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69세와 20~29세 발생률 최고 … 고도근시·비문증·광시증 등 발생시 바로 검사받아야
우세준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근시가 많은 한국인은 젊은 나이에 망막박리가 생길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나이와 비례해 발생률이 점점 높아지는 서양인과 달리 한국인의 망막박리는 20대에서 일시적으로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세준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팀과 최남경 서울대 의대 의학연구협력센터 교수가 2007~201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빅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국내 인구 10만명당 10.39명 꼴로 망막박리가 발생했으며, 64~69세(10만명당 28.55명)와 20~29세(10만명당 8.5명)에서 발생률이 높아지는 양봉 분포의 양상을 보였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나이와 정비례해 발생률이 증가하는 서양과 다른 결과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경우 망막박리의 평균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18.19명으로 국내보다 약 57%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64~69세의 발생률도 10만명당 48.95명으로 약 2배 가량 높았다. 반면 20~29세의 발생률은 약 3.5명으로 국내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같은 결과는 망막박리가 근시와 관련이 깊을 것이라는 가설에 힘을 실어준다. 그동안 근시가 망막박리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뒷받침할 만한 연구결과가 없었다.
망막막리는 안구에서 망막이 떨어져 시력이 점차 저하되는 질환으로 심한 경우 눈앞에 막이 가려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초기에는 하반부가, 점차 상반부까지 보이지 않게 되며 안압이 떨어져 눈이 탄력성을 잃는다.
우 교수는 “국내를 비롯한 젊은 층의 아시아인은 코카시안(백인)보다 근시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 때문에 50~60대의 망막박리는 노화와 관련이 깊지만 20대의 경우 대부분 근시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른 나이에 근시에 의해 발생한 유리체박리가 망막열공이나 망막박리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고도근시를 앓고 있고 시력이 계속 저하되며 눈 앞이 번쩍거리는 증상(광시증) 혹은 먼지 같은 게 보이는 증세(비문증)가 있다면 빠른 시일 내에 안과를 찾아 검사받아야 망막박리에 의한 실명을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최근 보건의료계의 큰 관심사로 떠오른 빅데이터가 실제로 질환의 위험인자와 병인을 밝히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최남경 교수는 “이번 연구를 위해 심평원 의료 이용 자료 중 총 4799만761건이라는 엄청난 수의 데이터를 분석했다”며 “이제까지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많은 수의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료의 출처가 병원기록이 아닌 국가기관이기 때문에 신뢰도도 높아 향후 보건의료 정책을 수행하는 데 있어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플로스원(PLoS One)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