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부민’ 수치 정상 수준 회복, 간 섬유화 현상 개선 … 간이식 대기 환자의 삶의 질 개선
배시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국내 의료진이 자가골수줄기세포로 간경변증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기약 없이 간 기증자를 기다려야 했던 환자들이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 더 좋은 건강상태를 유지하며 보낼 수 있게 됐다. 배시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교신저자)와 조석구 혈액내과 교수, 박정화 부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제1저자) 등은 2009~2010년에 만성 간염으로 간기능이 소실된 간경변 환자 5명에게 환자의 골수에서 분리한 중간엽줄기세포를 주입한 결과 간기능이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연구팀은 중간엽줄기세포의 치료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환자 몸에서 채취한 골수에서 조혈모세포를 제거한 후 다시 중간엽줄기세포가 포함된 단핵구세포를 분리했다. 이 때 세포분리장치인 ‘클리니맥스(CliniMACS)’가 이용됐다.
이후 치료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분리된 중간엽줄기세포를 환자의 간동맥으로 주입한 결과 간기능 활성도를 보여주는 주요 수치인 ‘알부민’ 단백질 생성수치(정상 기준치 3.5g/㎗ 이상)가 1.9~2.8g/㎗에서 2.6~3.3g/㎗로 향상됐다.
간의 탄력도는 33~65kPa에서 19.8~46.4kPa로 낮아져 간이 딱딱해지는 섬유화현상이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희귀 만성 간질환인 여성 윌슨병 환자는 복수와 간성혼수 등 증상이 호전됐으며, 작아졌던 간 크기는 609.2㎖에서 733.7㎖로 20.4% 증가했다.
여성 윌슨병 환자의 간이 치료 전(왼쪽) 위축됐다가 골수줄기세포 치료 후(오른쪽)로 개선된 모습을 확인해주는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
연구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은 47세였으며 남성이 2명, 여성이 3명이었다. 또 B형간염 환자가 2명, C형간염·독성간염·윌슨병 환자가 각각 1명씩이었다. 이들은 간 독소가 제대로 해독되지 않아 의식이 혼탁해지는 간성혼수(간성뇌증)가 발생할 정도로 간경변이 심각한 상태였다. 복수가 차고 황달도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이처럼 간이식이 시급한 환자가 기증자를 찾지 못하는 경우 이식수술 전까지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실시됐다.
간경변증은 정상적인 간 조직이 염증반응으로 인해 점차 굳어지는 섬유화 과정을 거치며 ‘재생결절’이라고 불리는 작은 덩어리가 만들어지는 질환이다. 정상적인 간세포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간기능이 저하된다.
현재까지 손상된 간세포를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킬 만한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으며, 간이식이 간경변증에 대한 최선의 치료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2012년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기증자의 부족으로 인해 간이식이 필요한 6000여명 중 1200여명만 이식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시현 교수는 “간경변증으로 손상된 세포를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나 질환이 악화되는 것은 막을 수 있기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신속하게 간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자가골수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은 기증자를 찾지 못해 생명이 위독한 중증 간 질환자에게 ‘가교적인 치료(Bridge Therapy)’로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포치료 분야 저명 국제학술지 ‘싸이토테라피(Cytotherapy)’ 7월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