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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톨도톨 모공각화증, 치료보다 중요한 ‘보습 유지’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11-14 09:38:36
  • 수정 2013-11-21 14:5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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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공 속 각질 꽉 차 발생, 여드름과 구별해야 … 유전적 경향 커 재발·호전 반복

모공각화증은 아직까지 완벽한 치료법이 없고 증상을 완화시키는 수준이어서 보습을 통한 예방을 우선시해야 한다.

여대생 하 모씨(21)는 요즘 팔뚝부터 쇄골 아래 피부가 소름이 끼친 듯 오돌토돌하게 변해 고민이다. 각질로 생각해 뜨거운 물로 불린 뒤 때를 밀어도 소용없고, 붉게 올라온 모양이 여드름 같아 짜보기도 했지만 범위가 점점 넓어져 고민이다. 날씨가 추워져 니트류를 입으니 증상이 나타난 부위가 간지럽기까지 하다. 평소 피부가 건조한 편이어서 겨울철이 다가와 그러려니 여겼지만 증상이 심해지자 피부과를 찾았다. 의사로부터 ‘모공각화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춥거나 겁에 질리면 피부 속 잔털 주변의 근육이 수축해 일시적으로 피부가 닭살처럼 변한다. 모공각화증을 가진 사람은 춥지 않은 날에도, 사계절 내내 이런 증상을 달고 산다. 모공각화증은 모공 속에 피부 각질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응고물이 꽉 차는 피부질환이다. 각화증이란 피부의 각질층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져 표면이 딱딱하고 두껍게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주로 팔, 어깨, 다리 부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증상이 심해지면 엉덩이, 팔꿈치 아래쪽 등에 걸친 넓은 피부 부위까지 나타날 수 있다.

1㎜ 정도 크기의 구진(丘疹)이 여러 개 모여 덩어리를 형성하기도 한다. 모공마다 오톨도톨하게 돋아나다가 끝이 딱딱해지고 손톱으로 긁으면 떨어진다. 반고형 상태의 털이 같이 묻어서 나오기도 한다. 표면이 거칠거칠해져 건조한 느낌이 강하다.
 
자칫 여드름처럼 보여 오해할 수 있지만, 여드름은 모공에 ‘지방’이 쌓이는 것이다. 모공각화증은 모공에 각질이 쌓여 발생된다. 성인 10명 중 4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피부질환이다.

전염성은 없고 유아, 청소년, 청년 시기에 피부가 건조한 사람들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보통 2세 전후로 나타나기 시작해 사춘기에 심해지지만, 성인이 되면 점차 완화되는 게 일반적이다. 성인이 돼 나타난 경우 증세가 금세 정상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모공각화증은 크게 우려할 필요 없는 질환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요즘은 아토피피부염 등 후천성으로 생긴 모공각화증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관리를 제대로 못하거나 평소 생활습관으로 2차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모공각화증은 유전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다. 부모 중 한 명이 모공각화증을 앓는다면 자녀도 그럴 가능성이 50% 이상이다. 어린선(魚鱗癬)처럼 피부가 비늘 모양으로 벗겨지는 선천성 각화이상질환이나 알레르기성 피부염처럼 유전적 소인이 있는 질병과 동반되는 경우도 적잖다.
 
김상석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는 “모공각화증은 유전적인 질환이기 때문에 관리를 게을리 하면 다시 생길 수 있어 항상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며 “돋아난 닭살은 여드름이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짜서 상처나 흉터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순 연세스타피부과 원장은 “여드름으로 잘못 알고 짜 버리면 증상은 더욱 악화된다”며 “심지어 그 과정에서 감염돼 모낭염이 유발되고 색소가 침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증상은 피부가 건조하거나 비만한 사람, 아토피 피부를 가진 사람에게 잘 나타난다. 습도가 높을 때에는 별 문제 없다가 건조해지는 시기에 악화된다. 실내가 건조해지면서 피부건조증이 일어난 상태에서 허벅지나 팔에 가려움증을 느껴 심하게 긁으면, 모공이 도드라지고 거칠어져 닭살이 심해질 수 있어 긁지 않는 게 좋다.

평소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 샤워를 지나치게 자주 하거나 때를 너무 세게 밀어 피부 보습기능이 떨어지고, 건조한 환경에 피부가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모공각화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모공각화증은 비타민A가 부족할 때 발생되는 ‘모낭각질증’과 증상이 비슷해 감별이 쉽지 않다. 모낭각질증은 모낭 주변에 각질 마개가 생기는 증상을 보인다. 이럴 때 비타민A를 충분히 섭취하는 게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비타민A 급원이 당근으로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며, 니코틴해독과 활성산소 배출을 돕는다. 즉 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 증상이 한결 완화될 수 있다. 당근은 기름에 살짝 볶아야 체내 비타민 흡수가 더 잘된다. 이 때 쓰는 기름으로는 대두유 같은 일반 식용유보다 올리브유, 포도씨유가 더 좋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피부보습 및 적절한 수준의 부드러운 각질제거만으로도 충분히 호전된다. 다만 아직까지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다. 김상석 교수는 “보통 5% 살리실산 연고나 각질연화제를 바르는 정도”라며 “각질을 제거한 뒤 약을 바르면 더욱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증상이 심해 반팔·반바지 등을 입지 못하는 등 콤플렉스가 심하다면 병원을 찾아 레이저 치료를 받아보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상황에 맞는 레이저로 모낭 속 각질을 녹여주면 증상이 완화된다.

정원순 원장은 “기존에는 각질용해제, 화학적·기계적 박피, 비타민D3요법, 국소 또는 전신 레티노이드요법, 레이저치료 등 다양한 방법으로 닭살을 치료해왔지만 재발 주기가 짧고 증상 완화가 어려웠다”며 “최근에는 완치율이 높은 ‘레이저-박피 결합치료’를 이용한 3단계 치료법으로 효과는 높이고 재발률은 낮췄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모공각화증의 붉은기를 ‘595㎚ PDL 레이저’로 치료한다. 이어 오돌토돌한 표면을 본격적으로 치료한다. 이때 ‘롱펄스 755㎚ 알렉산드라이트 레이저’로 상태를 더욱 심화시키는 모공 속 뒤틀린 털을 제거한다. 마지막으로 피부결을 다듬어 매끄럽게 만든다. 미세박피술로 피부 표피를 얇게 벗겨 피부결을 개선하고 모공 속에 박힌 표피 찌꺼기도 배출시킨다.

치료도 좋지만 생활습관으로도 유발되는 질환인 만큼 평소 ‘피부보습 유지’에 주력해야 한다.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은 기본이다. 겨울철에는 더욱 신경써야 한다. 피로가 풀린다고 해서 사우나를 즐기거나 뜨거운 물로 샤워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피한다. 뜨거운 물로 자주 샤워하면 피부 속 피지가 지나치게 빠져 나와 피부 속 수분이 필요 이상으로 배출된다. 매일 샤워해야 한다면 비누칠 횟수와 샤워시간을 줄이는 게 좋다.

목욕 시 때를 미는 것도 그다지 도움되지 않는다. 때, 즉 각질층은 외부 세균이나 자극에 대해 피부를 보호하고 수분손실을 막는다. 이를 인위적으로 벗겨내면 피부는 더욱 건조해질 수밖에 없다. 때를 세게 밀면 모공 돌기 부분이 벗겨져 피부가 손상되고 검게 변할 수 있어 입자가 고운 각질제거제(스크럽)를 이용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게 좋다.
 
겨울철에 자주 입는 니트류 등은 정전기를 유발해 피부에 자극을 줘 증상이 악화되기 쉽다. 털옷이나 까칠한 소재의 옷은 피한다. 굳이 니트를 입어야 한다면 부드러운 면으로 된 티셔츠 등을 입고 그 위에 스웨터를 입으면 좀 낫다. 옷은 느슨하게 입는 편이 좋다.

모공각화증 악화를 막기 위한 생활지침

- 샤워한 뒤, 피부가 건조하다고 느껴질 때마다 로션·크림 등을 발라준다.
- 바셀린을 바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 뜨거운 물로 자주, 장시간 샤워하면 피부 속 수분을 뺏기므로 피한다.
- 때타올은 사용하지 않는다. 돌기를 손상시켜 색소침착을 유발하고 더욱 거칠어진다.
- 춥다고 지나치게 난방하지 않는다. 실내 온도가 너무 높거나 습도가 낮으면 증상이 심해지므로 자주 환기하고 적정온도를 유지한다.
- 니트류, 합성섬유 등은 되도록 피하고 몸에 너무 붙는 옷은 자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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