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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나도 미란다 커 처럼’ … 임산부, 다이어트보다 체중 적절히 늘려야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11-22 14:08:45
  • 수정 2013-11-27 12:5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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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MI 18.5~24.9 기준 11~16㎏ 늘려야 … 출산직후 7㎏ 감량, 이후 6주간 ‘운동보다 휴식’

“만삭촬영을 앞두고 있어서 마음대로 먹지도 못하고 다이어트의 연속이네요.”
요가교실에서 만난 윤 모씨(30·여)는 다소 피곤한 모습이었다. 그는 요즘 산모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만삭촬영을 예약해놨다. 나중에 아이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윤 씨는 “아이에게 못생긴 엄마보다 예쁜 엄마로 기억되고 싶다”며 “단백질 위주로 식사하고 탄수화물을 많이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임신 중 호르몬 영향으로 ‘당기는’ 음식은 많은데 마음대로 먹지 못하니 은근히 스트레스다.

과거 ‘임산부는 무조건 잘 먹어야 된다’는 말과 달리 요즘엔 먹고 싶은 것을 맘대로 먹지 못하고 다이어트에 매진하는 임산부가 많다.
최근 임신한 여자 연예인들의 사진을 보면 배만 볼록 나오고 나머지 몸매는 임신 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미지를 자주 접하고, ‘날씬한 여성’에 후한 점수를 주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많은 여성들이 임신해도 ‘5㎏ 정도만 쪄야겠다’고 마음먹게 된다.

임산부이기에 앞서 ‘여자’라고 생각하는 산모들의 심리가 팽배해지면서 연예인 산모를 추종하며 처녀시절 못지않게 자신의 체형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임산부가 늘고 있다. 이를 일명 ‘골든 매터니티’(golden maternity)라고 부른다.  하지만 임신·수유기의 무리한 다이어트는 뱃속 아이에게 심각한 문제가 야기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신생아의 몸무게는 타고난 유전자와 임신기간 산모가 섭취한 음식량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임산부가 다이어트 등으로 음식물을 지나치게 적게 섭취하면 아기 체중이 정상에 미달되기 마련이다.

국내 대학병원 연구 결과 신생아의 체중이 정상에 미치지 못하면 나중에 ‘비만해질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아기는 태어날 때 비만한 신생아보다 비만해질 위험이 오히려 높았다.

산모로부터 영양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한 태아는 생존을 위해 공급받은 영양분을 대부분 지방으로 저장하도록 스스로 유전자를 변형시키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아기는 자라는 과정에서도 음식을 섭취하는 즉시 지방으로 전환시키며 결국 비만해진다.

연구진은 저체중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정상으로 태어난 아이에 비해 식욕조절호르몬 ‘렙틴’ 유전자 등에 변화가 생겨 더 민감하게 지방세포가 몸에 축적되기 쉽다고 밝혔다. 즉 산모가 살찌는 게 두려워 지나친 다이어트에 매진하면 아이는 오히려 뚱뚱해지고 약해지기 쉽다는 이야기다.

저체중 유아는 비만뿐만 아니라 대사장애, 두뇌발달장애에 걸릴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연구진은 경고했다. 따라서 임신기는 물론 출산 후 1년까지는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미경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키·체격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산모는 임신 절정기에 보통 11~16kg 정도는 찌워야 한다”고 말했다. 
즉 △태아 3kg △태반이 차지하는 1~1.5kg △양수 1~1.5kg △모유수유를 위해 유방이 커지는 1~1.5kg △산모혈액량 증가로 인한 2kg △지방 2~4kg △자궁무게 1~2.5kg이 증가하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단태아인지 쌍태아인지에 따라 찌워야 할 몸무게가 달라진다.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 ㎏/㎡,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에 따라 적정 체중 증가량이 달라진다. 단태아일 경우  평소 BMI 18.5 미만을 유지하던 마른 산모는 13~18㎏까지 찌워야 할 필요가 있다. BMI 18.5~24.9 사이의 보통 체격 산모는 11~16㎏ 정도가 무난하다. BMI 25~29 사이의 과체중인 산모는 7~11㎏ 늘려도 충분하다. 다만 BMI 지수가 30이 넘는 고도비만자는 의사와 상담 후 조절할 것을 권한다.

쌍태아 출산을 앞두고 있는 산모들은 더욱 많은 양의 체중이 늘어난다. 보통체격의 산모는 17~25㎏을, 과체중 산모는 14~23㎏ 정도 늘린다. 다만 저체중이거나 고도비만인 사람은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적정 체중조절에 신경써야 한다.

김미경 과장은 “첫 3개월 동안은 매달 1~2kg 증가하다가 이후 6개월 동안엔 매주 400~500g씩 늘어나는 게 바람직하다”며 “쌍태아라면 첫 3개월은 같고, 이후 6개월은 매주 500~700g씩 증가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쌍태아는 자연 조산될 가능성이 단태아보다 높다”며 “태아의 체중이 주수에 비해 미달하면 신체 전반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태어나서 정상체중 산모의 아이에 비해 훨씬 더 많이 고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임신 중 늘어난 체중은 출산과 동시에 감량되는 게 아니다. 많은 산모들은 출산 후 처녀 시절 몸매를 영영 가질 수 없게 될까봐 고민한다.

전문가들은 여성이 출산한 후에도 한동안은 임신 상태일 때처럼 배가 나오고 부기가 있다고 설명한다. 김미경 과장은 “여성은 일반적으로 임신 중에 체중이 16㎏ 가량 늘었다 출산 직후 7㎏ 정도만 빠진다”며 “늘어났던 자궁이 임신 전 모양과 크기로 돌아가려면 적어도 3~4주는 걸린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캐나다 오타와 소재 산부인과 전문의인 더글라스 블랙 박사(전 캐나다 산부인과학회장)은  “나는 산모들에게 출산 후 적어도 6주까지 운동을 하지 말라고 권한다”며 “회음부나 제왕절개한 부위가 아물어야 하고 가슴 부위 통증이 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출산 직후 산모는 다이어트에 돌입할 게 아니라 6주 정도는 충분한 수면과 휴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과장은 “많은 여성들이 미란다 커, 케이트 허드슨, 빅토리아 베컴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산 후 불과 몇 주 만에 완벽한 몸매를 회복하는 것을 보며 지나치게 날씬한 엄마가 되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며 “개인 트레이너를 붙이고 시간을 쏟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출산 후 일정 기간엔 엄마가 아기와 유대감을 나누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임산부가 먹고 싶은 것을 다 찾아 먹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양질의 영양을 섭취하는 게 포인트다. 음식 섭취는 소량씩, 하루 5~6번 정도 규칙적으로 먹는다. 평소 외출하거나 출근할 때 견과류, 건포도, 말린 과일, 요구르트 등 영양 간식을 갖고 다니는 습관을 들인다. 

김미경 과장은 “섭취 열량은 임신 3개월까지는 임신 전에 비해 하루에 150㎉정도 더 섭취하면 되고 이후 6개월간은 비임신시에 비해 하루에 300㎉ 정도 섭취하면 된다”며 “즉 밥은 평소보다 3분의 2공기 더 먹고 단백질 음식을 반 접시 정도 더 챙기며 비타민이 풍부한 채소도 충분히 섭취해야 산모와 태아 건강에 좋다”고 조언했다.
다만 “건강한 열량 증가를 위해서는 임신 전 즐겨먹던 감자튀김, 닭튀김, 피자, 햄버거, 우유 등을 제한해야 한다”며 “우유는 저지방 우유를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산모도 운동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임신 전처럼 과격한 운동은 자제해야 한다. 가장 권장되는 것은 가벼운 산책 정도의 ‘걷기’다. 임신 초기부터 말기까지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수영도 추천할 만하다. 
김 과장은 “요가는 워낙 동작이 다양하므로 강사에게 산모임을 밝히고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가볍게 실시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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