에서 대부분 모성애를 선택한다.

사실 임신 중 파마나 염색이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는 부족하다. 다만 태아의 중요한 장기는 임신 16주가 지나면 대부분 형성되니 초기보다 임신 중기를 택하라는 이야기는 있다. 하지만 태아와 산모의 몸관리에 있어 보수적인 우리나라는 임신 중기라도 태아의 신체기관이 완전히 성숙된 게 아닌 만큼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임신 중 염색·파마약이 피부나 모발을 통해 흡수되면 태반을 거쳐 태아에게 전달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의사들은 화학약품 성분에 따라 다르지만 되도록 노출시간을 줄이는 게 안심되는 만큼 임신 중에는 미용실과 잠깐 거리를 두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김미경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사실 파마약 등은 국소부위에 도포하는 만큼 독한 성분이라 하더라도 혈액에 흡수돼 태아에게 도달하는 양은 미미하다”며 “태아에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비록 적은 양의 약물이라도 꼭 필요한 이유 없이 태아에게 해로울 수 있는 빌미를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태아의 장기 성숙 여부도 문제이지만, 임신 초기에는 냄새에 민감해져 염색약 냄새 탓에 심한 구역질 등 입덧이 심해지기도 한다.

파마나 염색에 앞서 산모는 두피건강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게 차라리 낫다. 임신하면 호르몬·신진대사 변화 탓에 산모의 머리카락도 영향을 받아 두피가 가렵고 끈적끈적해지는 등 피지분비가 왕성해진다. 임신 중엔 두피의 신진대사가 느려지고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치가 늘어나 처음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출산 후 몸의 모든 기능이 제대로 돌아오면서 호르몬 대사도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출산 후에는 임신 기간에 비해 에스트로겐 수치가 급격히 떨어져 임신 중 빠지지 않았던 머리카락이 한 번에 빠진다. 갑자기 한 움큼씩 빠진 머리카락에 놀란 산모는 ‘탈모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를 ‘임신성 탈모’라 부르며, 보통 5개월 안에 스스로 회복하지만 개인의 상태에 따라 회복이 느려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예방 차원에서 탈모제를 이용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임신성 탈모가 생길 수 있다는 말에 지레 겁을 먹고 탈모제를 사용하는 산모도 있는데, 바르는 탈모제도 민감한 산모에겐 두피에 무리를 줘 오히려 트러블만 일으킬 수 있다.

이럴 경우 기본적인 샴푸에만 충실해도 지루성 두피 및 탈모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두피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손톱으로 긁지 말고 손끝으로 마사지하는 게 포인트다. 미온수와 자극이 적은 샴푸로 머리를 감아야 뒤탈이 없다.

김미경 과장은 “임신 중에는 머리카락이 빠져도 잘 자라 모발변화를 쉽게 인지하지 못하고, 출산 후 3개월 정도 지나면 나오는 모발보다 빠지는 모발이 급증하면서 탈모가 아닐까 고민하는 사람이 적지만 괜찮다”며 “영양상태가 좋은 사람은 산후에 빠진 머리카락이 원상회복되는 만큼 임신 중 굳이 탈모제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임신과 분만 직후의 탈모는 모발의 손상과 상실이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시기이므로 지나치게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다.

호르몬 변화는 산모에게 지루성 두피를 초래하기 쉽다. 이보람 박승철헤어스투디오 양재점 디자이너는 “만약 샴푸를 잘 했는데도 계속 머리가 기름진다면 두피스케일링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머리에 각질이나 노폐물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했을 때 1~2주일에 한번 시행하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두피 건강도 챙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폐물을 벗겨내는 스케일링 제품을 도포한 뒤 일정 시간 스팀으로 열을 가해 독소를 배출시킨다. 이후 두피마사지를 받는다.

이보람 디자이너는 “임신 중에는 염색이나 파마보다 두피의 피지관리에 신경 써 튼튼한 두피 환경을 만들어놔야 출산 후 탈모도 막고 이후에 파마·염색을 더 잘 받을 수 있는 기초가 된다”고 설명했다.

임신 중 샴푸할 때 산모는 자세 하나하나에도 민감하다. 쭈그려 앉아 머리를 감으면 태아가 눌리거나 조산될까봐 피하기도 한다. 김미경 과장은 “사실 쭈그려 앉는 자세는 정상산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자궁경부가 짧거나 조산기가 있는 사람은 이런 자세를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사실 임신 중이나 출산 직후에는 호르몬 변화 탓에 미용실에서 ‘원하는 스타일’을 쉽게 얻기 어렵다. 임신 말기엔 더욱 힘들다. ‘오래 앉아 있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는 일부 임산부는 파마나 염색을 피하기도 한다.
이 디자이너는 “출산 후 첫 파마를 했을 경우 디자인이 만족스럽지 못할 수밖에 없다”며 “호르몬이 급변하는 탓에 머리카락이 푸석해져 결국 컬이 빨리 풀리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탱글탱글한 컬을 만들려면 결국 약을 도포하는 시간을 더 들여야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걱정이 심한 손님 중에는 2~3일치의 모유를 미리 짜낸 뒤 파마나 염색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부에서 흡수된 약품이 모유로 유출되는 정도는 극히 드물다. 인체 대상 실험에서는 이렇다할 상관관계를 찾을 수 없었다. 다만 동물실험에서는 이런 헤어제품을 고용량으로 사용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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