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신장증 80%인 가족성·체질성에는 효과 없어 … 호르몬 결핍, 터너증후군 등 원인일 때 효과
3세 이상 소아가 매년 4㎝ 미만으로 성장한다면 저신장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김진미 씨(34·여)는 결혼 3년만에 태어난 아이가 또래보다 너무 작아 고민이다. 생후 5개월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고 생후 6개월 쯤에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아이가 작고 귀엽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다. 영유아검진에서 키 66㎝에 몸무게 7.3㎏으로 조금 작긴 했지만 평소에 잘 먹고 잘 자서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생후 만 10개월 쯤 아이가 열감기에 걸려 소아과를 찾은 김 씨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담당의사로부터 저신장증이 의심되니 아이를 데리고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저신장증은 같은 성별 및 연령대 아이들 100명 중 3번째 이내로 키가 작거나 같은 연령대 아이보다 표준신장이 10㎝ 이상 작은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12~15개월 아이의 경우 남자는 72.5㎝, 여자는 71.3㎝ 미만이 저신장에 해당된다.
아이가 24개월이 되면 더 분명하게 저신장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은 살면서 생후 24개월 때 키의 2배 정도까지 성장한다. 24개월 때 아이 키에 2를 곱한 수치가 부모의 키로 산출한 중간치(남자는 아버지키+어머니키+13을 2로 나눈 값, 여자는 아버지키+어머니키-13을 2로 나눈 값)보다 5㎝ 이상 작으면 성장클리닉을 방문하는 게 좋다.
영아기와 사춘기에는 특징적인 급성장기가 나타난다. 생후 1년간은 약 20~30㎝, 1~2세에는 약 12㎝ 정도 성장한다. 3세부터는 성장속도가 감소해 1년에 약 5~7㎝씩 자란다. 이후 10세 남아의 평균 성장속도는 연간 5㎝에 불과하며 사춘기 직전에 성장속도는 최저치를 기록한다. 3세 이상 소아가 매년 4㎝ 미만으로 성장한다면 저신장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저신장의 원인 중 80%는 특발성(가족성) 혹은 체질성이다. 특발성 저신장증은 부모 중 한 명 혹은 양쪽이 키가 작을 때 발생한다. 유전의 영향을 크게 받아 또래보다 항상 작게 자라고 결국 격차를 따라잡지 못한 채 성장기가 끝나는 경우도 포함된다. 골연령 측정으로 예측한 이들의 최종 신장은 남자는 165㎝, 여자는 150㎝ 정도다.
체질성은 체질적으로 성장이 늦게 나타나는 것으로 골연령이 실제 나이보다 2~3년 어려 사춘기가 늦게 오고 성장이 늦어진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 최종 키는 대개 정상 범위에 도달한다.
이밖에 자궁내 성장 지연(저체중 출생아),터너증후군,성장호르몬 결핍증,갑상선기능 저하증, 구루병 등 골격질환, 다운증후군 등 염섹체질환, 만성적인 정신질환, 사회성 문제, 성조숙증 등을 저신장증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오연정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이의 저신장 여부를 조기발견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 간격으로 1년에 두 번 이상 성장속도를 확인해야 한다”며 “먼저 정상적인 성장패턴을 숙지한 후 자녀의 성장속도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성장호르몬은 저신장증 치료법 중 유일하게 의학적으로 효과를 입증한 것으로 보통 피부 밑에 주사한다. 과거에는 앰플에 담긴 주사액을 1회용 주사기로 환자나 부모가 직접 주사해야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실온 보관이 가능하고 펜 형태로 제작돼 편의성이 향상됐다. 또 주사침과 주사액이 내장돼 있고 맞을 날짜와 용량까지 관리해주는 제품이 출시돼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성장호르몬 치료가 모든 저성장증에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오연정 교수는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면 소아의 성장속도가 증가하고 최종 키도 커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성장호르몬을 통해 최종 키가 커지는 경우는 몇몇 질환에만 국한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성장호르몬 결핍증, 터너증후군, 만성 신부전증, 프라더·윌리증후군, 특발성 저신장증 등을 가진 소아를 대상으로 일찍 투여할수록 효과가 좋다. 이들 질환으로 인한 저신장증 소아가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고 최종 성인키가 커졌다는 것을 입증하는 임상연구 사례가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가장 흔한 가족성 혹은 체질성 저신장증의 경우 성장호르몬이 최종 키는 향상시키지 못한다는 게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키는 유전적 요인으로만 결정된다고 생각해 후천적 노력을 소홀히 하는 학부모가 꽤 많지만 실제로는 영양상태, 숙면, 운동, 성장환경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 5세 이상 어린이는 1주일에 3회 이상, 하루에 30분 정도의 유산소운동 및 스트레칭이 도움된다. 이영준 고려대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이가 키가 작다고 해서 쉽게 포기할 필요는 없다”며 “원인이 되는 질병을 치료하고 바람직한 생활습관이 형성되도록 부모와 자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