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일반병실이 기존 5~6인실에서 4인실로, 일부 상급종합병원(5대 대형병원)의 경우 2~3인실까지 확대 적용되는 3대 비급여(상급병실료·선택진료비·간병비) 개선안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제도의 원래 취지와 달리 환자 부담을 가중시켰던 선택진료비도 단계적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비급여제도 개선 관련 언론보도에 대해 “현재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최종 개선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해명에 나섰다. 또 일부에서는 이번 개선안이 오는 11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거쳐 이달 중순경에 최종 확정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아직 구체적인 사항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병원들의 일반병실 비중을 조사한 결과 전체 평균은 74.1%, 진료비 기준 상위 5개 상급종합병원인 ‘빅5’ 병원의 경우 58.9%에 불과했다.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이 제시한 개선안대로 4인실에 보험이 확대 적용될 경우 일반병실의 비중이 최대 80%까지 확대됨으로써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비싼 상급병실에 입원해야 했던 불편함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창준 복지부 의료정책과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정책 고객 세미나’에서 “일반병실 기준은 4인실로 하고 빅5병원은 2인실까지 일부 확대할 계획”이라며 “대신 병실료를 올리는 방법으로 병원의 손실분을 보전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반병상을 확대한다고 해서 상급병실료 문제가 해결된다고는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일반병실이 4인실로 확대되면 대형병원의 진입 장벽이 낮아져 환자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개원가의 재정 상황은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검토 중인 개정안에 따르면 선택진료 신청 대상이 되는 의사의 비율도 2017년까지 기존 80%에서 50%대로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또 현행법상 전문의 경력 10년 이상이었던 선택진료 의사 자격이 12~15년으로 강화된다.
전체 병원 수입의 6.5%를 차지하는 선택진료비는 제도의 원래 취지와 달리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부담만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의 제안대로 선택진료 자체를 폐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병원들의 재정문제가 심각하고, 우수한 의사에게는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제도의 기본 형태는 유지키로 했다.
복지부 조사결과 전체 환자 10명 중 4명은 원치 않는 선택진료로 기본 진료비의 20~100%에 해당되는 추가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빅5’ 병원의 경우 입원환자의 93.5%, 외래 포함 전체 환자의 76.2%가 선택진료를 받았다.
2012년 선택진료로 인한 환자의 진료비 부담은 1조3170억원에 달했다. 이번 개선안이 시행되면 일부 중증질환 환자를 제외한 환자들의 선택진료 부담이 대폭 감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정파탄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간병비는 현재 시행 중인 ‘포괄간호서비스병원 시범사업(보호자 없는 병원)’ 확대를 통해 점차 개선될 전망이다. 복지부는 올해 총 18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1차 시범기관 13개와 신규 지정 공공병원 20개 등 총 33개 병원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범사업 중 나타난 간호인력 충원 미비 및 예산 부족 등 문제가 산재해 있어 개선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 같은 개선안에 대해 복지부 비급여개선팀 관계자는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의 제안 내용과 여러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최종 개선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3대 비급여 개선이 건강보험제도에 미칠 영향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빠른 시일내에 제도 개선 기본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엄청난 비용과 병원계의 반발도 걸림돌이다. 현재 3대 비급여로 인한 환자 부담은 상급병실료 약 1조8000억원, 선택진료비 약 2조5000억원, 간병비 약 1조7000억원 등 6조원에 육박한다. 또 대한병원협회는 “선택진료 의사 비율은 일방적으로 축소하고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에 반대하며, 3대 비급여 개선으로 인한 손실분은 정부가 전액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최영현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달 23일 병협을 방문, 원격의료·부대사업 확대 및 3대 비급여 개선에 대해 병원장들과 의견을 나눴다. 또 오는 6일 열리는 병협 상임이사회에 참석해 관련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