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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고 싶어요” 청소년 거식증으로 사망위험 12배 상승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05-23 12:34:50
  • 수정 2013-05-25 11: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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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전적 요인 50%나 돼 … 미디어에 의한 미적 이미지 왜곡·팻 토크 지양해야

섭식장애는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이 크지만 질병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부족해 개선이 시급하다.

섭식장애에 따른 저체중으로 청소년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식욕이 부진하거나 폭식하는 경우를 질환으로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냥 ‘유난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정도다. 하지만 이같은 섭식장애는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간주하고 조기치료에 나서야 한다.

섭식장애는 최근 꾸준히 50년간 증가하고 있으며 주로 선진국에서 많이 나타난다. 국내 섭식장애 관련 연구는 아직 부족하지만 미국 등 서구사회에서는 이미 관련 연구가 많이 나와 있고 그 위험성이 일반에 알려져 있다. 토마스 인셀(Thomas Insel) 미국 국립정신보건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Mental Health) 박사는 “모든 정신질환 중 가장 치명적인 질환은 섭식장애의 하나인 거식증”이라고 말했다. 거식증은 ‘신경성 식욕부진증’으로 불리며 폭식증, 신경성 폭식증(binge eating) 등과 함께 대표적인 섭식장애으로 꼽힌다.

저체중의 원인인 거식증은 지나친 체중조절 집착, 말랐음에도 체중·체형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가지는 것, 자존감 저하, 강박증, 이미지 왜곡 등의 특징을 보인다. 모든 정신질환 중 치사율이 가장 높다. 10~20대 거식증 환자는 이 질환만으로  중 사망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또래 아이보다 사망 가능성이 12배 높다.

청소년에게 섭식장애는 치명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3년 정신질환예방보고서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치료·예방해야 할 청소년 정신질환의 하나’로 선정했다. 미국 청소년에서 거식증은 만성질환 3위를 차지했다.
22일 인제대 서울백병원에서 열린 ‘섭식장애 현황과 예방’ 심포지엄에서 박미정 인제대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급격한 성장·발달이 이뤄지는 청소년기에 거식증이 오면 저체중 현상이 지속되고 뇌발달 저해, 저신장, 감염질환 노출, 골다공증 등이 우려되고 여학생은 생리불순과 불임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5년~2011년 만 13~18세 청소년 41만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에 따르면 남학생은 1만5946명으로 전체의 6.7%가, 여학생은 1만6052명으로 7.3%가 저체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아청소년 성장도표 연령별 체질량지수 기준으로 5% 미만에 해당하는 경우를 저체중으로 보고 있다. 보통 저체중은 가난, 방임, 심리적 요인에 의해 초래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가난·방임에 의한 저체중보다 심리적 요인에 의한 저체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바로 이런 ‘심리적 요인’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김율리 인제대 서울백병원 섭식장애클리닉 교수는 “국내 정상체중을 가진 여학생 중 35%이상이 자신이 뚱뚱하다고 느끼는 왜곡된 신체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이같은 잘못된 인식이 거식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미정 교수도 “설사약, 이뇨제, 식사 후 구토, 원푸드 다이어트 같은 부적절한 방법으로 체중감소를 시도한 한국 여학생이 20%이상 된다”고 설명했다.

거식증은 사회문화론적 원인으로 여성의 아름다움과 날씬함을 성공과 절제심의 상징으로 여기는 한국인의 인식을 들 수 있다. 특히 대중매체의 발달로 어린 나이부터 체중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갖는 현실이다. 실제로 거식증은 증상은 외모에 한창 관심이 많은 14세~18세에 여성에서 호발한다. 이들은 주위에서 ‘뚱뚱하다’거나 ‘예쁘지 않다’같은 주위의 말에 상처를 받고 음식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신이 살이 쪘기 때문에 사랑도, 사회적 대우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해 체중감량을 시도한다. 처음에는 정말 살이 쪘더라도 음식을 거부해 극도로 말라가면서도 자신의 수척함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이런 경우 여러 정신질환이 함께 나타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만약 거식증을 인정하고 치료하려 하더라도 사정은 좋지 않다. 우선 거식증 전문클리닉이 서울에서 4곳에 불과하다. 치료비용도 부담된다. 섭식장애 치료비는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사보험 역시 섭식장애 치료를 지원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환자들은 병명을 숨기고 입원해 치료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자와 가족은 고통스럽지만 이 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아직 미미하다. 이영호 나눔신경정신과의원 원장은 “다이어트와 섭식장애 치료 및 예방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중보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많은 섭식장애 환자들이 제대로 평가·치료받지 못하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섭식장애 치료센터 활성화와 섭식장애 전문가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포지엄에 초청연자로 방한한 섭식장애 연구의 대가인 자넷 트레저(Janet Treasure) 영국 킹스칼리지 교수는 영국의 사례와 예방 모델에 대해 소개하면서 “섭식장애는 단순히 개인의 의지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유전적 요인에 의한 섭식장애는 50%에 이르며, 부모 중 한 사람이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섭식장애를 겪었다면 그들의 식습관이나 이상적 신체에 관한 생각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해져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레저 교수는 섭식장애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국의 경우 아이들에게 보건교육 차원의 섭식장애 관련 교육이 진행된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me, you&us)’라는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미디어에서 강조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재고, 자신과 남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칭찬할 것, ‘팻 토킹(Fat talking, 몸매와 다이어트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 지양 등을 교육한다.

트레저 교수는 “무엇보다도 미디어에서 내보내는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관과 이미지가 섭식장애를 유발하는데 큰 영향을 준다”며 “미디어는 왜곡된 미의식을 심어줄 수 있음을 스스로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디어의 영향으로 서로의 몸에 대해 비난하게 되는 계기가 만들어질 수 있어서 영국에서는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가능하면 하지 않을 것을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율리 교수도 “섭식장애는 청소년에게 신체적·정신적 악영향을 끼쳐 치명적이고 만성적인 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으므로 국내서도 문제의식을 갖고 예방에 시급하게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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