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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이휘재 걸린 ‘황반변성’이란? … 치료 늦으면 실명위험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01-14 18:19:47
  • 수정 2014-01-16 16:3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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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층 유병률 10년새 9배 증가 … 조기발견·치료 중요, 유리체공간내 주사 효과적

출혈을 동반한 습성 황반변성 환자의 안구 사진

방송인 이휘재 씨가 지난 13일 SBS ‘힐링캠프’에 출연, 황반변성증으로 치료받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 씨는 “원래 눈이 안 좋았는데 5년 전 황반변성증 판정을 받았다”며 “한쪽 눈을 가리면 시야의 반이 뿌옇게 보였으며 2012년에는 대본이 안 보일 정도로 증상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약을 복용하고 2주에 한 번씩 망막에 주사를 맞는데 생각보다는 아프지 않다”며 “아픔보다는 잘 볼 수 있다는 희망이 더 크다”고 심경을 밝혔다.

황반변성은 65세 이상 노년층의 실명 원인 1위를 차지하는 질환으로 망막 중심에 위치한 황반에 쓸모없는 혈관이 자라거나 출혈이 생겨 시력손상을 유발한다. 발병 초기에는 사물이 흐리게 혹은 비틀어져 보이는 것 외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지만 시력이 점차 떨어져 결국 실명에 이르게 된다.
황반은 빛을 인지하는 시세포(원뿔세포)가 밀집돼 있는 신경조직으로 시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 번 손상된 황반은 회복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질환은 초기 증상이 미미하기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칠 때가 많다. 한국망막학회가 김안과병원, 고려대병원, 건양대병원, 가천대 길병원, 충남대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주요 병원의 환자 차트를 분석한 결과 2005년과 2010년 습성황반변성으로 광역학치료·항체주사치료를 받은 전체 환자 985명 중 157명(16%)이 시력 0.02 이하인 법적 실명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대부분은 병원을 늦게 찾아 치료시기를 놓쳤다.

최근에는 40~50대 중년층의 유병률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한국망막학회가 2000~2009년 강남성심병원·경희대병원·삼성서울병원 등의 환자 차트를 분석한 결과 새로 발생한 진행형 황반변성 환자는 2000년 64명에서 2009년 475명으로 7.4배 늘었다. 특히 같은 기간 40~50대 환자는 21명에서 187명으로 9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재룡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안과 교수는 “장시간 업무로 ‘고도근시’ 환자가 많아지면서 40~50대 황반변성 환자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화를 제외한 황반변성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노화를 촉진하는 서구식 식생활, 고도근시, 과다한 자외선 노출, 흡연 등이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근거리 작업을 줄이고, 신선한 과일 및 채소 등의 섭취량을 늘려야 한다. 외출할 때에는 선글라스를 착용해 자외선 노출을 피하는 게 좋다. 잠을 자거나 쉴 때에도 가급적 안대를 착용해 빛을 최대한 차단하는 게 좋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한눈씩 가려 변화가 없는지를 살피고 시야에 문제가 생길 경우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한재룡 교수는 “이 질환은 50대에서 발병률이 2배 이상 급증하기 때문에 조기발견 및 치료가 중요하다”며 “건성황반변성의 경우 고용량의 종합비타민이 시력저하 속도를 늦추고 질환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습성황반변성은 광역학요법(비쥬다인)과 항혈관생성인자(라니비주맙, 베바시주맙 등)를 안내 주입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일단 황반변성이 일어나면 손상된 세포를 되살릴 방법이 없기 때문에 정기검사로 질환을 조기진단하는 게 중요하다.

박태관 순천향대 부천병원 안과 교수가 황반변성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한편 최근 박태관 순천향대 부천병원 안과 교수는 유리체공간내 주사법을 개발해 황반변성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동물실험을 통해 신경망막유전자를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Adeno-Associated Virus) 벡터를 이용해 손쉽게 망막조직에 전달하는 ‘유리체 공간내 주사법’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켰다고 14일 밝혔다.

AAV 벡터는 망막 유전자치료에 가장 적합한 물질로 알려져 있다. 유전자치료는 특정 질병에 효과가 있는 치료용 유전자를 원하는 조직이나 세포에 전달하는 방법으로 시행된다. 그러나 유전자를 단독으로 주입하면 세포내로 잘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나노입자와 바이러스벡터를 전달체로 활용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많은 연구진이 AAV 벡터를 쉽게 주입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그러나 벡터가 망막까지 도달하지 않거나 골고루 분포되지 않아 치료효과를 입증하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유리체를 절제하고 망막을 뚫은 후 AAV 벡터를 주입하는 ‘유리체절제술 후 망막하주사법’을 주로 시행해왔다. 그러나 이 방법은 수술에 대한 부담이 크고 망막이 손상되거나 합병증의 발생위험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박 교수팀이 황반변성·당뇨병성망막병증 등 망막질환을 가진 동물모델을 대상으로 최근 자주 사용되는 레이저치료법을 병용해 AAV 벡터를 주입한 결과 망막질환의 주요 발병부위인 신경망막조직과 망막색소상피층에 AAV 벡터가 정확하게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벡터내 삽입된 녹색형광단백질(GFP)이 유의하게 발현된 것으로 확인했다. 녹색형광단백질은 원하는 위치에 AAV 벡터가 주입되는지를 표시하는 물질이다.

박 교수팀이 성공한 유리체 공간내 주사법이 실제 임상에 적용될 경우 난치성 망막질환에 대한 유전자치료가 더욱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오랜 시간 임상 적용돼 안전성을 입증한 레이저와 AAV 벡터 주입을 병행하면 외래에서 간단한 주사만으로도 반영구적인 치료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전자치료를 더욱 보편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며 “앞으로 영장류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해 임상 적용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황반변성 환자를 대상으로 가장 자주 시행되는 치료법은 항체주사(항혈관성장인자, 항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다. 그러나 월 1회 주사를 맞아야 하고 10회까지만 보험이 적용돼 환자의 부담이 컸다. 특히 습성황반변성 환자의 경우 맥락막신생혈관을 제거하기 위해 레이저시술을 시행하기 때문에 유리체 공간내 주사법을 병행할 경우 치료효과가 배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유전자치료 분야 최고 권위를 가진 유럽유전자세포치료학회 공식학술지(Human Gene Therapy Methods)에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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