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랩병변, 자가교정시 회전근개파열 등 유발 … 정확한 진단 후 수술·물리치료 병행돼야
습관성 어깨탈골에 정확한 원인을 모르고 무리하게 자가교정을 시도하면 회전근개파열, 충돌증후군, 관절염 등으로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습관성 어깨탈골’이 일어났을 때 정확한 진단없이 영화에 나오는 이소룡처럼 자가교정을 시도하거나 정골(뼈 맞추기)요법을 받았다간 자칫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습관성 어깨탈골은 대부분 관절낭(관절보호 심부인대)이 늘어나 결합력이 약해지면서 발생한다. 그러나 간혹 어깨관절에 있는 이두근의 긴 힘줄과 관절와순(연골)이 붙는 부위가 앞뒤로 찢어지며 나타날 수도 있다. 이를 ‘슬랩병변(상관절와순파열)’이라 하는데 이 때엔 무리한 교정이 아닌 보존적 치료나 수술적 접근이 필요하다.
슬랩병변인 줄 모르고 도수정복(손으로 뼈를 맞추는 것)이나 운동치료 등 탈골관리에 집중할 경우 관절와순 파열이 더 커질 수 있다. 또 오구돌기, 견봉, 빗장뼈, 인대 및 연골 등 주변 구조물이 마찰 손상을 일으켜 회전근개파열, 충돌증후군, 관절염이 나타나는 등 어깨손상이 극심해진다. 과거에는 어깨와 팔을 많이 쓰는 야구나 테니스 선수에서 주로 발생했으나 최근 몸짱 열풍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며 일반인에서도 발병 건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바벨이나 덤벨을 이용한 상지운동을 많이 하는 20~30대 남성에서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슬랩병변이 있는 경우 관절와순이 손상돼 상완골의 결합력이 약화된다. 이로 인해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누가 살짝 잡아당기는 것만으로도 탈구가 일어날 수 있다. 또 어깨가 빠질 것 같고 덜컹거리는 등 불안정성이 심해지고 근력도 떨어진다.
‘슬랩병변’과 ‘습관성 탈골’은 증상만으로 뚜렷하게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가진단은 피하는 게 좋다. 어깨가 최소 2회 이상 탈구되고 근력이 약해졌다면 의료기관을 찾아 전문적인 검사와 진단을 받아야 한다. 어깨질환은 이학적 검사 외에 방사선촬영(X-Ray), 자기공명영상(MRI) 관절 조영검사, 관절내시경검사 등을 통해 진단이 이뤄진다.
김영호 일산하이병원장은 “슬랩병변은 MRI 조영검사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이상소견을 발견할 수 있으나 다른 어깨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손상 유형도 제1형에서 4형까지 다양하다”며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영상장치로 병변부위를 직접 관찰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관절내시경은 관절와순 외에 뼈의 탈구상태, 퇴행성 변화여부, 파열 크기, 주변 인대 및 혈관의 상태 등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슬랩병변으로 확진되면 초기에는 도수·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방법이, 파열이 심하고 관절와순이 뼈 사이에 걸리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적용된다. 관절와순 봉합수술은 어깨에 2~3개의 작은 구멍을 뚫고 내시경을 이용해 실시되며 수술 후 꾸준한 재활 및 물리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관절와순을 비롯한 연골조직은 한 번 손상되면 자연회복이 매우 힘들어 다치는 않는 게 상책이다. 슬랩병변 예방에는 수건이나 밴드를 이용해 어깨를 교차 및 회전시키는 스트레칭이 효과적이다. 또 관절의 운동범위와 유연성을 높여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평소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면 덤벨프레스 등을 할 때 회전근개, 삼각근, 상완이두근 등의 근육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 이들 부위는 ‘안정화 근육(stabilizing muscle)’으로 견관절의 주요 동작근을 보조하고 하중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 옆으로만 누워 자는 습관은 어깨를 짓눌러 부담을 줄 수 있으니 고치는 게 좋다.
어깨가 탈골될 경우 자가교정은 절대 시도하면 안된다. 김영호 병원장은 “무리하게 어깨를 맞추다가는 자칫 인대, 근육, 혈관 등의 손상을 야기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골절상을 입을 수 있다”며 “수건이나 붕대를 이용해 어깨를 고정시킨 다음 최대한 빨리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는 게 2차 손상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라고 당부했다.